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영 Oct 25. 2022

하고 싶은 건 하면서 살아

엄마가 있다면 듣고 싶은 말

요즘 취미생활에 푹 빠져서 산다. 가까운 거리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얼마 전까지는 퇴근 후에 수영도 했다. 일을 시작하고는 도저히 시간 내서 하기가 힘들지만 주말이면 좋아하는 곡의 악보를 출력해놓고는 될 때까지 플루트를 불기도 한다.      


플루트는 그렇다고 해도 다른 것들은 너무 평범하다 못해 시시할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새롭고 대단한 일이다. 41살에 처음 자전거를 배웠기 때문이다. 일을 그만두고 쉬는 동안 유튜브 동영상을 보고 혼자 배운 거라 더 기쁘고 자신이 기특하다. 수영은 10여 년 만에 다시 시작한 운동이다. 결혼 전에 2년간 새벽반으로 하루를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녔는데 아이를 낳고는 좀처럼 수영 다닐 기회가 없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퇴사를 하고 쉬고 있을 때였다. 앞으로 뭘 해야 하나 고민하느라 심란한 마음이 들던 때 갑자기 이런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이를 키우면서 늘 아이에게는 뭐든 해보라고 말하면서 정작 나는 그렇게 했는가. 나는 하지도 않으면서 늘 아이에게 강요하고 강조해 온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평소 하고 싶었던 일 중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보았다.      


아이는 학교에 가고 아이가 타던 자전거가 세워져 있었다. 얼핏 혼자서도 자전거 연습을 할 수 있다고 했던 유튜브 동영상도 생각이 났다. 얼른 영상을 찾아 따라 했다. 한 번에 오래 할 수는 없었다. 한 번에 10분씩 약 일주일을 하니 진짜 자전거를 탈 수 있었다. 자전거를 타기 시작할 즈음 동네 문화센터에 수영도 등록했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수영이었지만 몸이 기억하고 있었고,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는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플루트는 수영과 자전거를 시작하기 한참 전부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사실 아이에게 해보라고 권유했던 것인데 아이가 거절하는 바람에 내가 해보기로 한 것이다. 이제는 처음 보는 악보도 더듬 더듬이지만 틀리지 않고 연주할 수 있을 정도가 되었으니 취미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이렇게 여러 가지 내가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나씩 하기 시작하니 사는 것이 조금은 재미있어졌다. 또,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싶은 마음도 생기고, 하고 있는 것들을 더 잘하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온통 아이로만 채워졌던 무채색 같고 단조로웠던 하루에 무지개 및 내 인생도 한 조각씩 끼워지고 있다.      


자전거를 탈 때 머리카락 사이로 지나가는 바람이, 수영할 때 느껴지는 물의 찰랑거림이, 좋아하는 곡을 연주할 때의 플루트의 기분 좋은 음색이 행복한 요즘이다.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릴 수 있어 아이와의 추억이 늘어나는 것이 참 좋다. 가을이 끝나간다. 낙엽이 다 떨어지기 전에 함께 자전거를 타고 달려야겠다.

이전 06화 그 사랑은 얼마인가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