무설탕과 생크림 발효유로 더욱 상큼하게
누군가를 초대해서 양식으로 저녁식사를 차리게 되면 남편이 메인 메뉴를 준비하기 때문에, 나는 항상 디저트를 챙긴다. 이번 메뉴는 프라임 립 스테이크였는데, 그것에 맞는 디저트는 뭐가 좋을지 고민이 되었다. 한동안 잘해 먹던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블랙베리 소스를 얹을까 했지만, 연달아 해먹 고나니 좀 다른 것을 하면 어떨까 싶었다. 남편이 스웨디쉬 크림이 어떨까 하더니, 좀 무거울 거 같다고 말을 흐렸다.
스웨디쉬 크림(Swedish Cream)은 생크림에 사워크림을 섞고 설탕을 넉넉히 넣어 리치한 맛을 내는 디저트이다. 나는 그 질감이 좋지만 너무 달아서 힘든 그런 디저트에 해당된다.
그래서 머리를 잠시 굴리다가 내 방식의 무설탕 버전으로 해봐야겠다 싶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몰랐고, 이건 원래 남편의 메뉴여서 나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실험 삼아 시도하였다. 내가 몸살기가 있다고 집에 남고, 남편이 혼자서 장을 보러 나갔는데, 그 사이에 휘리릭 만들 만큼 손이 별로 안 가는 디저트였다.
설거지까지 완전범죄를 저지르고 싶었으나 너무 늦게 시작하는 바람에 들키고 말았다. 내가 허둥지둥 감추는 것을 보고 남편이 껄껄 웃었다. 깜짝 놀이를 하고 싶었단 말이다.
그리고 저녁 식사 후에, 남편이 "그래서 오늘 저녁 디저트는 무엇이야?"라고 웃으며 물어왔다. 나는 아래층 냉장고에 감춰둔 스웨디쉬 크림을 꺼내왔다. 위에는 짬 날 때마다 한 바구니씩 따서 만들어 둔 블랙베리 시럽을 얹었다.
재료가 모자라고, 없는 것도 있고 그래서 내심 조마조마했는데, 달지 않고, 무겁지 않고, 상큼한 맛이 나는 디저트가 되었다. 성공!
결국 레시피는 상당히 내 맘대로 버전인데도 오히려 식탁을 좌지우지하지 않는 딱 디저트 수준의 간식이 탄생되었으니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이후에 애용하는 디저트로 등극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 스웨디쉬 크림은 재료만 구하면 만드는 시간은 십 분이면 충분하다. 어려운 스킬도 없다. 나머지는 냉장고가 해준다.
생크림이 그 첫 번째 재료인데, 거품을 올려 케이크에 얹어놓은 그 생크림 말고, 우유팩에 들은 생크림을 사용한다. 반드시 진짜 우유 생크림을 사용하여야 한다. 성분표에 뭔가 가득 섞인 식물성 말고 말이다.
먼저 생크림을 팬에 넣고 중불로 뭉근히 데워준다. 성질이 급하다면 전자레인지에 1분 정도 먼저 돌려서 따뜻하게 넣어줘도 된다. 그리고 이때 달콤함을 위해서 감미료 자일리톨을 넣어줬다. 원래 레시피대로라면 설탕을 한 컵 이상 부어야 하는데, 나는 자일리톨을 1/4컵 넣었다. 나 혼자 먹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손님 초대를 위한 것이므로 약간의 단맛이 필요했기에 전혀 안 넣을 수는 없었다. 만일 자일리톨 말고 설탕을 쓰고 싶어도 양을 이 정도로 잡으면 지나치게 달지 않은 개운한 디저트가 될 것이다.
감미료가 녹고 생크림이 끓고 싶어 하며 김이 날 때쯤 불을 끄고 그 위에 젤라틴 파우더를 한 숟가락 뿌려준다. 유제품이므로 팔팔 끓이면 분리되고 막이 생기니 그러지 않도록 잘 지켜본다. 젤라틴은 판매되는 종류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과일향이 첨가되지 않은 무향 젤라틴 파우더면 된다. 나는 Knox 제품을 한 봉지 넣었다. 레시피에 따라서 두 봉지 넣으라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해보니 한 봉지면 충분하다. 사실 집에 한 봉지밖에 없었다.
이제 손 거품기로 빠르게 저어서 젤라틴을 녹이고 나서는 바닐라를 넣어준다. 익스트랙트를 넣어도 좋고, 나처럼 파우더를 넣어도 좋다. 그러고 나서 사워크림을 넣고 젛어주면 끝이다.
나는 집에 사워크림이 없어서, 내가 만들어 놓은 케피어 생크림 발효유를 사용했다. 티벳버섯이라 불리는 밀크 케피어로 생크림을 발효시킨 발효액인데 사워크림과 상당히 비슷한 질감과 맛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 집에서는 사워크림 대용으로 자주 사용한다. (일반 우유와 마찬가지로 발효시키되, 우유대신 생크림을 사용한다)
내가 사용한 계량컵은 이렇게 유리로 된 서양 계량컵인데, 2컵 용량이다. 이걸로 생크림도 계량하고, 씻지 않고 거기에 그냥 사워크림도 계량하고, 마지막에 냄비에서 다 믹싱 한 후에, 다시 이 컵에 부어서 사용하면 아주 편리하다. 유리여서 뜨거운 것을 담을 수도 있고, 용량이 넉넉해서 베이킹이나 디저트 만들기를 좋아한다면 필수이다.
급하게 하느라 중간 사진이 없지만, 이렇게 컵에 담으면 적당한 틀에 부을 때 아주 편리하다. 아직까지는 액체이기 때문에 이렇게 적당한 틀에 붓고 냉장하면 된다. 우리 집에는 아주 작은 디저트 컵이 있어서 거기에 부어줬다. 위쪽을 살짝 남겨서 나중에 과일 잼이나 소스를 부을 수 있도록 하면 좋다.
이렇게 해서 냉장고에 3시간 정도 두면 굳으면서 형태가 고정된다. 옆으로 기울여도 쏟아지지 않는 젤리 형태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서빙할 때에 그 위에 뭔가 다른 것을 얹어서 할 수 있는데 윗면이 판판하니 뭔가 얹어도 모양이 망가지지 않고 예쁘다.
과일을 얹어도 좋다. 우리는 블랙베리 소스를 뿌리고, 블랙베리도 하나 얹은 후, 색을 위해서 민트 잎을 얹었다. 딸기나 라즈베리 같은 것을 얹어도 예쁠 거 같다.
투명한 컵이 예쁘지만, 불투명해도 작은 램킨 같은 것에 담아도 충분히 예쁘다. 노력 대비로 이만한 디저트가 있을까 싶다. 더구나 선선한 계절에는 말이다.
8인분, 서양식 계량컵 사용(1컵=240ml)
재료:
생크림 2컵
자일리톨 감미료 1/4 컵 (더 넣을 수도 있지만 소스를 함께 먹으므로 많이 달 필요가 없다)
젤라틴 가루 1큰술
사워크림 또는 생크림 케피어 발효유 2컵
바닐라 1 작은술
곁들여 먹을 과일이나 무가당 시럽 또는 잼
만들기:
1. 생크림을 먼저 자일리톨과 섞어서 냄비에 담아 중불로 녹인다.
(빨리 하려면 생크림을 전자레인지에서 2분 정도 돌려서 온도를 올려준 후 넣어도 된다)
2. 김이 나면서 가장자리가 약하게 끓으면 (팔팔 끓이지 말 것!) 불을 끈다.
3. 즉시 젤라틴 가루를 표면에 고루 뿌려주고, 녹을 때까지 거품기로 부드럽게 저어준다.
4. 바닐라 액이나 가루를 넣어서 섞어주고, 사워크림도 넣어서 섞어준다.
5. 개별 용기에 담아서 3시간 정도 냉장한다.
6. 원하는 과일이나 과일시럽을 뿌려서 서빙한다.
* 꾸미기는 각자의 재량으로 무궁무진하게 사용 가능하다
* 담는 용기의 크기에 따라서 10인분까지도 될 수 있다.
* 위에 얹어먹은 블랙베리 시럽은 바로 윗 글인 바닐라 아이스크림 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