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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봉수 May 13. 2022

한적한, 오후의 그린.

32 Greenery 15-0343

단편소설을 쓰고 나서 항상 그 끝을 정리하고자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누군가의 상상을 방해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거 괜한 일을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됩니다. 그러나 (이 단편소설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는 미안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이렇게 써 내려간 단편소설 한 권, 한 권을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그 당시의 나는 무슨 생각을 했는가?' 라는 확실한 코멘트를 아니면 그 끝맺음을 남기고 싶은 것이 가장 큰 이유인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소설의 끝에 달린 부록과도 같은 이 글은 철저하게 저만을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 이기적인 발상인 것도 같아서 내심 좀 그렇습니다.)


'한적한, 오후의 그린.' 이라는 두 번째 단편소설을 쓸 때, 참 많은 일이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는 몰라도 상당히 오랜 기간 글을 썼던 것 같습니다. 거의 방치와도 가까운 순간이 지속되고 있었을 무렵, 회사에서 우연한 기회로 미국과 멕시코로 출장을 가게 되었고 그때 생긴 방대한 시간 (평일 업무를 마치고 퇴근을 해봐야 호텔이고, 주말 그 여유로운 시간도 결국 호텔이었기 때문에 꽤 넉넉한 시간이었습니다.) 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뭐라도 하자!'


그렇게 다시 노트북을 열어 사진을 신중하게 고르고 무슨 내용을 쓸지에 대해서 고민을 했습니다. 이국적인 곳에서 (정확히 말하면 확실히 이국이죠.) 한적한 카페에 앉아 단편소설을 쓰는  즐거움은 괜찮았습니다. 한국이었다면, 가볍게 옷을 입고 걸어서 5 정도면 카페에   있었지만 미국은 땅이 커서 그런지 몰라도 차를 타고 가야 카페가 나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볼까?' 하는 마음만 가지고는 이를 실행에 옮기기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뭐라도 하자!' 라는 그 마음 하나만 가지고 일어나서 샤워를 하고 노트북과 키를 챙겨 부지런히 운전을 했습니다. 카페에 앉아 커피를 주문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정하고 글을 쓰는 것이 주말의 일과와도 같았습니다. 나름의 즐거움과 나름의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단편소설 쓰기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저에게 있어서 그런 방치되었던 순간과 다시 의지를 불태웠던 순간들이 하나로 합쳐져 이렇게 소설의 끝을 맞이할 수 있었습니다.




일그러짐과

휘어져버린 조각과

선명한 녹색과

석양과 그림자

그리고

클래식 음악.


모든 것에 의미를 담고자 했는데, 그게 적절한 포물선과 적절한 속도를 가지고 이 단편소설을 읽어주신 분들에게 적당히 도달을 했을지는 모르겠어요. (저, 개인적으로는 뭐라도 온전하게 닿았으면 하지만요.)


의미를 담는다는 건, 멋진 일인 것 같아요. 무형의 틀 안에 무형의 무언가를 담는다는 것 자체가 멋진 것처럼요. 하지만 그게 '잘 담겼는가?' 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겠어요.


'순서와 결과' 를 생각했어요. 이 단편소설을 구체적으로 쓰기 전에요.


순서에 따라 일은 생겨나고 그 결과로 무언가가 변하거나 새롭게 생겨나는 것 같아요. 이 세상 (또는 우주) 모든 일은요. 절대라는 것은 없지만 이 부분은 그래도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이 하나의 법칙이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런 우주적인 또는 우리의 배경과도 같은 이 세상의 법칙 안에서 과연 나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생겼던 것 같아요. 때로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행동을 하는 것 같지만 때로는 무언가의 법칙 안에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한계를 느꼈던 적이 있기 때문이었어요.   


하지만, 저항 정신과도 같이 그 법칙을 깨부수고 나는 나아가야 한다! 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순서와 결과에 따라 이는 마치 석양이 지면서 그림자가 드리워지듯 그러나 다시 그 석양은 돌아올 것임을 아는 것과 같이 순응하는 것도 틀리지는 않다고 생각을 했어요.


정답은 물론 어디에도 없지만요.


뜨거운 여름날, 나뭇잎 사이사이로 태양 빛이 가득히 들어오는 정오에

한적한 카페에 앉아 글을 쓰며,

두 번째 단편소설을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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