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이야기처럼 흔해 빠진 스몰 토크가 있을까
곧 비가 올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구름이 무겁게 꽉 차 있다. 그런 날은 머리가 무거워지면서 어김없이 편두통이 몰려온다.
날씨에 따라 감정은 영향을 받는다.(받기도 한다) 봄 볕에 축축했던 마음이 바싹 마를 수도 있고, 4월의 벚꽃잎을 보고 설렘으로 알 수 없이 들떠 보기도, 금세 바닥에 떨어진 꽃잎을 보고 허무함을 느끼기도 한다. 모든 것이 갑자기 생기를 띄는 3월의 화창함이 혼자만 묵은 겨울옷을 갈아입고 나오지 않은 사람처럼 낯선 기분이 들게 하기도 한다.
감정은 공기 중에 떠다니며 내 주변을 맴돈다. 하루 종일 나를 따라오기도 하고 아침의 기분이 오후에는 다른 것들로 둘러싸여 잊히기도 한다.
감정이란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실체를 그림으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날씨로 표현하는 것도 방법 중에 하나가 될 수 있다.
하늘의 색도 빗방울도 모두 다른 모습이다. 봄비는 부슬부슬 여름 장마는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퍼부어 계단을 폭포처럼 만들 수도 있다. 답답하고 무거워진 마음을 표현하기 마스크를 쓰고 미세먼지로 가득 찬 길을 걸어가는 사람을 그린다면 꽤나 적절한 날씨의 사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