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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걷는 사람, 조아름

by 조아름

"많이 걸으세요."

37주 차 병원 진료를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의 처방은 단 하나였다. 이제 아기가 잘 내려올 수 있도록 많이 걸으라는 것. 그날부터 하루 1만 보씩 걷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리고 지난주부터는 남편과 함께 여행지를 고르듯이 걷기 좋은 곳을 정해 다니기 시작했다. 걸음을 핑계 삼아 커피와 디저트가 맛있는 곳을 찾아가기도 하고, 풍경이 좋은 곳을 찾아 나서기도 했다.



혹시나 걷기 좋은 곳을 찾고 있는 분들을 위해, 내가 다녀본 최고의 장소 몇 군데를 남겨본다.


1. 구경할 곳과 카페가 많은 코스

서순라길 – 안국역(계동 일대)

서촌 일대

낙산공원 – 이화동 벽화마을 – 혜화동

경춘선 공릉숲길 (카페 거리)


2. 원 없이 걸을 수 있는 코스

남산 – 신흥시장 – 후암동/경리단길

별내 카페거리 – 용암천

중랑천 산책길


3. 실내에서 걷고 싶을 때

하남 스타필드 (주말 주차 무료)

다산 현대프리미엄 아웃렛

여의도 더현대 서울 (바디프렌드 체험 추천!)


그 외에도 최근에 다녀온 용산가족공원 + 장교숙소 5단지는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인스타그램에서 용산가족공원의 단풍 사진을 보고 꼭 한 번 가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기회가 생겨 방문했다. 생각보다 규모는 작았지만, 천천히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가볍게 산책하기 좋았다.



산책을 마치고 남편이 바로 옆에 있는 장교숙소 5단지에 가보자고 제안했다. 나는 개방되지 않았을 거라고 반신반의했지만, 막상 가보니 일부 공간이 전시관으로 개방되어 있었다. 이곳은 과거 주한 미군 장교 가족들의 숙소로 사용되던 곳으로, 무료로 개방된 공간에서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었다. 한적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마치 미국의 작은 마을에 온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아직 가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한 번쯤 나들이 삼아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경의중앙선 서빙고역 근처)


3주 넘게 하루 1만 보 이상을 걸어오니 몸도 단단해지고 기분도 한층 상쾌해졌다.

평일에는 혼자 조용히 걷고, 주말에는 남편과 손을 잡고 함께 걸었다.

요즘만큼 원 없이 걷는 날이 또 있을까.



이렇게 꾸준히 걸으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니, 어제로 어느덧 출산 예정일을 맞이했었다. 처음엔 ‘이렇게 많이 걸으면 정말 아기가 빨리 나올까?’ 싶었지만, 걸을수록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도 차분해지는 걸 느꼈다.



하루 1만 보가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남편과의 소중한 대화 시간이고, 출산을 앞두고 나를 위한 작은 루틴이 되었다. 때로는 익숙한 길을 걸으며 지난날을 돌아보기도 하고, 새로운 곳을 찾아 걸으며 앞으로의 날들을 기대하기도 했다. 어떤 모습으로, 어떤 순간에 우리 허니가 세상에 나올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건 이 기다림의 시간조차도 사랑스럽고 소중하다는 것이다.



잊지 못할 나의 걷는 삶 :)

허니가 나오면 또 같이 많이 걸어야지!






허니야, 어제와는 달리 오늘 허니의 태동은 활발했어:) 이제 곧 만날 날이 정말 다가오는 거 같아.

엄마는 언제든 널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어.

그러니 허니가 원할 때, 네가 가장 편한 순간에 세상에 나와도 좋아.

엄마, 아빠가 두 팔 벌려 환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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