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지각의 이로움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다

by 기획자 에딧쓴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보고 들을지 선택할 수 없다. 보고 듣고 느껴지는 지각의 과정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비록 무엇을 더 자세히 보거나 들으려고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우리는 원치 않는 광고 배너를 보게 되고, 신청한 적 없는 버스 라디오 신청곡을 듣는다. 당신이 '보는 것'이 있다면 '보이는 것'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8mp5b588bg1623239430710.jpg 보기를 원치 않는 것도 시야에 들어오면 보인다.


모든 지각이 경험으로 남지는 않는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지각하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당신이 겪었던 최고의 경험 중 하나를 떠올려보라. 당신은 그날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가? 소리, 냄새, 온도, 날짜, 지나간 사람(혹은 가로수)의 수. 오래된 경험일수록, 당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위주로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에서 지각하는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된다면, 뇌는 과부하에 걸리고 만다.


뇌는 논리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최적화를 지향하며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오래된 파일을 찾기 위해 PC에서 파일을 검색해본 적 있는가? PC는 당신의 검색어를 자신이 가진 모든 파일과 대조하여 결과를 내준다. 그렇기 때문에 대조해야 하는 파일이 많을수록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당신이 위에서 떠올렸던 경험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그 경험은 그렇게 바로 떠오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지각되지 않은 것일까?




경험의 기저선을 설정해야 한다.


경험을 디자인할 때는 참여자의 지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기획자가 설계하지 않은 요소가 참여자에게 지각될 수 있으며, 기획자가 설계한 요소가 참여자에게 지각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이것을 고려하여, 참여자에게 어떤 요소를 어떻게 지각시킬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참여자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


참여자의 기저 수준에 비해 과도한 자극은 향신료가 너무 많이 쓰인 음식과 같다. 제 아무리 맛있는 향신료, 조미료일지라도 과하면 음식 전체의 맛을 해친다. 단 맛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느끼하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적당함의 기준은 기획자의 의도가 될 수도, 참여자의 기저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경험은 적당히 자극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에게 경험의 요소들을 선택적으로 지각시켜야 한다. 참여자는 그것을 관찰한다. 어떤 것은 유심히, 어떤 것은 무심히 관찰한다. 그리고 참여자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비로소 그 자극은 경험이 된다.


당신이 제공하는 경험이, 그 순간의 자극이 경험으로 남기 위해서는 그것이 기억이 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장기기억이 되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기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위 글은 책 <당신의 경험을 사겠습니다>의 초고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습니다.

전체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


책으로 나오게 된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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