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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겸비 Feb 02. 2024

'까다로운 아이'?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


이전에 토마스(Thomas)와 체스(Chess)의 세 가지 기질 유형-순한 기질, 까다로운 기질, 더딘(느린) 기질-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04화 순한 아이, 까다로운 아이, 더딘 아이 (brunch.co.kr)


이 중에서 '까다로운 기질의 아이(difficult child)'은 다음과 같은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 생활습관이 불규칙하며 예측하기 어려움 (낮은 규칙성)

- 환경으로부터의 자극이나 욕구 좌절을 표현하는 정도가 강함 (높은 반응 강도)

- 새로운 음식을 받아들이는 속도가 늦거나, 낯선 사람에게 의심을 보임 (낮은 접근성)

- 환경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늦음 (낮은 적응성)

- 크게 울거나 웃는 등 강한 정서를 자주 나타내며 부정적인 정서도 자주 보임 (낮은 기분)



제가 현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주로 이 '까다로운 기질'을 가진 경우가 많아요. 그만큼 양육자의 스트레스도 많은 편이고요.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요?"라고 질문하시기도 합니다.


부모들은 '까다로운 아이'를 육아할 때 많은 외로움을 느낍니다. 일반적인 육아법이 통하지 않을 때가 많거든요.


희망적인 점(?)은, 아동발달이나 교육 전문가 밑에서도 이런 성향의 아이들이 태어나고 있다는 점이에요! 이러한 전문가들에 의해 이 아이들을 이해하고 양육하는 실제적인 방법들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습니다.




'까다로운 아이'가 아닌,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




1,2번째 사진 출처: https://www.parentchildhelp.com / 3번째 사진 출처: 예스24



오늘 제가 소개할 매리 S. 커신카(Mary Sheedy Kurcinka) 또한 전문가로 활동하다가 까다로운 아들을 키우면서 기질에 관심을 갖게 된 케이스입니다. 미네소타에서 ‘아동기 자녀를 둔 가족 교육 프로그램’인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와의 갈등 해소’를 진행하며 30년 이상 양육 및 교육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커신카는 <아이를 바꾸려 하지 말고 긍정으로 교감하라(Rasing Your Spirited Child)>라는 책에서 부모들을 당황스럽게 만들고 힘들게 하는 아이들을 긍정적인 대안 표현으로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Spirited Child)'라는 용어를 제안했어요.


커신카는 토마스와 체스의 '까다로운 아이' 기준을 재정비하여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의 가장 두드러지는 특성을 5가지로 정리했습니다(모두 나타나지는 않고, 이중 일부만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6번에서 9번까지의 4가지 특성은 일부 아이들에게 나타나는 추가적인 특성입니다. 추가적인 특성이 많을수록 부모가 체감하는 육아의 어려움은 더 올라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1. 격렬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 부정적 또는 긍정적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합니다. 예를 들어 다른 아이가 훌쩍거리는 상황에서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는 고함을 지릅니다. 감정 변화가 크거나, 감정 폭발의 강도가 세고 오래갑니다.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들 중에는 조용해 보이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 내부 방향으로는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2. 고집 센 아이: 어떤 행동이나 생각이 중요하다고 판단될 때, 그것을 바꾸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원하는 바를 포기하지 않고, 자기주장을 강하게 하며 입씨름을 하기도 합니다.


3. 예민한 아이: 아주 작은 소리, 냄새, 빛, 촉감, 감정 등의 변화에 신속하게 반응합니다. 사람이 많거나 다양한 자극이 있는 곳에서 쉽게 지치고 울어버리거나, 부모의 기분이 언짢아질 때 아이가 먼저 눈치채고 고함을 지르거나 토라지기도 합니다.


4. 지각능력이 뛰어난 아이: 다른 사람들은 잘 보지 못하는 색깔, 소리, 물체, 주변 사람 등에 주의가 끌려서 해야 할 일을 잊어버릴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스팔트에 생긴 기름 자국을 들여다보느라 가던 길을 멈추고 계속 서 있을 수도 있습니다.


5. 적응이 더딘 아이: 한 가지 행동이나 생각에서 다른 것으로 넘어가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점심을 먹기 위해 게임 그만하기, 집이 아닌 곳에서 잠자기, 차에 타거나 내리기 등의 변화가 생길 때 적응이 쉽지 않습니다.


6. 불규칙한 아이: 수면, 식사 등의 일상 패턴을 파악하고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일정을 미리 계획하거나, 여러 사람이 함께 하는 행사에 아이를 참여시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7. 에너지 수준이 높은 아이: 대개 부모가 처음으로 자녀가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임을 알아차리게 되는 것은 아이의 높은 에너지 수준에 놀라게 되면서입니다. 눈을 떠서 다시 잠들 때까지 끊임없이 주변을 탐색하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다만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가 모두 에너지 수준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에너지 그 자체보다는 강도와 지속성이 중요합니다.


8. 첫 반응이 부정적인 아이: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 어느 정도 준비시간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낯선 물건, 장소, 사람, 생각 등에 강하게 저항하기도 합니다.


9. 진지하고 분석적인 아이: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 중 어떤 아이들은 경험을 세세하게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아내어 변화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축구시합에서 세 골을 넣었어도 놓친 한 골에 집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아이들은 잘 웃고 개방적이기보다는 진지하고 신중하며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커신카는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를 위해 다음과 같은 '부모 5계명'을 썼습니다. 첫 아이를 키우며 기진맥진해 있었던 저에게 많은 위로가 되었던 글이에요.



1. 나는 혼자가 아니다

성격검사에 따르면 전체 아이의 10~15퍼센트가 이 책에 소개된 활력이 넘쳐나는 유형에 속한다고 한다. 결국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를 둔 부모의 고충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사람들은 수백만 명에 달하는 셈이다.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는 괴물도 돌연변이도 아니다. 당신은 세상 최악의 부모가 아니다. 홀로 고통스러워하지 말자. 동료는 많다.


2. 내가 아이를 이렇게 만든 게 아니다 

활력이 넘쳐나는 기질에는 유전적인 요인도 작용하지만 환경적인 요인 또한 중요하다. 당신은 아이의 인생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다른 부모들, 친척, 형제자매, 선생님, 이웃, 친구, 인생 경험, 주변의 세상 등이 모두 작용한다. 당신은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지만 그건 당신만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3. 나는 무력하지 않다

(상략) 아이와 옥신각신하는 일을 줄이고 평화롭게 협력하는 것은 분명 가능한 일이다. 완벽이 아니라 완벽을 향한 발전, 이것이 우리의 목표이다.


4. 나는 스스로를 배려할 권리가 있다 

충분한 수면, 조용한 휴식, 방해받지 않고 친구들과 수다 떨기, 부부만의 낭만적인 시간 갖기, 느긋한 목욕이나 산책, 업무를 제대로 끝내는 일 등은 당신의 권리이다. 친구, 아이 보는 사람, 친척에게 도움을 청하고 잠시 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스스로를 잘 보살펴야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를 보살필 힘이 생긴다.


5. 내 곁에 있는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의 존재에 기뻐하고 감사하자

아이의 강점에 집중하자. 다정다감한 마음이나 열정, 상상력에 감사하자. 잘못했을 때보다는 잘했을 때를 기억해서 칭찬하고 몰라서 저지른 잘못에 대해 야단치기보다는 올바른 행동을 가르쳐주는 것이 마땅하다.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가 가진 특성은 어른이 되었을 때 놀라운 가치를 발휘한다. 어서 빨리 아이가 자신의 강점을 인식할 수 있도록 해주자.





'까다로운 아이',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가 어른이 되면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 아이가 커서 어떤 어른이 될까?"라는 궁금증을 가지게 됩니다. 아이의 기질이 예민하거나 까다롭다면, 궁금증을 넘어 걱정과 염려로 변하기도 하지요. 





몇 년 전에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에 오은영 박사님이 출연한 회차를 본 적이 있어요. 8개월에 1.9kg의 미숙아로 태어나 매일 밤 9시부터 아침까지 울고, 입맛도 까다롭고 약했던 아이... 하지만 오 박사님의 어머니는 동네 소아과 의사가 "잘 안 먹어서 몸이 약한 거예요."라고 이야기했을 때 "이렇게 소아과를 자주 오는 거 보니 나중에 의사가 되려나 봐요."라고 대답하고, 먹는 것도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또 어릴 적 그녀가 얼핏 잠이 들었을 때, 아버지가 지인들에게 '이른둥이였던 애가 이렇게 건강하게 컸어. 나중에 큰일을 할 거야.'라고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듣고 '나는 자랑할만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한 마음을 느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고집이 매우 셌던 그녀에게, 일리가 있는 부분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며 인정해 주면서도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객관적으로 명확히 알려주었다고 해요(자세한 내용은 아래 글을 참고해 주세요).


오은영 박사님도 까다로운 아이였다 (brunch.co.kr)


이 방송을 보면서, '과연 나의 아이는 '난 부모님에게 자랑할만한 사람이다'라고 생각하고 있을까?' 되돌아보게 되었어요. 아이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봐주고 보석 같은 점을 발견해 알려주는 것이 얼마나 강력한 힘인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고요. 그래서 활기가 넘쳐나는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의 선례를 더 많이 알고 육아에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까다로운 아이보다는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 별난 것이 아니라 비범한 아이로 새로운 시각을 가져보길 권유하며, 커신카의 글을 옮깁니다.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는 정원의 장미와도 같습니다. 이 아이에게는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합니다. 다른 꽃들은 조금씩 물만 주어도 잘 자랍니다. 하지만 장미는 특별한 손길이 가야 합니다. 자라면서 가지도 쳐줘야 하고 방향도 잡아주어야 합니다. (중략) 정원에서 장미 같은 꽃은 둘도 없습니다. 그 향기는 우리를 황홀하게 합니다. 부드러운 꽃잎이 손끝을 간지럽게 합니다. 탐스럽게 피어나 영혼을 뒤흔듭니다. 활력이 넘쳐나는 아이는 장미와 같습니다. 그래서 특별한 보살핌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가시에 찔리는 아픔을 이겨내야 정말로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도 장미 같은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참고) '까다로운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를 위한 육아서 추천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기 위한 육아서가 많이 출판되고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국내 저자의 책이나 베스트셀러보다는 잘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제가 읽은 책 중에서 괜찮다고 느꼈던 해외 번역서를 위주로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그림 출처: 예스24


아이를 바꾸려 하지 말고 긍정으로 교감하라 / 매리 S. 커신카 저, 이상원 역 / 물푸레 / 2011년

- 오늘 제가 중점적으로 소개했던 책입니다. 활기가 넘쳐나는 아이를 위한 긍정코칭법을 다루고 있습니다.


기 센 아이 길들이기 / 마이클 H. 팝킨 저, 차영희 역 / 학지사 / 2018년

- ‘적극적 부모역할 토론 프로그램(Acting Parenting Discussion Program)’을 도입한 저자가 행동이 격렬하고 고집 있고 예민하고 끈질긴 기 센 아이에게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교육 방법을 제안합니다.


차일드 코드 / 다니엘 딕 저, 임현경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 유전학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이자 두 아이의 엄마인 저자가 아이의 기질을 '외향성', '정서성', '의도적 통제'로 나누어 맞춤 육아법을 제시합니다. 특히 부정적 정서가 강한 아이를 키울 때 유용한 내용이 많습니다.


예민한 아이를 위한 부모 수업 / 일레인 N. 아론 저, 안진희 역 / 웅진지식하우스 / 2022년

- '민감성' 연구의 선구자인 저자가 예민한 아이를 키우는 부모를 위해 쓴 육아서입니다. 특히 '민감함'이 이슈인 아이를 이해하고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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