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아파트가 막 생기던 시절 우리 집은 새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무겁고 집에 비해 커 보이는 나무 장식 장위에는 장식장보다 더 크고 두꺼운 당시에는 생경하던 대형 티브이와 소형 냉장고 만한 스피커가 거실을 꽉 채우고 있었다.
현관에서 들어오면서 보이는 곳 벽의 왼쪽엔 뻐꾸기시계가 걸려있었다. 정각이 될 때마다 뻐꾸기는 나와서 몇 시인지 울음의 숫자로 알려주고 들어갔다. 3시면 뻐꾹뻐꾹뻐꾹 세 번 울었다.
인테리어에도 유행이라는 게 있고 당시에는 무거운 나무색과 그걸 닮은 뻐꾸기시계가 유행이었다.
80년대에는 커다란 괘종시계가 집, 관공서 의 품위를 높여주는 존재처럼 서있었고, 3선 의원이 가운데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어 시민들에게 나눠준 이해구 시계가 가계, 식당, 가정집 어딜 가나 있기도 했다.
90년대 후반엔 자녀방 독서실, 학원 등 아래의 숫자 시계가 없는 곳이 없었다.
2000년 이후 숫자가 없는 미니멀한 디자인의 시계, 최대한 장식을 배제한 디자인,
2010년 이후엔 시계를 많이 못 본거 같다. 핸드폰의 시계를 보고, 아이와치를 쓰는 모습이 익숙하다.
어떤 정서를 담고 싶을때 어디서 부터 시작할지 막연하다면 그림속의 나를 그 시간의 그 장소로 데려가보자.이런 것까지 신경 쓰며 그림을 그려야 하는 게 아닌 이런 것들이 장치가 되어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주는 실마리가 될 수 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