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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잇 Sep 20. 2020

코로나 19, 휴직, 그리고 패닉 바잉

인생 첫 집 장만기


나와 남편은 사내 커플이다. 회사에서 사내 커플임을 처음 공개하고 결혼을 발표했을 때, 몇몇 사람들은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았네”, “우리 회사가 잘 돼야겠네" 같은 말을 했었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는 이탈리아의 오랜 속담으로, 달걀을 몽땅 한 바구니에 담으면 깨질 위험이 있으니 나눠 담으라는 뜻이다. 


그땐 웃어넘겼는데, 지금 돌아보면 우리 부부는 정말 그야말로 한 바구니에 모든 달걀을 담은 셈이었다. 


코로나 19가 터진 지 9개월이 넘은 지금까지도, 이 무시무시한 질병은 모두의 삶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리 회사가 속한 업계는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업계 중 하나로 손꼽힌다. 전례 없는 사태 속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4월부터 전 직원이 순환 휴직을 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아직까지는 월급의 일부가 지급되는 유급휴직이다.  


남편과 나는 함께 한 달씩 휴직과 복직을 반복하며 자연스레 재테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휴직으로 인해 월급이 감소해 미래에 대한 조바심이 커졌다는 점도 한몫했고, 저금리 시대에 은행에만 돈을 맡겨놓을 순 없다는 생각에 주식 공부를 시작했다. 경제 뉴스와 유튜브를 열심히 챙겨보기도 했다.  


그리고 그맘때쯤, 6.17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었다. 발표 이후 부동산 가격이 거짓말처럼 며칠 만에 몇 천만 원씩 뛰는 걸 지켜봤다. 


‘이러다가 집을 못 사는 게 아닐까?’ 불안함이 엄습했다.  


결혼 후 현재까지 살고 있는 집은, 일단 회사와 멀다. 차로 편도 한 시간, 지하철로는 무려 한 시간 반이 걸린다. 회사와 좀 더 가까운 곳으로 이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마음 한편에  있었는데, 휴직과 함께 주어진 여유 시간과 치솟는 집값이 맞물려 결정적인 방아쇠를 당긴 셈이다.  


본격적으로 이사 생각을 하기 시작하며 마음이 조급해졌다. 몇 년 전 가입만 해놨던 부동산 카페들을 매일 들락거리기 시작했고, 틈만 나면 네이버 부동산에서 매물을 검색했다. 회사와 가까운 지역 중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곳을 몇 군데 추리고, 여러 조건들을 필터로 걸어 매물을 비교했다. 사람마다 집을 고를 때 우선순위가 다르겠지만 우리 부부가 가장 중요시한 요소는 다음과 같았다. 지하철역에서 도보로 10분 이내인 역세권이고, 회사에서 차로 20분 이내 거리일 것.  


동네 몇 군데를 추려 부동산에 전화를 돌리고 직접 찾아가 임장 해본 결과,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 지하철역에서 5분 거리에, 회사에서 15분 거리였다. 게다가 햇빛도 잘 들어오는 정남향이었다. 우리가 생각했던 예산은 다소 초과했지만, 잠깐 망설이는 사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가격을 몇 천만 원씩 올리는 ‘공급자 우위 시장 (Seller’s Market)’이라,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했다.  


그 이후부터는 일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계약서를 쓰고, 계약금을 보내고, 대출을 받고, 중도금을 송금했다. 그야말로 ‘영혼을 끌어모아' 금액을 맞췄다.  


이사 날짜까지 몇 개월이 남아 기다리고 있는 요즘, 집값이 점차 오르자 이러다가는 더 이상 집을 구매하지 못할 것이란 불안심리에 의해서 매매하는 ‘패닉 바잉' 현상 관련 기사들이 심심찮게 보인다. 그중 한 기사는 7월 한 달간 특정 구에서 아파트를 매입한 건의 42% 이상이 30대였다고 소개했다. 나와 남편이 집을 장만한 바로 그 동네다. 어, 우리 얘기다, 하고 웃어넘겼지만 왠지 씁쓸하다.  


그렇게 우리는, 코로나 19로 회사가 휘청거릴 때, 온갖 부동산 정책으로 시장이 들썩거릴 때, 한 바구니에 담은 달걀이 어떻게 될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을 때, 영혼까지 끌어모아 첫 집을 장만했다.     


어마어마한 대출금에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고, 우리의 실거래가가 네이버 부동산에 신고가로 등록되는 걸 지켜보며 마음이 쓰라리기도 하지만, 휴직으로 집에 콕 틀어박혀 넷플릭스를 보고 책을 읽으며 글을 끄적이는 나날들이 계속되자 앞으로 오랜 기간 ‘우리 집’이 가져다 줄 안정감과 행복감은 어디 견줄 데 없이 크지 않을까 싶다.  


집 값이 떨어지면 어쩌지, 라는 밑도 끝도 없는 걱정이 들 때면, 에이 그러면 평생 이 집에 눌러앉으면 돼지 뭐,라고 생각하기로 마음먹어 본다. 부동산의 전망에 대해 이리저리 말이 많고 어지러운 요즘이지만, 그래도 ‘우리 집'이 생긴다는 것, 일단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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