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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Feb 14. 2024

뻔한 글은 쓰지 말자


저는 뻔한 글을 씁니다.

매번 그런 건 아니지만 꽤 자주 그렇습니다.


제목은 '뻔한 글은 쓰지 말자'라고 적어놨으면서

뻔뻔하게 첫 문장부터 뻔한 글을 쓴다니.

그렇지만 다짐과 현실은 다를 수 있으니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글쓰기에는 나름의 '정답'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 정답은 남들이 듣고 싶어 하는 그럴듯한 생각이었고요.


초등학교 때 글짓기 대회가 있으면 어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을 그럴듯하게 썼습니다.


가령, 환경 보호 글짓기 대회라고 하면 아래와 같은 흐름으로 말이죠.

- 지금 환경이 얼마나 오염되어 있고(대회 주제에 당위성 부여)

- 학교에서 실천하기 쉬운 쓰레기 줄이기 활동을 통해(구체적인 실행 방안)

- 환경을 보호하는 모범적인 학생이 되겠어요. (선생님, 결론은 이거 맞죠?)


덕분에 글짓기 대회에서는 꽤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중고등학교에서도, 대학교에서도 이런 식으로 글을 썼고요.

직장을 다니는 지금도 글쓰기에는 어느 정도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고 글을 쓰기도 합니다.


이렇다 보니 문제가 있습니다.


바로 뻔한 글을 쓰게 된다는 거였어요.


물론 누군가 면전에 대고 '참 뻔한 글을 쓰시네요'라는 모욕을 한 적은 아직 없지만,

가끔은 스스로가 느낍니다.

'아 내 글이 좀 뻔할지도 모르겠다'고요.


그럼 이쯤에서 '어떻게 하면 뻔한 글을 쓰지 않을 수 있을까?'의 명쾌한 해답이 나와야겠죠.


안타깝게도 그런 명쾌한 해답은 저도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에 엄마랑 대화를 하다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제가 입시를 준비할 때 논술 학원이 유행이었어요. 지금은 어떨지 모르지만 당시 학생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대학에 논술 전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전 논술 학원을 다니지 않고 혼자 써보는 연습을 하는 게 전부였죠. 가끔 학교에서 숙제로 내주면 써보고 제출하면서요.

엄마가 담임 선생님과 상담 중 논술 학원을 보내는 게 좋을지 의견을 여쭤보셨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담임 선생님께서 이렇게 답해주셨다고 해요.

"학원 보내지 마세요. 00이 글은 자기 색깔이 있어요. 학원에서 알려주는 정형화된 논술이랑 다른 게 오히려 매력이에요."


한평생 뻔한 글만 써온 줄 알았는데, 제 글이 누군가에게는 특색 있는 글로 보였다는 겁니다.


그러니 뻔한 글이라도 써보세요.

어쩌면 내 생각이라 나한텐 뻔한 글일 수 있어도 남들한텐 새로운 관점일 수도 있습니다.


뻔한 글도 쓰다 보면 특별함이 더해지기도 하고요,

처음 의도했던 방향과 다른 새로운 글이 태어나기도 합니다.

중요한 건 판단하지 말고 그저 써보는 겁니다.





이미지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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