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어릴 때 꿈이 뭐였더라?' 되짚어보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어렸을 때 '커서 뭐가 될 거니?' 어른들의 질문을 받는다. 뒤집어보면 너는 크면 (훌륭한)'무엇이 되어야만 한다'라는 전제가 깔려있다.
장래희망을 목표로 아이들은 열심히 공부해야 함을 강요받는다. 부모님들은 성적 향상을 전제로다양한 보상을 통해 외적동기부여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내부에서 느낄 수 있는 진정한 공부의 즐거움을 모른 채 먼 미래의 자신, 그 '무엇'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한다. 80~90년대를 보낸 나도 그랬고 2000년대를 살아가는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성공한 사람이 되려고 어른들은 남이 부러워하는 사람이 되려고, 결국 우리는 지금보다는 나은 '미래의 나'를 위해 살아간다.우리가 생각하는 더 나은 미래는 언제일까? 당장 10분 뒤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는데 언제까지 '미래의 나'를 위해 삶의 진정한 즐거움을 포기해야 할까?
이러한 우리에게 시원한 한방을 날린 셀럽들의 명언이 있다. '쿨내 나는 이효리'는 한 끼 줍시오라는 프로그램에서 초등학생에게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라는 이경규의 말에 '뭘 훌륭한 사람이 돼? 하고 싶은 대로 그냥 아무나 돼'라고 받아쳤다. 그녀의 이야기는 꼭 뭐가 되지 않아도 존재자체로 가치는 우리 자신을 바라보도록 돕는다.
또 다른 어록을 만든 건 선수시절의 김연아다. '무슨 생각을 하면서 스트레칭하세요?'라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하는 답을 해 많은 국민의 공감을 얻었다.
우리는 김연아라면 당연히 대단한 목표와 치밀한 계획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도 아침 일찍 일어나 스트레칭을 하는 순간, '졸려서 집에 가고 싶은데?'라고 생각하는 보통 사람이었다. 다만 매일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했기에 월드클래스가 되었다.
거창한 목표가 없어도 주어진 하루를, 현재를 성실히 충만하게 보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꿈은 없지만이 하는 일에 최선을 다했더니 국민 개그맨이 된 유재석처럼.
나도 늘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한 삶을 살았다. 그런데 그걸 이루고 나면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다음 목표에 대한 걱정과 불안감이 찾아왔다. '이제 뭘 이뤄야 하지?, 또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인생을 보는 관점이 바뀌지 않으면 나는 앞으로도 이렇게 살겠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기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방향성을 가지고 하루를 충만하게 보내려 한다. 꼭 무엇(what)이 되겠다'가 아니라 '어떻게(how) 지금 이 시간을 온전히 보낼 것인지'에 집중하면서 말이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언젠가 '성공한 누군가'가 되는 게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나'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