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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이 Oct 26. 2020

직장에서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을까?

당신의 내면에는 당신을 위한 좋은 소식이 있다. 그 소식은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는지, 당신이 얼마나 많이 사랑할 수 있는지, 당신이 어떤 것을 해 낼 수 있는지, 당신의 잠재력이 얼마나 큰 지 아직 당신이 깨닫지 못했다는 것이다.
 <안나 프랭크>



누구나 자아실현의 꿈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적든, 많든, 삶의 무게를 내려놓는 그 순간까지는 내가 하고 싶었고 이루고 싶었던 그 무엇을 나 자신의 어딘가에 두고 살아간다. 그래서 여러 가지 활동을 통해 내 안에 나만의 가치를 찾아내고자 한다. 그중 가장 많은 활동이 나에게 최대한 맞는 직업을 찾고 직장에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직장에서 자아실현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점에 있어서 의문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자아실현’이란 무엇인가?


개인이 지니고 있는 소질과 역량을 스스로 찾아내어 그것을 충분히 발휘하고 개발하여 자기가 목적한 이상(理想)을 실현하는 것. 자신이 바라는 이상적 가치를 발견하고, 그 가치를 삶의 과정에서 어떻게 올바른 방법으로 실현시켜야 하는가를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자아실현의 길이다.

<이해하기 쉽게 쓴 행정학 용어 사전>

 

자아실현의 개념 안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 두 가지.
첫째, 잠재적 능력 및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개인의 본질이 갖고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발휘하는 것이다.
둘째, 질병·신경증·정신병 또는 기본적 인간 능력의 상실 혹은 감퇴 등이 가장 적게 존재해 있는 상태를 포함한다.

C. E. 실버만(미국의 저널리스트, 작가)

 

자아실현의 정의에 대해 몇몇 글을 인용해 보았다. 충분히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라고 생각된다.


대학생 시절 취업을 준비하다 보면 ‘직무적성검사’ 등을 해보기 마련이다. 검사를 통해서 나의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는 직무를 발견하기 원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진정한 내면의 내가 원하는 직무를 발견하기보다는, 뭔가 직업이 나열되어 있는 상황 속에서 나를 거기에 맞춰가는 그런 경향성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그 적성검사 결과에서 나오는 직무 및 직업군에 가까운 직업, 직장을 구해서 입사했지만, 퇴사했다. 내가 계속 그 일을 할 이유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마도 12년 이상 회사를 다니면서 나 자신이 변해 온 것일 수도 있고, 진정한 ‘나’를 발견하지 못한 채 대학을 나오고 취업준비를 했으며, 그렇게 회사를 다녔기 때문에 내가 의미를 부여하며 일을 하지 못했던 것일 수도 있다.

결국, 회사 내에서 자아실현을 이루지는 못했다.



직장인은 ‘자아실현’을 이뤄가고 있는가?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직장인들은 회사 내에서의 자아실현을 이루고 있을까?


벼룩시장 구인구직이 직장인 1,943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현재 자신의 장래희망과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다는 직장인이 10명 중 6명이라고 한다. 반면, 현재 하는 일에 매우 만족하는 경우는 10명 중 1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현재 일에 만족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발전이 없는 것 같아서’(35.3%), ‘업무에 비해 연봉이 낮아서’(24.8%), ‘적성에 맞지 않아서’(14.4%) 순으로 나타났다. <아시아경제 2020.8월>


다음으로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과 재능마켓 오투잡이 직장인 1295명에 대해 ‘N잡 의향’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보면, 직장인들 중 72.4%가 현 직장 외에 직업을 갖고 싶다고 했다.

그 이유로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해서’(78.8%)가 눈에 띄게 많았다. 다음으로 ‘제2의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서’(41.2%), ‘직장에서 해소되지 않는 자아실현을 위해서’(22%) 등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뉴스 2020.9월>



위 기사 내용들을 보면,

직장인들이 현재 하는 일에 만족을 못하고, N잡을 뛰려고 하는 궁극적인 이유는

대체로 ‘수입(보상)의 부족’과 ‘자아실현 욕구 불충분’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위의 기사 내용들이 모든 직장인들의 가치관을 대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자아실현 및 보상에 대한 욕구만 중요할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할 때쯤 떠오른 것이 있다.

바로 매슬로우의 욕구 5단계이다.


출처: https://blog.naver.com/lshsimri/221728733938



욕구는 끝이 없다. 어느 한 단계만이라도 충족된다면 만족하겠다고 말을 하고도, 이내 다음 욕구를 만족시키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직업, 직장을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누군가는 연봉이 중요하고, 누군가는 급여가 좀 적어도 좋은 사람들과 지내는 것이 중요할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자아실현의 욕구를 충족하고 싶어서 선택했을 것이다. 인간은 각자의 처한 상황, 경험 등 상호 간 맥락에 따른 욕구가 다르다.

즉,


각자 지고 있는 삶의 무게가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결국, 우리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또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직장(job)과 일(work)은 서로 다른데, 전자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하는 행위이며, 그 안에서 중요한 가치를 찾거나 하지 않는 것이고, 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 의미가 있는 것을 뜻한다.”라며 이 둘 사이에서 차이가 발생해 직장을 들어간 순간부터 후회를 하고 이직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의미가 있고 가치 있는 것보다 생계유지를 위해 돈을 벌 수밖에 없으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직업 만족도가 낮은 직장인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앞에 언급한 아시아경제 2020.8월 기사 중>


지금껏 우리는 회사에 어떻게 들어가느냐만 고민했었다. 회사만 들어가면 옛날 동화책의 ‘클로징 멘트’처럼, “그래서, 나ㅇㅇㅇ은 취업해서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말하며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사실, 회사를 통해 일을 경험한 후, 다음 커리어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그렇게 힘들고 어렵게 들어간 회사에 회의감을 느끼고, 퇴사를 고민하는 것은

애당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고민할 시간도 없이 타인의 목소리(가족, 애인, 친구, 선배, 언론, 정부 등)에 먼저 귀를 기울이고 거기에 반응하여 움직인 결과다.

우리는 자아실현을 이루면서 일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사회 시스템조차 그렇게 되어있지 않다. 스스로 깨우쳐야만 한다.






자기 자신을 아는 데서 출발한다.


하버드대에서 ‘행복학’ 열풍을 일으킨 탈 벤-샤하르의 저서 <해피어>(2007)에 나오는 ‘MPS 질문법’을 실행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최대한 자신을 이끌어내 보자.


1. 무엇이 나에게 의미(meaning)를 주는가?

    나는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는 지를 생각해보자.


2. 무엇이 나에게 즐거움(pleasure)을 주는가?

    나는 어떤 활동, 생각 등을 할 때 즐겁고 기뻐하는 지를 생각해보자.


3. 나에게는 어떤 장점(strengths)이 있는가?

    내가 갖는 강점이 무엇일지 스스로 고민해보고 부족하다면 타인에게 물어봐도 알 수 있다.


도출해 냈다면 이 세 가지의 교집합을 찾아보자. 그리고 다시 한번 자신을 생각해보자.

만일, 이 세 가지를 생각해보는 과정을 통해 나의 새로운 면을 봤다면 내면 깊은 곳에 숨겨져 있던 근원적인 내 모습일 수 있다. 진정한 ‘나’의 모습 말이다.



우리는 나를 ‘나’ 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은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또 왜, 어떻게 가는지 항상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러나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괴로워하고 때로는 방황을 하고 멀리 돌아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삶과 함께 동행하는 그 물음에 대한 답을 끝내 얻을 것이라고 믿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비로소 진정한 ‘자아실현’이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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