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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매 Mar 27. 2024

지금은 겸손할 때가 아니다

나는 내가 아직 부족하고 못 미덥지만



얼마 전 식당 웨이팅을 기다리다가 동료가 어플로 사주를 봐줬다.

오늘의 글귀를 읽다가 중간에 쓰여있는 글이 마음에 콕 박혔다.


스스로를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상에 그만한 단점이 없는 사람은 없습니다.
너무 비관적으로 평가하여 자괴감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의 단점을 잘 파악한 만큼 우울감에 빠져있기보다는 발전적인 발향으로 바꿔보려는 생각을 갖고 행동해 보십시오. 그런 자세는 큰 무기가 될 것입니다.


사실 사주나 심리테스트 결과는 누구나 공감할 말을 써놓지 않나?

싶다가도 유난히 내 얘기 같다. 스스로를 낮춰봤었다.


말하자면 이렇다.


최근 조직 내부 이슈로 다른 부서로 이동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직장 상사가 다른 부서에 컨택해서 내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런 장점을 가진 친구가 있는데, 그 부서에서 일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추천을 해주신 거다.

감사한 마음이 드는 동시에 걱정이 일었다.


추천을 해주셨는데 나는 그에 걸맞은 사람인가?

실제 나보다 좋게 봐주신 건 아닐까?

실제로 그분을 만나 뵀는데, 내게 실망하시는 건 아닐까?


상사는 그저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

나는 이미 그쪽 부서 상사를 만나 면접까지 본 기분이었다.

차갑고 날카로운 상황을 그리다 보니 그 칼날은 결국 나를 향했다.


스스로를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때마다

나는 내가 아직 부족하고 못 미덥기도 하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상사가 내게 말했다.


"나는 우리 팀원들이 최고라고 생각해. 능력 있는 사람들 중에서도 가장 잘난 사람들이 우리 팀원들이야.

만약 정말 그 부서에 갈 상황이 생긴다면, 겸손은 뺐으면 좋겠어.

내가 그분에게 너를 소개한 것보다 네가 너를 더 잘 어필해 줬으면 좋겠어."


정신이 확 들었다.


모두가 나를 괜찮은 사람이라 해주는데, 스스로는 부족한 사람이라 하고 있었다.

지금은 겸손할 때가 아니었다.


겸손이 아니라 객관적인 평가였다 하더라도, 그러면 안 됐다.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스스로를 낮춰서는 안 됐다.

나는 그 사람들이 믿어주는 나보다 더 멋진 사람이 돼야 한다.


스스로 단점을 잘 아는 것 자체는 괜찮다.

그걸 노력으로 극복하고 발전해 나가면 되는 거다.

그저 너무 자신을 낮추기만 해선 안 된다는 거다.


오늘의 글귀처럼 단점을 발전적인 방향으로 바꿔나가는 자세는 분명 큰 무기가 되어줄 테니.





이미지 출처: Adobe 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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