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by 조아름

출산 전후의 모든 준비는, 결국 하나도 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자연분만을 하고 싶어 출산 전부터 요가와 호흡법을 꾸준히 연습했고, 모유수유에 대한 로망을 이루기 위해 관련 정보도 미리 공부해 두었다. 예정일에 맞춰 산후조리원을 예약하고, 이후 산후관리사 고용 서비스까지 빠짐없이 준비했다. 엑셀파일 가득하게 준비했던 나의 출산준비 리스트를 보면 다들 깜짝 놀란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나는 MBTI가 ENFJ, 스스로를 ‘계획형 인간’이라 자부할 정도로 모든 일정을 치밀하게 세우고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그런 내게 출산은, 그 틀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사건이었다.



자연분만을 시도했지만 갑작스러운 고열과 오한으로 인해 응급 제왕절개 수술을 하게 되었다. 제왕절개는 내 시나리오에 없던 결말이었다. 혹시나 제왕수술로 마무리될까 봐 마음 한편에 불안함이 있었지만, 나는 끝까지 자연분만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 불안을 이겨내려 했었다.



그러나 나는 결국 수술대 위에 올라 있었다.
몸이 너무 힘들었던 터라 예상보다는 덜 두려웠지만, 하반신만 마취된 상태에서 의식은 또렷했고 수술의 전 과정을 생생히 느낄 수 있었다. 그 감각을 맨 정신으로 견딘다는 것이 두려워, 의사 선생님께 "저를 재워주실 수는 없나요?"라고 물었을 정도였다. 큰 문제가 없는 한 수면 마취는 하지 않는다고 했고, 나는 의외로 잘 견뎌냈다.



뱃속에서 아기의 체중은 3kg가 되지 않을 거라 했지만, 아기는 3.26kg으로 튼튼하게 태어났다. 수술을 마치고 회복실로 옮겨진 나는 마취에 취해 잠이 들었고, 곧 깨어나 아기를 안을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예상도 빗나갔다. 눈을 뜨자마자 나는 갑작스러운 호흡 곤란으로 대형 병원 응급실로 전원 되었고, 아기를 한 번도 안아보지 못한 채 옮겨져야 했다.



스트레스성 심근병증이라는 진단과 함께 약물 치료를 받게 되었고, 꿈에 그리던 모유수유는 멀어져 버렸다.
가슴으로 아기를 품고, 내 몸에서 나오는 첫 모유를 먹이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현실에 며칠간 눈물을 흘렸다. 주변에서는 요즘 분유도 잘 나오니 너무 슬퍼하지 말라고 위로했지만, 인생에서 단 한 번 뿐일지도 모를 그 순간을 놓친 아쉬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 선택 덕분에 내 몸은 빠르게 회복되었고, 아기를 더 빨리 만나고 돌볼 수 있었다.



출산 직후 나는 일반 병실이 아닌 중환자실에서 회복해야 했고, 이후의 모든 일정은 줄줄이 꼬였다. 산후조리원은 다행히 일정 조정이 가능했지만, 산후관리사는 문제가 되었다. 다음 산모 일정이 있어 내 스케줄에 맞추기 어렵다는 연락을 받고 업체를 새로 알아봐야 했다. 그럼에도 이상하게 마음은 평온했다.



꼭 누군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 나와 아기를 지켜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결국 걱정과 달리 원래 예정되어 있던 산후관리사님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그분은 친정엄마처럼 나와 아기를 정성껏 보살펴주셨고, 함께한 3주는 잊지 못할 위로의 시간이었다.



돌이켜보면, 내 출산 여정은 계획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그 혼란과 예외의 순간들 속에서, 나는 삶이란 것이 결코 내 계획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는 것을 깊이 배웠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은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 안에서 나는 따뜻한 사람들을 만나 진심 어린 위로를 받았다. 정신을 잃지 않도록 내 이름을 계속 불러주던 병원 선생님들, 중환자실에서 내 눈물을 닦아준 간호사 선생님들, 조리원에서 만난 비타민 같은 마사지 선생님과 원장님, 조리사님들… 그리고 마치 친정엄마처럼 함께 해주신 산후관리사님. 그 모든 만남은 내 출산이라는 드라마에 잊지 못할 분들이었다.



출산을 계획할 땐 마치 퍼즐을 맞추듯 모든 조각이 완벽하게 들어맞길 바랐지만, 현실은 퍼즐이 아니라 물처럼 흐르는 여정이었다. 처음엔 낯설고 무서웠지만, 그 흐름에 몸을 맡기자 뜻밖의 평온과 따뜻함이 나를 감쌌다. 완벽한 계획은 무너졌지만, 그보다 더 완전한 인생의 순간이 찾아왔다.



이제는 안다. 인생은 꼭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그 흐름 속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걸.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그 모든 순간 속에서, 진짜 내 삶의 이야기가 천천히 써지고 있다는 것을.



그 여정은 나를 한층 더 성숙하게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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