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시작과 함께 만난 죽음의 문턱

by 조아름

지난 브런치북 "너를 만나러 가기 전 D-30"을 마무리한 뒤, 아가를 만난 소식을 전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가를 만나기 전, 기대에 부풀어 글을 쓰던 시간은 참 행복했고,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을 무척이나 빨리 독자들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늦어진 그날의 이야기를 이제야 전하게 되었다. 지금이라도 이 소중한 순간을 나눌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다. 혹시 아기 소식을 기다려 주신 분이 계셨다면, 그리고 묵묵히 함께해 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지난 2월 27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자 가장 두려웠던 날이었다.
출산을 위해 유도분만을 진행한 지 이틀째, 갑작스러운 고열과 오한이 찾아왔다. 내 몸은 빠르게 이상 신호를 보냈고, 결국 응급 제왕절개 수술이 결정되었다. 자연분만을 준비하면서 두렵고 피하고 싶었던 제왕절개 수술이 진행되고 회복실로 옮겼졌다. 하지만, 아기를 낳은 순간이 끝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때부터 내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일이 시작되었다.



수술 후 회복실에 누워 있던 나는 갑자기 숨이 멎을 듯한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단순한 기침이 아니었다. 마치 내 몸속의 모든 공기를 빨아들이듯, 멈출 수 없는 기침.

수술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절개 부위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했지만, 숨을 들이마시는 것조차 어려워졌다. 원장님과 간호사들이 다급하게 몰려들었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되었다. 나는 결국 119 구급차에 실린채 서울의료원으로 긴급 이송되었다.



응급실로 들어서자 의료진들은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보호자에게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상황을 대비하라는 설명이 들렸다. 보호자 남편과 산부인과에서부터 따라오신 원장님이 뒤편에 보였다. 호흡곤란은 계속 이어졌고 이러다 내 호흡이 끊킬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 순간 이제 막 낳은 우리 아가와 남편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면서 나에게 죽음이 멀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때 내 머릿속에 솟구치는 단 하나의 질문

“내가 지금 죽는다면, 천국에 갈 수 있을까?”

살아오면서 한 번도 던져본 적 없는 진지한 질문이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답했다.

“네, 저는 확신할 수 있습니다. 저의 숨을 주님께 맡겨 드립니다.”

인간의 가장 나약한 순간에 할 수 있는게 없는 것을 알았으니 가장 진실한 순간이었다.

그 말과 함께 모든 두려움이 사라졌다. 눈앞이 흐릿해지고, 몸은 여전히 고통 속에 있었지만, 마음은 평안했다. 괴로움에서 평안으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의료진들은 다급하게 움직이며 내 몸에 여러 개의 호스를 연결하고 주사바늘을 꽂았다. 내 이름을 부르며 의식을 확인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기적처럼 꺼져가던 내 호흡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처음 응급실 도착했을때, 희미한 시야 속에서 나에게 얼굴이 너무 안 좋다며 다른 병원으로 보내려 했던 의사가 다시 보였다. 그는 중환자실로 향하는 베드에 놓인 나를 보며 말했다.
"처음 왔을 때보다 혈색이 많이 돌아왔네. 저 환자."

그렇게 나는 다시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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