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를 낳고 나서 생각보다 몸이 힘들었다. 하지만 더 버거웠던 건 들쑥날쑥한 감정 탓에 마음까지 지쳐갔다는 점이었다. 평소 생리전 증후군조차 크게 겪지 않았던 나였기에, 출산 후 호르몬 변화로 인한 산후 우울이 나에게 찾아올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별일도 아닌 것들이 내 마음에 커다란 돌처럼 던져졌고, 그 돌에 맞은 듯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순간들이 찾아왔다.
나는 지금 남편과, 아빠, 여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 덕분에 남편이 출근한 뒤에도 혼자 독박육아를 하는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키우는 일이 항상 편안한 것만은 아니었다. 나를 위하는 말이나 행동조차도 의도와 다르게 해석되어 마음에 콕콕 박히곤 했다.
아이가 내 품이 아닌 이모인 여동생의 품에서 더 잘 안겨 있는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 마음이 흐려졌고, 아기가 울기라도 하면 걱정된다는 듯 방에서 급히 나오는 아빠의 모습에 괜히 내가 아기를 울렸다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면 마음이 점점 조여오고, 눈물은 수도꼭지를 튼 듯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당황스러웠다. 평소의 나였다면 그런 감정은 그냥 흘려보냈을 것이고 이토록 쉽게 눈물을 흘리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호르몬 변화로 인한 산후 우울이었던 것이다.
다행히 그런 나를 다정하게 다독여 준 사람들이 있었다. 우리 집에 3주간 방문해 준 산후관리사님, 그리고 가장 가까이에서 조용히 내 마음을 이해해 준 여동생. 그들의 따뜻한 위로 덕분에, 지금은 한결 마음이 가라앉았다.
출산 전에는 체력 하나는 자신 있었던 나였다. 하지만 많은 산모들이 겪는다는 어깨, 손목, 골반까지 오는 통증을 피해 갈 수 없었다. 매일매일 무게가 늘어가는 아기를 안고 움직이는 일이 점점 힘에 부쳤다.
나는 일찌감치 체중이 훌쩍 빠져 버려 임신 전 몸무게를 갖췄다. 산후 다이어트는 걱정 해 볼 겨를도 없었다.
우리 아기는 허니문에 찾아와 주었고, 임신 과정은 비교적 순조로웠다. 하지만 출산만큼은 결코 쉽다고 말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첫 번째 글에서도 이미 전한 것처럼, 아기를 낳자마자 나는 심장 기능이 멈추고 폐에 물이 차 호흡 곤란까지 겪었다. 급히 큰 병원으로 전원되어, 간신히 다시 숨을 선물받을 수 있었다.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아찔하다.
그렇게 힘겨웠던 출산을 지나, 산후 우울이라는 또 다른 시련이 내게 찾아왔다. 나는 몸도, 마음도 바닥까지 무너지는 듯한 시간을 지나며 한 생명을 품에 안았다.
그 시간 동안 내 곁엔 많은 이들이 함께하고 있었다. 아기와 나를 위해 기도해 준 교회 식구들, 친정엄마처럼 늘 내 곁에 있어 준 여동생, 그리고 언제나 묵묵히 곁을 지켜준 아빠와 남편.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며 나는 알게 되었다.
나는 혼자가 아니었고, 혼자여서도 안 된다는 것을.
새로운 생명을 맞이한다는 것은 단지 기쁨만으로 이루어진 일이 아니며, 때론 눈물 속에서 더 단단히 피어나는 여정이라는 것을.
아직도 서툴지만, 그렇게 나는 조금씩 ‘엄마’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