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배운 것들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중환자실 생활 6일간, 일반병실에서의 생활 3일간
중환자실에서는 특히 핸드폰도 가지고 있을 수 없어 그저 침대 위에서 여러 주사바늘로 묶여진 채 누워 생활을 했다. 하루 이틀 보내다 나는 남편에게 글을 쓸 수 있는 다이어리와 성경책을 부탁하여 병실에 있는 동안 글을 쓰며 생각을 정리했고 성경책으로 위로를 받았다.
가장 나약한 모습으로 병실에서 일주일 넘게 지내며 내가 배운 것들이 있다.
1. 삶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중환자실에 누워 있던 나날 동안, 그동안 당연히 누렸던 모든 것들에 새삼 감사함을 느꼈다. 눈을 감고 다음 날 아침 눈을 뜨고 호흡할 수 있음에 감사했고, 출산 전날부터 3일간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을 때 당연히 하루하루 마셨던 물 한모금에 감사할 수 있었고, 병원 침대에 묶인 채 있는 동안 스스로 몸을 움직이고 걸을 수 있음에 감사했으며,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짓는 것. 평소에는 너무도 사소하게 여겼던 순간들이 중환자실에서는 기적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내가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나를 위해 눈물로 기도해 준 사랑하는 사람들, 그들의 사랑은 당연한 것이 아니었음을.
숨 쉬는 것조차 감사해야 하는 순간이 온 그 시간을 통해, 두번째 삶을 살 듯 살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그곳에서 값진 것들을 배웠다.
2. 죽음 앞에서 남는 것은 단순한 진실
호흡이 가빠지고 숨이 끊킬 듯 해질 때, 머릿속을 스쳐 간 것은 돈도 명예도 집도 아니었다. 오직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과 단 하나의 질문, ‘내가 지금 죽는다면, 천국에 갈 수 있을까?’라는 물음이 머리 위로 떠올랐다. 남편과 이제 막 낳은 우리 아가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가슴은 많이 아팠지만 죽음 이후에 또 다른 곳이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곳은 천국이며 나는 그곳을 향한 확신이 있었다.
'네 주님, 저는 확신합니다. 저의 숨을 주님께 맡겨드립니다.' 이 고백과 함께 가쁜 호흡과는 달리 마음은 평안해졌다.
죽음 앞에서는 참 단순하고 명료했다.
3. 믿음이 나를 살게 했다
절망 속에서 내가 붙잡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믿음이었다. 죽음을 직면한 순간, 나의 영혼이 가장 먼저 떠올린 것은 욥기서의 말씀이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 (욥기 23:10)
성경 인물 중 욥은 가장 정결한 자였으며 그를 시험하려는 사탄 앞에서 하나님은 그를 의로운 자라고 자랑하셨다. 그런 욥을 두고 사탄과 하나님이 그의 신앙을 시험해보는 대결을 한다. 욥은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들인 가족, 건강, 재산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럼에도 여전히 하나님을 경배하고 믿음을 잃지 않는다. 그는 하나님께 보인 믿음을 통해 더 큰 은혜를 얻게 되는 이야기로 욥기서는 종결된다. 사경을 헤매이던 중 그 말씀이 나에게 살아 숨쉬듯 다가왔고 내 숨을 주님께 온전히 맡겼다. 그리고 기적처럼 호흡이 돌아왔다. 신기하게도, 생명을 붙잡으려 애쓸 때보다 내려놓았을 때 더 평안했다. 두려움보다 믿음을 택했을 때, 기적이 나에게 일어났다. 주님께서 주신 이 모든 체험을 간증하며 살겠다고 고백한 순간 나는 살아났다.
4. 낮은 곳으로
나의 병명은 스트레스성 심근병증.
갑작스럽게 심장이 멈추었고, 폐에는 물이 차올라 숨이 가빠졌다. 타이밍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나는 이 글을 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중환자실에서도 며칠간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 사실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아기를 낳자마자 안아보지도 못한 채 신생아실에 맡겨두고, 언제 퇴원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날들이 이어졌다. 밤마다 눈물을 흘리며 잠들었다. 하지만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나보다 더 아픈 이들이었다.
한 달 넘게 중환자실에 누워 계시는 어르신들, 산소호흡기에 의지한 채 하루하루를 버티는 환자들, 끝내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겨지는 앞자리 할머니…. 그곳이 아니었더라면 나의 시선에는 담기지 않았을 삶들.
그들을 보며 깨달았다. 낮은 곳으로 나를 초대한거구나
이 병실을 나가게 된다면, 아픈 자들을 위해 기도하고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다고 다짐했다. 환자들을 위해 밤낮없이 헌신하는 의료진을 보며, 나의 달란트가 가장 나약한 이들을 위해 쓰이길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낮은 곳에서 비로소 보인 것들이 있다.
중환자실을 나와 일반병실로 옮긴 후 퇴원 후에도 나는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다. 여전히 조심해야 하고, 통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내 마음은 더 단단해졌다. 이전과는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고, 매 순간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
나는 여전히 배워가는 중이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다. 중환자실에서 보낸 시간은 나를 더 강하게, 더 감사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두번째 얻은 삶인 만큼 나만을 위한 인생이 아닌 낮은 곳에 있는 이들의 삶을 돌볼 수 있는 자로 살아갈 것, 나는 이 깨달음들을 삶에 새기며 살아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