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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케잇 Sep 26. 2020

그럼에도 아이 한 명만 갖기로 한 이유

‘애는 몇 명 낳고 싶어?’


결혼 초반부터 지인들에게 많이 들었던 질문이다. 사실 난 아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고, 남편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무조건 애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사실 애를 낳지 않고 우리 둘이 즐겁고 여유롭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내심 생각했다. 물론 딩크족으로 상호 합의를 본 것도 아니었다. 다만 남편과 나 둘 다 확고하게 희망하는 자녀 계획이 없었기에, 그러한 질문에 ‘낳게 되더라도 한 명 아닐까?’라고 대수롭지 않게, 애매하게 대답해 왔었다.


그런데 올해 1월, 조카가 태어났다. 여동생이 아기를 낳은 것이다. 남자아이였다.


주변의 출산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임신, 출산, 육아 이야기를 들어왔었지만, 한 번도 관심 있게 와 닿지 않았었다. 그때까지는 ‘남 얘기’처럼 느껴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가장 가까운 여동생이 낳은 아이는 마치 내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준 것 같았다. 첫 조카는 눈에 넣어도 안 아프다더니, 정말 예쁘고 사랑스럽고 귀엽고 경이로웠다. 8개월이 되어가는 조카는 어느덧 훌쩍 커서 책을 읽어줄 때마다 페이지를 직접 넘기고, 마치 내 얼굴을 알아보는 것처럼 방긋방긋 까르르 웃고, 이유식을 먹으며 더 달라고 숟가락을 치며 항의한다.


조카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며, 남편과 나는 아기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조금씩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가족계획을 세우기 시작하니, 앞의 질문이 남아 있었다. '몇 명을 낳을 것인가?'


나는 두 살 차이 나는 여동생과 둘도 없는 친구처럼 컸고, 남편도 연년생인 형과 친구처럼 지내기에 우리 둘 다 형제자매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안다. 비록 어렸을 땐 치고받고 싸우며 컸으나, 어른이 된 지금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민을 터놓을 수 있고 때론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이다. 운이 좋게도 형제자매간 관심사와 성격이 비슷해서 가능한 일일 수도 있겠다.


심지어 15년 동안 함께 하다가 지금은 무지개다리를 건넌 강아지 두 마리를 지켜보며 형제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기도 했다. 한 살 차이 나는 강아지들은, 평소에는 서로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산책을 나가면 상대가 잘 좇아오고 있는지 돌아보며 확인하곤 했다. 노년이 되어서는 서로 기대어 잠드는 일도 부쩍 늘었다. 그 세월 동안 서로 함께 하며 알게 모르게 의지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내고 추억을 쌓은 형제자매는 서로의 인생에 둘도 없이 든든한 지지자가 된다. 또한 이는 많은 부부들이 아이 둘 이상은 낳아야지,라고 말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아이를 한 명만 갖기로 했다.


이는 일과 가정 둘 다 포기할 수 없는 맞벌이 부부로서 경제적, 시간적, 체력적 비용을 고려한 결정이다.


동아일보의 2019 양육비 계산기에 따르면 모든 소득 구간의 평균에 해당하는 한 가구가 아이 한 명을 낳아 대학을 졸업시킬 때까지 필요한 돈은 약 3억 8198만 원으로 집계됐다고 한다. 미취학 양육비 6,860만 원, 사교육 등을 포함한 교육비로 초등학교 9,250만 원, 중학교 5,401만 원, 대학교 8,640만 원 등이 포함된 수치다.


문제는 비용뿐만이 아니다. 지금 아이 없이 직장 생활을 하는데도 하루하루가 쉽지 않은데, 아이를 키우며 일과 병행하는 건 얼마나 힘들까. 거기다 한 명 더해 둘을 키우는 건 상상조차 안 간다. 또 현실적으로 평일 낮 동안 아이 둘을 어디에 맡길 것인가? 생각하면 할수록 한 명만 낳아 최대한 좋은 환경에서 정성을 다해 키우자는 다짐이 강해진다.


물론 살다 보면 생각이 바뀔 수도 있으나, 현재 상황 속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론 아이가 외롭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한다. 마침 동생 부부도 마찬가지인 상황이다.


그래서 우린, 조카와 우리의 뱃속 아이가 어릴 때부터 친하게 지내도록 해주자고 약속했다. 친형제자매 못지않게 가까운 사촌지간도 있지 않은가. 동생 가족과 자주 만나 시간을 보내는 사이인 만큼, 충분히 가능한 일일 것 같다.


이제 ‘엄마’, ‘아빠’를 겨우 말하는 조카에게, 내년에 태어날 사촌 동생이랑 친하게 지내면 좋겠다고 속닥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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