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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정윤 Nov 07. 2020

23시, 이런 생각으로 뛰는 걸까?

24시간 운영되는 키즈카페 혹은 소규모 공장


오전 6시에 밖으로 나갔다가 오후 6시 30분쯤 집으로 들어왔다. 그때부터 오후 9시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쉬지 않고 꿍- 꿍- 쿵쾅쿵쾅 소음이 끝없이 이어졌다. 달리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어디서 뛰어내리는 소리, 물건을 바닥으로 내리치는 소리, 화난 듯이 걷는 소리가 주를 이루었다. 우다다다다다다 달리는 소음이 아니니 이 정도라도 감사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드릴 소리만 없다 뿐이지 공사판 한가운데 있는 기분이었다. 중간중간 뭔가 굴러가는 것 같은 소리가 났는데 어느 순간은 바퀴 소리처럼 들렸고 어느 순간은 바퀴 소리보다 맑은 유리구슬 소리가 났다.


이 정도면 멈추겠지, 싶었으나 오후 9시가 넘어가는 시간까지 윗집은 멈추지 않았다. 소규모 공장 돌아가는 공간 아래에 내가 생활하고 있는 중이 아닌데 예측불허 미친 소음이 도저히 줄어들지 않았다.


자려고 누웠다. 몸은 너무 힘든데 어두운 공간을 쉴 틈 없이 채우는 소음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아 괴로웠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이불을 두껍게 말아 얼굴 부근에 놓았다. 두꺼운 이불이 소음을 차단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중간중간 시계를 확인하니 30분이 지났다. 그렇게 뒤척이다 어느 순간 잠이 들었다.




미친 듯이 뛰는 소리에 일어났다. 내가 너무 피곤해서 다음 날까지 낮까지 알람을 못 듣고 오랫동안 잔 줄 알았다. 그런데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이 없었다. 깜깜했다.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10시 54분.


24시간 운영되는 키즈카페가 윗집이었나? 이게 무슨 소리지? 지금 시간이 몇 시지? 이렇게 늦은 시간에도 전혀 배려 없이 이런 소음을 만들어 내는 거라면 오늘은 얼마나 늦게 들어왔어야 했던 거지? 내가 아무리 늦게 들어온다고 해도 막을 수 없었던 거구나.


이 정도 소음이면 애들이 아니라 어른들도 같이 뛰는 듯 싶다. 밤 11시까지 소리지르면서 뛰는데 부모가 모를리도 없고. 우다다다다 우다다다다다다다다다 뛰는 소리와 높은 곳에서 우당탕탕탕탕 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뒤꿈치로 바닥을 다지는 소음이 벽을 울렸다.


무기력감과 당혹감이 들면서 순간 롤러코스터 꼭짓점에서 갑자기 떨어진 것처럼 심장이 순식간에 가라앉는 싸한 기분이 들었다.


감당할 수 없는 시간에 감당할 수 없는 소음이 밀어닥쳤다. 진짜 이건 아니다, 싶어서 가족 중 한 명이 옷을 챙겨 입었다. 이제 나가려고 하는데 뛰고 뭔가를 내리치는 소음들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오후 11시 1분.


본인들이 시간을 정해두고 뛰는 건지, 스위치를 내린 것처럼 언제 그랬냐는 듯 정말 정말 조용해졌다. 놀리는 것 같다.


너네 집은 바로 올라오지 않고 소음을 어느 정도 듣다 올라오니까 그 직전까지만 뛸게. 뛰지 않는 순간에는 다른 소음을 좀 만들게. 이 정도는 참아야지. 층간소음에 대해 이야기하면 보복 소음을 낼거야. 밖에서 보면 암막 블라인드 때문에 자는 것 같지. 불이 켜져 있어도 상관없어. 안 뛰었다고 잡아떼면 그만이니까. 죄송하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을 거야. 우연히 만나면 시치미를 뗄 거고. 고통스러운 건 너네 집이고 우리 윗집은 고요하니까. 애들은 뛰면서 크는 게 당연하고 다른 건 생활 소음이지. 이따 외출하면 조용하니까 지금 이만큼 뛸게. 내일 외출하면 조용하니까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시끄럽게 할게. 왜냐하면 너네 집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까.


잠이 달아났다. 빨리 자야 내일 정해둔 시간에 일어날 수 있을 텐데. 잘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봤다. 잠이 오지 않았다. 몸은 천근만근. 이렇게 불면증이 생기는 걸까. 평소에도 소음 때문에 불안해서 가끔 일어날 때가 있는데. 너무 스트레스다..


이런저런 생각 속에서 도망간 잠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알람보다 일찍 일어났다. 이렇게 일어나면 정상적인 생활을 하는 게 힘들어진다. 수면 부족인지 오후 2-3시만 되면 피곤해진다. 눈이 반쯤 감긴 채로 생활하는 느낌이다. 집에서 평범한 생활도 못하게 만들더니 잠조차 제대로 자지 못하게 만드는 층간소음.


어제 신나게 뛰고 오늘도 본인들이 만족할 때까지 소음을 만들어 내겠지. 시작하는 시간과 끝나는 시간은 우리 집은 모르겠지. 안다고 해도 알고 싶지 않고 아는 게 우스운 일이다. 알면, 아니까 참아야 될 것 같다. 


위층은 왜 저럴까. 몸과 마음과 정신이 너무 괴롭다. 층간소음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건 견딜 수 있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별별 일이 있었다. 윗집 아저씨를 본 일, 꿈에서 본 일, 닮은 사람을 본 일.. 괴로움을 글로 털어내고 싶으나 시간이 없다. 너무 바쁘다. 집에서 마음껏 쉴 시간도 없다. 내가 괴롭고 가족이 괴로워하는 걸 마주하는 일은 아주 많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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