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친구를 눈여겨봐 둬라. 나를 꺼리지 않고, 내 발상이 말이 안 된다면 말이 안 된다고 면전에서 말하거든. 그러니까 다이번에 토론을 하려거든 내 말에 '네. 네.' 밖에 할 줄 모르는 얼간이들 대신 저 친구와 먼저 얘기하자꾸나." - 닐스 보어, 아들 오웨 보어에게(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요)
얼마 전 동료가 제게 농담조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싫어요'라는 대답은 할 줄 몰라요?
순간 그 말을 듣고 뜨끔했습니다.
저는 타고난 예스맨 직장인입니다. 상사가 동료가 부탁을 하면 거절을 잘 못합니다.
누군가 업무 요청을 하면 AI처럼 빠르게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하죠.
그런데 저 말을 듣고 생각해 봤어요.
누군가 내게 늘 좋다는 대답만 한다면, 저는 진정성을 의심할 것 같다고요.
예스맨은 많은 이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순 있겠지만, 진정성을 의심받기도 쉽습니다.
실제로 늘 무언가를 좋아하기만 할 사람은 없으니까요.
제가 왜 예스맨이 되었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예의를 중시하는데 부정의 대답은 예의가 아니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사람마다 의견은 다를 수 있잖아요. 오히려 늘 같은 의견으로 좁혀지는 게 이상한 일이죠. 저 또한 누군가가 제 의견에 반대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예의 없다고 치부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찾은 방법은 "예의 있게 No를 말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기계적인 Yes는 스스로의 생각과 판단을 차단할뿐더러, 상대방에게도 진정성이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제가 본 많은 일잘러들은 오히려 센스 있게 반대의사를 표출하고 거절할 줄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필요에 따라 No를 외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스맨을 위한 No를 외치는 팁을 공유합니다.
1. 예의 있는 애티튜드로 No 하기
언어만큼이나 비언어적 의사소통 수단도 중요합니다. 내용은 'Yes'여도 표정을 찡그리고 있다면 상대방에게 오해를 살 수 있습니다. 표정, 말투, 행동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거절을 하더라도 예의 있는 태도로 이유를 설명한다면 상대방에게 무례하게 보일 일은 없을 겁니다.
2. 거절할 거면 빠르게 거절하자
경험상 미안하다는 이유로 애매하게 대답을 하면 상대방에게 더 미안할 일을 만들게 됩니다.
상대는 내 대답을 기다리는 시간 동안 해결할 시간을 낭비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빠르게 거절하고 상대가 다른 방법을 찾도록 하는 게 최선입니다. 그러니, 반드시 고민할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니라면 되도록 빠르게 거절하는 게 좋습니다.
3. '아무거나 좋다'는 배려가 아니다
누군가 의견을 물을 때, '아무거나 좋다' 혹은 '당신의 의견에 따르겠다'가 디폴트인 예스맨도 있습니다. 얼핏 보면 이 대답은 상대를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배려가 아닙니다. 결정은 상대한테도 어려울 수 있거든요. 상대가 명확히 원하는 게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어렵더라도 때로는 의견을 내보세요. 때로는 의견을 내고 먼저 주도하는 사람이 되는 것도 필요합니다.
4. 최후의 수단. 너무 어렵다면거짓말이라도 하자.
선의의 거짓말이라고 포장해서 쓰고 싶었지만, 어쨌든 거짓말은 거짓말입니다. 좋은 건 아니니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하도록 합니다.
예를 들어, 오늘 정말 피곤해서 회식을 갈 수 없을 것 같은 날이 있죠. 그때 상사에게 솔직하게 '너무 피곤해서 회식을 안 가고 집에서 쉬겠다'라고 말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땐 '개인적인 일이 있다' 혹은 '선약이 있다'라고 둘러대는 것도 방법입니다. 솔직한 게 좋다지만, 직감적으로 솔직하면 안 될 것 같은 상황에 작은 변명정도는 우리 스스로에게 용인해 주기로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