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사원 때의 일이다.
팀원들과 커피를 마시러 갔다.
당시 팀원들은 팀장에게 불만이 많았다. 대화의 흐름은 기승전 팀장 욕으로 이어졌다.
(참고로 나는 욕먹지 않는 리더를 본 적이 없다)
오고 가는 험담에 딱히 동조하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러더니 한 선배가 내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신입사원이었던 나는 팀장을 본 지 몇 달 안 됐을 때라 팀장에 딱히 불만이 없었다.
무엇보다 얼마 안 된 신입이 '팀장은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저는 뭐.. 하하하"
말을 얼버무렸다.
"위험한 친구네."
선배는 내가 팀장 편일지도 모른다 생각한 것 같았다. 나는 그 누구의 편도 아니었다.
그때 와닿았다. 뒷담화라는 게 동조하지 않으면 적 취급받을 수 있다는 걸.
사실 험담의 순기능은 나도 알고 있었다. 공감은 긍정적인 감정보다 부정적인 감정에서 더 강력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김 과장님 너무 일 잘하시지 않아요?"
이런 주제의 대화로 공감한다고 끈끈한 결속력이 생기진 않을 거다.
김 과장님이 너무 독단적으로 일하고 배려가 없다는 주제는 어떨까. 앞선 대화보다 할 말도 많고 재미도 있다.
오죽하면 '친해지는 데 뒷담화 만한 게 없다'는 말도 있을까.
나도 가끔 험담에 동참한다. 화난 동료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럴 때도 있고, 나도 같이 화날 때도 있다. 먼저 험담을 시작할 때도 있다.
아예 모르는 사람이나 객관적으로 잘못한 사람의 뒷담 동조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동의하지 않는 뒷담'이다.
인간적으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 혹은 그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할 때. 그럴 때는 침묵해야 한다. 종종 잊고 뒷담에 가담하면 탈이 난다. 대부분은 후회한다.
사람들과 모여 식사를 하다가 장난의 탈을 쓴 뒷담이 시작됐다.
사람들은 그의 특성을 따라 하는 장난을 쳤다. 나도 장난을 받아쳤다. 아니, 나도 그의 뒷담을 한 거다.
며칠 뒤 그 뒷담화의 주인공인 동료를 마주쳤다.
그가 내게 신기하단 듯이 말했다.
나쁜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부끄러웠다. 그 말을 들을 사람은 내가 아니었다.
그 말을 들을 사람은 오히려 내게 그 말을 해준 그 사람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한 칭찬이었을 거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그에게 사과하고 싶었다.
가벼운 장난에 대한 동조였을지라도. 뒷담화를 해서 미안하다고.
'나쁜 말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는 그 말은 힘이 셌다.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나쁜 생각도, 말도 안 하는 청렴결백한 성인군자가 될 자신은 없다.
똑같이 실수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고 입 밖으로 내뱉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결심했다.
동의하지 않으면 굳이 동조하지 않는 용기를 갖기로.
때론 차라리 침묵을 택하기로.
상처 입힌 사람을 욕하기보단 상처받은 사람을 위로해 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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