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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겸비 Feb 09. 2024

산만한 우리 아이, 혹시 ADHD일까? - 기질과 장애


기질적 성향이 강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걱정이 많습니다. 혹시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발달장애 등으로 발전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합니다.


저 또한 활동적이고 주의집중을 어려워하는 아이를 키우기에, 이러한 이슈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만 5세를 막 넘긴 현재도 아이를 계속 관찰 중이고요.





강한 기질과 장애의 유사점



우리는 '(신체적, 정신적, 발달적으로)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방해되는 상황'을 표현하기 위해 '장애'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이 글에서는 생물학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정신건강 및 발달 문제를 통칭하는 표현으로 ‘장애’라는 용어를 쓰고자 합니다.



내현화 문제(내면으로 향하는 문제)

- 불안, 우울 등

외현화 문제(바깥으로 향하는 문제)

- 적대적 반항장애,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ADHD) 등

발달 관련 문제

-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 ADHD, 감각통합장애, 언어발달 지연 등



대부분의 정신건강 및 발달 관련 장애는 생물학적 요인의 영향을 받습니다. 그리고 기질 또한 뇌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생리적 반응이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강한 기질적 성향과 특정 장애가 보이는 양상이 비슷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높은 위험회피(조심성) 또는 부정 정서 기질은 불안이나 우울증, 높은 자극추구(활동성)와 낮은 의도적 통제 기질은 ADHD와 비슷한 행동 특성을 공유합니다.


또 강한 기질적 성향과 장애의 유사점은 표준화 검사(상대적 비교가 가능한 기준이 있는 검사)를 했을 때 통계적으로 어느 집단에서 양극단의 위치에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웩슬러 지능 검사의 확률 분표는 종 모양의 정규분포 곡선을 따르는데, 표준화된 기질검사도 그렇습니다. 결국 아이의 특정 기질이 강할수록 소수에 속하기에, 아이의 행동이 더욱 튀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출처:Paul & Norbury, <언어발달장애>, 박학사, 47쪽



기질이 강한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의 입장에서는 우리 아이가 보이는 특성이 '장애'에 속하는 것은 아닌지, 만약 그렇다면 명확한 진단명은 무엇인지가 특히 궁금할 거예요. 하지만 그 인과관계를 뚜렷하게 밝히기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감기 바이러스 검사처럼 특정 원인을 명확히 알아낼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람의 뇌는 아직 미지의 영역입니다. 전문가는 현재 시점에서 관찰되는 만큼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모호함과 관련하여, 임상심리학 및 유전학 교수인 다니엘 딕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디까지가 기질이고 어디서부터 장애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임상 장애가 그렇게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할 것이다. 극단에 치우친 기질을 타고난 아이가 '평균'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맞춰진 환경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뿐이다. 임상 장애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행동 양식을 규정해 놓은 것뿐이다. 그러니 아이가 문제를 일으킨다면 그것이 장애의 조건에 부합하는지 찾는 데 시간을 쓰지 말라고 조언한다. 장애는 모호하고 임의적인 기준으로 진단될 뿐이다. 의사나 치료사와 걱정되는 아이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좋다. - <차일드 코드> 315-136쪽





기질적 차이와 장애를 구별하는 기준



'우리 아이의 진단명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 현명합니다. 그렇다면, 그 도움을 줄 타이밍은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부모교육 전문가인 매리 S. 커신카는 기질적 차이와 장애의 기준을 감별하는 기준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조언했습니다.


자녀에게 기질을 다스리는 방법을 가르치고 행동을 연습할 기회를 주는데도 계속 학교에서 집중하지 못하고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며 간단한 심부름도 해내지 못한다면 당신의 직관에 따라야 한다. 활력이 넘쳐나는 다른 아이들보다도 그러한 행동의 빈도, 강도, 지속성이 한층 더한 경우라면 직관적으로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 <아이를 바꾸지 말고 긍정으로 교감하라>, 28쪽


만약 우리 아이가 특정 기질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면, 일단 관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질의 영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대체로 시간이 흐를수록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조율이 가능해집니다. 그러나 장애가 있다면 (가정에서 충분한 노력을 하고 있음에도)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 심각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감각 민감성이 높은 아이는 특정 감각으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환경을 조절해 주고 조금씩 노출시키면 어느 정도 적응이 가능합니다. 이에 반해 감각통합장애를 가진 아이는 일상생활 자체가 힘들고 특정 활동에 참여하지 못할 정도의 어려움을 느낍니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ASD)를 가진 경우에도 특정 감각이 매우 민감하거나 둔감할 수 있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머리를 감을 때마다 자지러지거나, 바닥에 닿는 감각이 불편해 까치발을 들고 다니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단순히 환경을 바꿔주는 것만으로는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ADHD는 과잉행동과 충동성, 주의집중의 어려움이 두드러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은 활동성이 매우 높거나, 지각 능력이 뛰어나지만 이를 통제하기 어려운 기질과 비슷하게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ADHD를 가진 아이들의 기질을 검사해 보면, 자극추구(활동성)가 높고 의도적 통제는 약한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나 역으로 이러한 기질을 가진 아이들이 모두 ADHD를 진단받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자극추구 성향이 매우 높은 아이가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아이가 18개월에서 2돌 사이라면 아마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위험한 상황에서 다치는 일도 많을 거예요. 그러다가 조절 능력이 생기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기질을 조율하기 시작합니다.


만 3세가 되어서도 몇 분 정도 착석하기가 힘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만 4~5세 무렵이 되면, 아무리 자극추구 성향이 높을지라도 양육이나 기관 생활 등을 통해 착석하는 방법을 배우게 되며 흥미가 없는 활동일지라도 착석이 가능해집니다.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오래 앉아있기가 힘들 수는 있습니다. 쉬는 시간에는 마음껏 뛰어다녀야 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과제를 완수하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반면에 과잉행동과 충동성을 지닌 ADHD의 경우 기저핵 또는 전두엽 등의 뇌영역 발달이 천천히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활동성(자극추구) 기질이 높은 아이보다 어려움을 겪는 기간이 더 길고 가정 내의 노력만으로 아이의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기 어렵습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했음에도 뛰어다니거나 움직이다가 과제를 끝내지 못하고, 여러 번 주의를 주어도 충동을 이기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통제 능력이 미숙한 아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긴 하지만, ADHD를 가진 아이에 비해서는 정보를 좀 더 빨리 처리하고 더 중요한 정보를 선별해 낼 수 있습니다. 반면 ADHD를 가진 아이는 무엇이 가장 중요한 정보인지 변별하고 주의를 집중하여 과제를 완수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요약하자면, 아이가 다음과 같은 상황일 때에는 관련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얻는 것이 좋습니다.


- 아이의 특성으로 인해 아이의 발달과 일상생활에 뚜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 이러한 어려움이 일관적이고, 지속적인가?

- 조절 능력의 발달을 기대할 수 있는 시기임에도 진전이 없는가?

- 가정에서 충분히 노력하고 있음에도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심해지고 있는가?





당신을 도울 누군가를 찾으세요



저는 현장에서 언어와 상호작용, 기질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만나왔습니다. 장애 진단을 두고 고심하시는 양육자도 많이 만났고, 그중엔 아이의 문제를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분도 있었어요. 특히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까지 '다름'이 '부족함'으로 받아들여지는 경향이 강하고, 발달장애 등의 진단을 받기까지의 과정 또한 녹록지 않은 것이 현실이기도 합니다.


저 또한 자극추구, 위험회피, 사회적 민감성, 인내력 등의 기질이 90백분위 이상 또는 10백분위 이하에 놓인, 그야말로 양극단에 위치한 아이를 키웁니다. 그래서 도움을 요청할 때 약간의 주저함도 있었어요. 아동학 전공자로서 아이를 더 잘 키워야 할 것 같은 마음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기질을 공부하고 다른 전문가에게 조언도 구하면서, 제가 직관적으로 잘하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는 확신을 얻고 잘 못하고 있었던 부분은 개선할 수 있었어요. 그 과정에서 오히려 자신감도 많이 얻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양육자에게 '할 수 있는 모든 도움을 받으세요'라고 권합니다. 결국 그 과정을 통해서 아이와 양육자가 가장 큰 위로와 지지를 얻고 성장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양육자는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까다로운 기질을 가지고 있거나 장애를 동반하여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다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다니엘 딕의 말처럼 좋은 전문가와의 만남은 아이와 양육자를 살릴 '생명선'이 되어줄 거예요.


필요하다면 누구에게든 육아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책을 읽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충분한 부모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가 더 까다로운 기질을 갖고 있다면 망설이지 말고 추가적인 도움을 구하라. 특히 그 기질이 아이의 삶이나 가족의 기능을 방해하고 있다면 말이다. 아이에게 부족한 기술을 과학적 근거가 있는 전략으로 가르쳐 줄 수 있는 전문가를 찾아 힘을 모으는 것은 아이에게 꼭 필요한 생명선이 되어 줄 것이다. <차일드 코드>, 322-323쪽




참고문헌


다니엘 딕(2022), <차일드 코드>, 알에이치코리아.

매리 S. 커신카(2011), <아이를 바꾸려 하지 말고 긍정으로 교감하라>, 물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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