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슈에뜨 La Chouette Aug 12. 2022

그 많던 오이는 다 어디로?

풍년 오이를 소비하는 방법

오이 풍년이 들었다. 내가 잘한 거는 별로 없는 거 같은데, 그냥 날씨가 도운 것 같다. 따고 돌아서면 그다음 날 또 달려있는 오이들... 하긴 내가 좀 많이 심기는 했다. 노각오이는 하나만 심었지만, 백다다기 오이도 다섯 그루, 거킨스 피클 오이도 다섯 그루 심었으니 많긴 많구나.


좋아하는 사람들과 나눌 수 있으니 좋긴 하다. 친구네 들를 때 따 가지고 가기도 하고, 이웃집에도 한 바구니 갖다 주기도 하지만, 그래도 거의 이틀에 한 번은 따줘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오이 소비가 바쁘다. 올해 호박이 넉넉하지 않으니 오이로 모든 야채를 대신하는 상황이다.


우리 집 오이의 모양은 제각각이다. 내가 좋아하는 품종인 거킨스(gherkins)는 새끼손가락만큼 작은 오이다. 마트에서 보면, 정말 깜짝 놀랄 만큼 작은 피클을 파는 것을 봤는데, 나도 그걸로 피클을 만들어보고 싶어서 어렵사리 씨앗을 구했다. 이 피클은 정말 아작아작하는 단단한 맛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품종이 작아도 오이는 워낙 빨리 자라기 때문에, 아차 하는 순간 커져버린다. 발견을 못하면 정말 놀랄 만큼 커져서 나를 당황시키기도 한다. 


너무나 크게 자라버린 거킨스 피클용 오이 (크기 비교를 위해서 옆에 안경을 놓아봄)


제때에 못 따면, 오이가 커지기도 하고 껍질이 질겨지기도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다음에 자라야 할 오이가 쭉쭉 자라지 못하고 영양을 빼앗긴다는 데에 있다. 그래서 노각 오이도 좀 더 기다리고 싶어도 서둘러 따기도 했다. 






오이를 어떻게 키우는지에 관한 이야기는 얼마 전에 올렸으니, 오늘은 그 오이로 뭘 만들어 먹었는지에 관한 이야기를 간단히 적어본다. 


◆ 오이소박이

오이가 많자 일단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오이소박이를 제일 먼저 만들었다. 집에 부추도 자라고 있으니 따로 장을 볼 필요도 없었기 때문이다. 오이를 모양 잡아 썰어서 끓는 소금물에 30분 정도 절인 후에 헹궈내고, 부추, 양파 양념을 끼워 넣었다. 양념을 만들 때에는, 고춧가루와 양파, 액젓 등등을 먼저 섞은 후, 부추는 나중에 넣어 재빨리 섞어야 풋내가 안 난다. 오이는 성질이 찬 음(陰)의 음식이기 때문에, 채소 중에서 양(陽)의 성질을 띈 부추를 섞으면 궁합이 잘 맞는다. 게다가 오이소박이는 남편이 좋아하는 김치 중 하나인데, 스테이크에 곁들여 내면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  노각 오이 무침

노각오이가 서서히 누렇게 되어가는데, 위에도 오이들이 대기 중이었다. 즉, 아래쪽에 달린 녀석들을 먼저 소비해야 위에서도 자라기 때문에 급히 따주었다. 물을 넉넉히 줘서 길러서 그런지, 전혀 쓰지 않은 노각오이는 껍질을 벗기고 씨를 파낸 후, 소금 뿌려 20분 정도 절였다가 한번 씻어주고 꼭 짜내서, 고추장과 갖은양념을 해줬다. 고춧가루를 이용해도 좋지만, 나는 약간 끈적한 그 기분을 좋아한다.

남편을 위해서 덜 빨갛게 무친 노각 오이


◆  간장 오이 피클

오이의 개수가 뭔가를 하기 애매할 때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오이 반찬이다. 동서양 요리 어디에나 잘 어울리고, 부침이나 튀김에도 곁들일 수 있어서 더욱 좋다. 만드는데 5분이면 충분하다. 이 레시피는 작년에 올려서 히트를 친 반찬이다. 난이도는 최저 1점, 맛은 5점 만점이다.

레시피는 여기 :  https://brunch.co.kr/@lachouette/193


◆  오이지

오이의 개수를 줄이기에는 역시 오이지만 한 것이 없다. 원래는 백다다기 오이만 사용하지만, 밭에서 따서 충족하는 내가 그런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는 아니었다. 예쁜 오이들만 먼저 소비하다 보니 수정되어 못난 오이, 구부러진 오이들, 웃자란 피클오이 등등이 냉장실에 남아돌고 있었다. 그래서 각종 사이즈의 오이를 총동원했는데, 전체가 어우러지면서 맛있게 익었다. 

사워크라우트 만들 때 사용하는 돌을 얹으니 안성맞춤이었다


◆  오이 샐러드

오이가 넉넉하니 샐러드는 무조건 오이 샐러드이다. 방울토마토를 따서 같이 하기도 하고, 아니면 오이만 가지고도 간단히 간을 해서 메인 메뉴에 곁들이면 좋다.

어느 날, 다때복에 곁들인 오이 샐러드. 오이꽃도 따서 하나 얹었다


◆  거킨스 피클

위에 나온 것들은 다들 대충 자신만의 레시피가 있을 것이다. 한국 주부들이라면 대충 감으로도 만들 수 있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은 처음 들어보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특별히 사이즈가 작을 때 수확하는 품종인데, 아작아작, 아니, 오독오독하는 질감이 아주 맛있다. 달콤하게 피클을 담기도 하지만, 난 짭짤한 쪽을 선호한다.

소금물을 만들어 하룻밤 담가놓은 후에, 그 물은 따라 버리고, 끓는 식초 물에 다시 담가서 만든다. 하루 실온에 뒀다가 냉장실에 넣어서 먹는데, 두 주일 지났을 때가 제일 맛있다.


◆  오이 렐리쉬

이거는 패스트푸드 점에서 주문하는 핫도그에 뿌려 나오는 잘게 썰은 오이다. 

케첩, 머스터드, 랠리쉬를 뿌린 전형적 핫도그. (참고사진)


이 렐리쉬 역시 판매되는 것들은 달기 때문에, 단 것 싫어하는 우리는 우리만의 렐리쉬를 무설탕으로 만들었다. 오래 보존하려면 병에 담아 넣고 끓여서 캐닝을 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냥 간편하게 냉장고 피클로 만들었다. 


다 갈아서 만들 거니까 제일 못생긴 것들을 사용했다. 이렇게 주머니가 불룩한 오이들은 수정된 것들이다. 씨를 확실하게 만드느라 이런 모양이 된다.



양파, 샐러리, 고추를 함께 준비했다. 사실 딱히 정량이랄 것은 없었다. 대충 냉장고와 밭에서 해결했다.


모든 재료를 잘게 다져야 하는데, 나는 그냥 푸드 프로세서를 이용했다. 그래도 각각의 단단함이 다르므로 같은 종류끼리 넣어서 돌렸다.



그러고 나서 위에다가 소금을 뿌려주고, 물을 자박하게 부어주었다. 이렇게 4시간가량을 두었다. 충분히 절여졌다 싶을 때 체에 밭쳐서 물기를 짜준다. 너무 심하게 짜면 밑으로 다 삐져나오므로 적당히 물기만 빠지도록 누른다.


이제 냄비에 식초와 향신료를 넣어서 끓이고, 끓거든 야채 재료를 넣어서 십분 정도 뭉근히 끓여줬다.


완성! 이제 유리병에 담아 밀봉하고, 캐닝을 하여 완전 밀봉하면 실온 보관도 가능하다. 하지만 나는 번거로워서 그냥 냉장하기로 했다. 너무 오래 보관하지 않고 한 달 정도에 다 먹을 생각이다.


단맛을 좋아하면 자일리톨 같은 감미료나 설탕을 좀 넣어도 좋다. 나는 들큼한 맛을 싫어해서 하나도 넣지 않았다. 짭짤한 맛은 햄버거나 핫도그 같은 곳에 잘 어울릴 맛이 되었다. 유리병에 담아서 냉장고로 쏙!



캐나다 오이철은 아마 이번 달이면 끝이 날것이다. 늘 서양 오이만 먹다가, 여름에만 누리는 한국 오이의 호사. 남은 기간 동안 마음껏 누려야겠다.





오이 렐리쉬(Cucumber Relish)


재료:

한국 오이 기준 5개 정도

아삭이 고추 1개

붉은 피망 1개

양파 2개

샐러리 1줄기

소금 4큰술

식초 480 ml

자일리톨 4큰술 (단맛을 원할 경우에만 사용)

샐러리 씨앗 1큰술

겨자씨 1큰술


만들기:

1. 야채 재료들을 잘게 다져준 후 큰 볼에 담는다. (푸드 프로세서를 이용해도 좋다)

2. 위에 소금을 뿌려주고, 자작하게 물을 부어준다.

3. 4시간 정도 절여준 후, 체에 밭치고 물기를 눌러서 짜준다

4. 냄비에 식초와 감미료, 샐러리 씨, 겨자씨를 넣고 한번 팔팔 끓여준다.

5. 물기를 뺀 야채를 넣고 10분 정도 뭉근히 더 끓인다.

6. 뜨거울 때에 유리병에 담고 밀봉하여 냉장한다.




대부분 다들 아시는 한국 음식들이어서 다른 것들은 레시피 생략하고 렐리쉬만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레시피도 원하시면 덧글에 남겨주세요. 정리해서 올릴게요. ^^

매거진의 이전글 김치로 와플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