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다
당신은 당신이 무엇을 보고 들을지 선택할 수 없다. 보고 듣고 느껴지는 지각의 과정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비록 무엇을 더 자세히 보거나 들으려고 노력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우리는 원치 않는 광고 배너를 보게 되고, 신청한 적 없는 버스 라디오 신청곡을 듣는다. 당신이 '보는 것'이 있다면 '보이는 것'도 존재할 수밖에 없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지각하는 모든 것을 기억하지는 못한다. 당신이 겪었던 최고의 경험 중 하나를 떠올려보라. 당신은 그날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가? 소리, 냄새, 온도, 날짜, 지나간 사람(혹은 가로수)의 수. 오래된 경험일수록, 당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위주로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에서 지각하는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된다면, 뇌는 과부하에 걸리고 만다.
뇌는 논리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최적화를 지향하며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오래된 파일을 찾기 위해 PC에서 파일을 검색해본 적 있는가? PC는 당신의 검색어를 자신이 가진 모든 파일과 대조하여 결과를 내준다. 그렇기 때문에 대조해야 하는 파일이 많을수록 시간이 오래 걸린다. 당신이 위에서 떠올렸던 경험의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그 경험은 그렇게 바로 떠오르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지각되지 않은 것일까?
경험을 디자인할 때는 참여자의 지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기획자가 설계하지 않은 요소가 참여자에게 지각될 수 있으며, 기획자가 설계한 요소가 참여자에게 지각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항상 이것을 고려하여, 참여자에게 어떤 요소를 어떻게 지각시킬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참여자는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
참여자의 기저 수준에 비해 과도한 자극은 향신료가 너무 많이 쓰인 음식과 같다. 제 아무리 맛있는 향신료, 조미료일지라도 과하면 음식 전체의 맛을 해친다. 단 맛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느끼하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 적당함의 기준은 기획자의 의도가 될 수도, 참여자의 기저 수준이 될 수도 있다.
경험은 적당히 자극적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에게 경험의 요소들을 선택적으로 지각시켜야 한다. 참여자는 그것을 관찰한다. 어떤 것은 유심히, 어떤 것은 무심히 관찰한다. 그리고 참여자가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비로소 그 자극은 경험이 된다.
당신이 제공하는 경험이, 그 순간의 자극이 경험으로 남기 위해서는 그것이 기억이 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장기기억이 되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기억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위 글은 책 <당신의 경험을 사겠습니다>의 초고입니다. 책이 출간되면서 일부 내용이 삭제되었습니다.
전체 내용은 책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너른 양해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