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의 중요성, 그리고 그것을 알아야 할 이유
당신의 지나온 삶에 값어치를 매겨보자. 당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당근 할 것이다. 지금 눈에 보이는 휴대폰. 얼마에 올리고 싶은가? 어제 입고 나갔던 청바지는? 지난겨울의 추억이 담긴 머그잔이라면 조금 더 받을 수도 있다. 소중한 사람이 선물해준 향수는 올리브영 세일 때 사둔 향수보다 더 값어치가 있다. 당신의 전화번호부. 팔리고 나면 기억할 수 없다. 얼마에 올리고 싶은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한 떨리는 첫 데이트의 기억. 감히 사겠다고 덤벼든다면 얼마를 부를 것인가. 마스크 없이 낯선 나라에서 맞이했던 노을의 추억. 그리고 떠올리기만 해도 행복하다 못해 울컥하는 당신만의 그 경험. 당신이 가진 것 중 가장 값진 것은 무엇인가?
얼마에 팔겠다고 가정조차 못할 만큼 소중한 것들은 아마도 물리적인 형태가 없을 것이다. 기억, 추억, 감정, 정확히 말하면, 어떤 특정한 경험. 글의 제목을 읽으며, 당신의 첫 경험에는 얼마만큼의 값어치를 매길 생각이었는가? 얼굴이 붉어졌다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이다. 기억하고 있는 첫 번째 경험, 가장 오래된 기억을 말한 것이다. 보통 4-5세 전후로 형성되어 있다. 인간의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이 그때 어느 정도 완성되기 때문이다.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지나온 기억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매일 기억이 리셋되는 대신 매일 1억을 받을 수 있다면, 수락할 것인가? 메멘토를 기억하자. 그 돈의 출처를 알 수 없다면 그것은 엄청난 공포가 될 수 있다. 설령 마음 편히 돈을 쓴다 한 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소중한 관계 역시 공통의 기억을 연료로 한다. 여기서 '기억'이란, 경험에 한정되어 있다. 심리학자들이 기억을 분류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그중 의미기억과 일화기억이라는 분류법이 있다. 의미기억은 사전적 정의나 지식을 말한다. 일화기억은 경험에 대한 기억이다. 물이 산소와 수소로 구성된다는 지식이 한여름 체육시간 시원한 냉수 한 잔의 기억보다 소중할 수는 없다.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한 것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경험이다.
머그잔을 떠올려보자. 일반적인 형태의 머그잔. 이것은 의미기억이다. '당신의' 머그잔을 떠올려보자. 코코아나 커피를 타 마시던, 회사에서 사용하는, 지금 책상에 놓여있는. 이것은 일반적인 머그잔이라는 개념적인 지식이 아니다. 당신과 관계를 맺고 있으며, 당신 삶의 일부로써 어떠한 경험과 연관되어있다. 여행지에서 기념품으로 구매를 했던 경험, 뜨거운 코코아를 호호 불며 손을 녹이고 혀를 데인 경험, 자취를 시작한 친구의 집들이 선물로 건네준 경험. 당신의 물건은 당신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당신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경험 역시 기획이 필요하다. 상품, 서비스, 행사, 브랜드. 모두 기획이 필요한데 경험만은 알아서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친 기대다. 예전의 경험디자인(=기획)이 단순히 친절한 응대에 그쳤다면, 지금의 경험디자인은 더 폭넓게, 그리고 더 세세하게 적용되고 있다. 친절한 직원을 만나는 경험만 경험이라고 생각하던 시대는 가고, 모든 접점이 경험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거의 모든 기업이 총체적인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PM(기획자)의 채용공고가 눈에 띄게 늘었다. 개발자 전성시대라고 하지만, 개발자가 늘어난 만큼 더 많은 기획이 필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경험을 디자인하는 기획자들은 매우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UX 디자이너, 서비스 기획자, 상품 MD, 브랜드 매니저. 그들은 경험디자인을 각각의 분야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매일 고민하고, 훌륭하게 성과를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야의 기반이 되는 인간 경험(HX)에 대한 종합적인 시각은 여전히 생소한 듯하다. 인간 경험에 대한 통찰력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여기까지의 내용에 공감한다면, 앞으로 이어지는 글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간의 경험에 대한 심리학 관점의 해석, 경험 디자인의 방법론, 분야별 적용에 대해 다룰 예정이다.
위 글은 책 <당신의 경험을 사겠습니다>의 초고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습니다.
전체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