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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크 Aug 26. 2023

바닥을 기는 자존감

진짜 열심히 살았는데, 대체 왜?

“휴학 없이 졸업했으니
나에겐 1년이라는 시간이 있는 거야”


하반기 취준시장에 임하는 마음가짐이었다.

늘 남 보다 조금 빠르게 가고 있다 생각했던 나.

이번만큼은 다르다는 사실을 스스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었다.

애써 스스로를 괜찮다고 다독이는 마법의 문장.



"이번에는 진짜 끝을 본다"

는 생각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서류도, 시험도, 면접도, 그렇게 떨리진 않았다.


문제는,

마음가짐과는 별개로 취준생인 나는 ‘선택받아야 하는’ 사람이었다.

“이 정도는 내가 아쉽지”라고 생각하는 회사조차 되지 않는 날에는,

"정말 내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냐"

인사 담당자의 멱살을 잡고 싶은 심정이었다.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나는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대체 내게 바라는 게 뭐냐고,

대체 얼마나 뭘 더 해야겠냐고.





1년이 끝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압박감과 불안감 속에,

시간은 무심히도 지나가 어느덧 늦가을이 되어가고 있었다.


스스로에 대한 기대가 많이 무너지고,

점점 시니컬해지는 시점.

처음 세운 '대기업 원칙'은 슬슬 사그라들었다.


급한 마음이 든 나는

"정말 작은 회사가 아니면 면접이라도 보자",

하고 원서를 쓰기 시작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도착한 중견기업 면접 대기장.

나는 공교롭게도 대학교 과동기를 마주친다.


은연중에 “내가 더 잘났지”라고 생각했던 친구였다.

면접을 앞둔 상황에서도 떨리지 않았던 심장이 쿵쾅 소리를 냈다.

나는 애써 침착하고 밝은 표정을 하며 인사를 건넸다.



내 심리적 마지노선 같았던 그 회사에서.

하필 마주한 게 그녀였다니.

혼란스러웠고 어지럽기까지 했다.

“나 여태 뭐 한 거지?”



나는 억울했다.

나는 너무나도 억울했다.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내 스스로가,

나의 인생이 원망스러웠다.



“겨우 이 정도였구나?”
그녀의 표정이 그렇게 읽혔다.



쥐구멍을 찾고 싶었다.

마지막 자존심을 겨우 세우며,

아무렇지 않고 당당한 모습으로 보이고 싶어

먼저 점심 제안을 하고서는,


가장 빠르게 먹을 수 있는

고작 김밥천국 따위를 고르는 나.




그래, 그게 나였다.

그게 24살의 나였다.


가장 볼품없었던,

남은 거라곤 헤어진 자존심밖에 없었던.


사실은 그게 아닐 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나 스스로를 그토록 구석으로 몰아세워

갈 곳을 찾을 수 없도록 만들어버렸던,

그것밖에 할 수 없었던,



나의 24살.


그렇게 가을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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