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재미있는 회사생활 하기
“회사생활이 재미있으면 어떻게 해?
그럼 돈을 내고 다녀야지.
회사생활은 힘든 거야.”
당황해하는 내 표정을 보며 옆자리 과장님이 내게 속닥이신다.
“너라도 즐거우면 됐다 야”
첫 출근을 하기 며칠 전부터 나는 매우 설레기 시작했다. 마치 초등학교 소풍 전날 잠 못 들던 아이의 기분이었다.
내가 원하던 직무, 내가 원하던 직종, 내가 원하던 회사. 2년 동안 응축되었던 나의 마음은 애사심과 열정적으로 일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업그레이드되었다. ‘누구든 내게 일을 시켜주세요!’하는 초롱초롱한 신입의 눈망울로 선배들을 쫓아다녔다.
우리 회사는 명백한 남초회사였고, 팀 사람들도 당연히 전부 남자였다. 내 바로 위에는 나보다 6살, 10살 더 많은 선배들이 있었다. 학교에서는 남자들과 잘 어울렸으나, 아저씨들(?)을 상대하는 건 또 다른 미션이었다.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나를 챙겨주거나 혹은 불편해했다.
툭 들어와 버린 20대 중반 여자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어렵다며 직접적으로 내게 고백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오히려 좋다는 생각으로 늘 모든 사람들을 호의적으로 대했고, 밝은 성격을 무기 삼아 타 팀 사람들까지 공략해 나갔다.
사회초년생이라, 아직 어려서, 신입이니까, 때로는 여자라서. 다행스럽게도 사람들은 저런 생각들을 하며 나에 대한 평가를 보류하는 듯했고, 열심히 하는 것으로 비친 나의 태도는 신입사원으로서 Good 정도의 평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이런 칭찬은 신입사원을 더, 더 열성적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신입 여자직원이라는 이유 만으로 나는 임원들의 예쁨을 독차지하기에 충분했다. 상무님과 본부장님은 내 자리를 지날 때마다 한 마디씩 말을 거셨다.
한 번은, 본부장님께서 지나가시며 “회사생활 해보니 어때?”라고 물으셨고, 나는 “재미있습니다!”하고 해맑게 즉답했다.
그런데 뜻밖에 대답이 돌아왔다.
“회사생활이 재미있으면 어떻게 해? 그럼 돈을 내고 다녀야지. 회사생활은 힘든 거야.”
당황해하는 내 표정을 보며 옆자리 과장님이 내게 속닥이신다. “너라도 즐거우면 됐다 야”
앞으로 회사생활이 마냥 쉽고 즐겁지는 않을 것 같은 직감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