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면, 지각이다.

경험의 첫 단계는 지각이다.

by 기획자 에딧쓴
이상하리만치 개운하다. 알람이 울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쏟아지는 햇빛으로 평소보다 방이 밝다. 믿고 싶지 않은 숙면. 그리고, 지각이다.


누구에게나 식은땀 흐르는 아침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이번 글에서 다루는 지각은 그 끔찍한 경험이 아니다. 당시에 지각했음을 알게 된 과정을 떠올려보자. 개운한 감각, 밝아진 방, 울리지 않은 알람. 지각(遲刻)은 늦었음을 지각(知覺)하면서 시작된다.


경험은 지각에서 시작된다.


지각은 감각기관을 통하여 외부 자극을 인식하는 것이다. 당신은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하여 이 글을 보고 있다. 전달받고 있는 자극은 화면이 내고 있는 빛이다. 우리는 귀를 통해 음악을 듣고, 코를 통해 커피 향을 맡고, 입을 통해 상큼함을 느끼고, 피부를 통해 말랑말랑함을 느낀다.


당신의 모든 경험은 지각으로부터 시작된다. 감각기관을 통해 받아들이지 못한 자극은 당신에게 경험되지 않는다. 최고의 경험을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지각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경험을 디자인하는 모든 기획자가 심리학을 깊게 공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이 글이 필요 없어지고,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성동일 짤.jpg 필요한 내용만 쉽게 정리했으니 끝까지 읽어주시면 지극히 감사드리겠습니다.


인간은 다섯 가지 감각기관을 통해 자극을 받아들인다. 경험 디자인을 위해 기억해야 할 것은 각각의 감각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다르다는 점이다. 시각정보, 청각정보는 뇌의 다른 영역에서 처리된다. 따라서 한 가지 유형의 자극은 한 가지 유형의 영역을 자극하게 된다. 그러나 한 가지 자극으로 두 가지 영역을 활성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것을 '공감각'이라고 하는데, 레몬 사진을 보고 침이 고이는 것과 같은 현상을 말한다. 레몬 사진은 분명 시각 자극이지만, 마치 신 맛을 본 것과 같이 침이 분비된다. 이러한 공감각적 자극은 단일 유형의 자극보다 뇌를 강하게 활성화시킨다.


뇌는 자극을 원한다.


시인이 공감각적 심상을 사용하는 이유, 유튜버가 자극적인 썸네일을 사용하는, 기자가 자극적인 헤드라인을 사용하는 이유는 모두 동일하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극을 원하기 때문이다. 1950년대 캐나다의 심리학자 도널드 헵(Donald O. Hebb)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식의 감각 박탈 실험이 있었다. 안대를 씌우거나 생활을 위한 최소한의 조명으로 시지각을 차단, 매우 두꺼운 솜 장갑을 이용해 촉각을 차단, 방음 공간에서 청각을 차단하는 등, 말 그대로 감각을 박탈하는 실험이다. 이러한 실험의 결과는 대체로 유사하다. 사람들은 환시, 환청 등 환각을 경험하고, 사고력 등의 인지능력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외부 자극이 사라진 채 일정 시간이 지나면, 뇌는 평소에 전달받던 자극을 전달받지 못하게 된다. 그럼 각각의 자극을 담당하던 뇌 영역에서 스스로 자극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많은 기획자들이 어떻게 자신의 상품을 자극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자극적인 맛의 식품, 자극적인 홍보문구, 자극적인 서비스, 자극적인 콘텐츠 등등. 그러나 모두가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자극이 강한 경험일수록 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는 없다. 도리어 과한 자극이 경험을 망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게다가 사람마다 자극의 민감도가 다르다. 매운 돈까스라는 동일한 경험도, 누군가는 적당히 매워서 좋다는 사람이 있는 반면, 누군가는 다음날 화장실에서 어제의 나를 저주하곤 한다.



위 글은 책 <당신의 경험을 사겠습니다>의 초고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습니다.

전체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책으로 나오게 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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