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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부대 간호사, 명절을 보내는 또 다른 방법

해피추석

by 희원다움

이번 추석 연휴는 유난히 길다. 지난주 금요일부터 이번 주 목요일까지, 하루만 휴가를 내면 꼬박 9일을 쉴 수 있다. 모처럼 긴 휴가에 동료들은 여행을 계획하거나, 고향 갈 생각에 들떠 있었다. 병원에서도 대부분의 한국 직원들은 쉬었다. 하지만 나는 이번에도 근무를 택했다.


이곳 미군부대는 한국의 공휴일과 상관없이 병원 문을 연다. 환자들은 평소처럼 예약하고, 진료도 그대로 진행된다. 그렇다 보니 인력이 부족한 날이면 누군가는 그 자리를 메워야 한다. 나는 한국 휴일에 자원해 일을 하는 편이다. 작년엔 한국 휴일에 가장 많이 근무한 직원으로 작은 상을 받기도 했다.

물론 휴일 수당이 나온다. 하지만 나는 상을 받거나 돈을 벌기 위해 나가는 건 아니다. 아마도 내 성향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조용한 병원이 좋다. 평일엔 늘 환자와 일정에 쫓기지만, 휴일 근무는 출근길부터 여유로워 마음이 즐겁다. 그리고 하루가 통째로 비는 날보다 자투리 시간을 쪼개서 쓰는 게 나에게는 잘 맞는다. 그게 더 집중이 잘 되고, 일도 효율적으로 잘 풀린다


명절엔 가끔 환자들이 “오늘도 일하세요? 아이고, 어째요. 쉬지도 못하고...”라며 안타까워한다. 그럴 땐 그냥 웃으며 말한다. “괜찮아요. 저는 이렇게 일하는 게 오히려 편하고 즐겁거든요.”실제로 그렇다.


갤럽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직장인 중 약 20~30%가 자신의 일에 몰입하고 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의료직이나 돌봄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일을 통해 ‘도움이 되는 존재감’을 느낀다고 한다. 누군가의 건강과 회복에 기여한다는 그 사실이 일의 의미로 이어지는 것이다. 나 역시 그중 한 사람일지 모른다.

물론 일만 하며 사는 건 아니다. 다만 나는, 일 하며 짬짬이 나를 돌보는 사람이다. 누군가는 온전히 하루를 쉬면서 마음을 채우고, 나는 일하면서 하루를 정리한다. 이것이 내가 하루를 잘 살아가는 방법이다. 남은 휴일에도 무탈하게 잘 보낼 수 있기를...


"모두 해피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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