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영어 수업을 등록한 이유
때로는 '이것'이 우릴 움직이게 한다.
아침 7시 영어 수업을 등록했습니다.
계기는 단순했습니다.
스피킹 시험을 봤는데 예상치 못한 낮은 점수를 받은 겁니다. 회사에서 진급을 하고 부서이동을 하려면 영어 점수는 필수입니다.
특히 문과 직무는 더 그렇죠. 상사도 영어 성적의 중요성을 언급한 적이 있었습니다. 변명을 하자면 이렇습니다. 스피킹 시험이 처음이기도 했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도 있어요.
필기 영어 시험 위주인 학생 때는 별문제 없이 중상위권을 유지했습니다. 영어 교재를 읽는 것도 어렵지 않았고, 토익도 고득점을 받았었어요. 그래서 별 문제 있겠어? 하고 시험을 본 거죠. 스피킹은 엄연히 다른 영역인데 말이에요.
시험을 치는 동안 점점 막혔습니다.
처음에는 잘 대답하다가 나중에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더라고요.
몇 주후 받은 성적은 예상보다도 낮았습니다. 어디 가서 하소연할 수도 없는 게 그저 제가 스피킹이 약했고 철저히 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수치심은 꽤 오래가더라고요.
그래서 미루던 영어 학원을 등록했어요. 그것도 아침 7시 클래스를요. 아침에 출근도 힘든데 출근하기 전에 1시간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겠다고 다짐한 겁니다.
자존심 혹은 열등감. 정확히 이름 붙이기 어려운 그 감정이 저를 행동하게 만들었어요.
유튜브를 보다가 다른 사람들도 저와 비슷한 생각, 즉 부끄러운 경험으로 노력하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배우 이청아는 '살롱드립 2'에서 신인 때 "연기 못한다는 소리를 너무 많이 들었다. 딱 한 번만 잘한다는 소리를 듣고 관둬야지, 그래서 열심히 하다가 재미가 든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를 들은 배우 이보영이 "자존심 상하는 순간이 필요하다. 자존심 상해서 뭔가 한 번 확 긁어져서 눈물 한 번 쏙 빠지게 해서 이를 악물게 하는 동력이 필요하다"라고 공감했습니다.
돌아보니 제가 영어학원을 등록한 계기도 자존심이 긁힌 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약점. 그걸 알게 됐을 때. 부족한 나와 마주했을 때. 그때가 기회입니다. 사람은 그때 움직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계속 영어 수업에 출석하고 있습니다. 신기한 건 영어 학원을 등록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이 훨씬 편해졌단 겁니다.
예전보다 공부를 더 하는 것도 아니에요. 그저 1시간 일찍 일어나서 수업을 듣고 출근하는 겁니다.
그런데 마음이 더 가벼워졌어요. 시작하기 전에는 피곤할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오히려 할 일을 마치고 하루를 시작하니 에너지가 생기더군요. 그렇게 어렵던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 패턴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열등감이 우리를 움직입니다.
혹은 수치심, 긁힌 자존심일 수도 있고요.
중요한 건 그 순간을 마냥 얼굴 붉히는 순간으로만 기억하지 말자는 겁니다. 어찌 보면 그 경험이 우릴 행동하게 만듭니다. 그 행동들이 모여 성장을 하고요. 그러니 그런 감정들을 곱씹으며 슬퍼하는 대신 성장 동력의 땔감으로 쓰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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