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는 학교에서 적응도 잘하고 즐겁게 다니는 편이다. 그래도 가끔 이런 얘기를 한다. '매일매일이 주말이었으면 좋겠어.' 엄마아빠와 매일매일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한다. '그래. 엄마도 00가 학교 가면 보고 싶어.'라고 답해준다.
보고 싶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매일매일 시간을 꼭 같이 보내고 싶은 건 아니다. 이런 모순되는 기분을 어떻게 표현할까. 그니까 잠든 아이의 모습을 보면 너무 뿌듯하고 이쁘고 귀엽지만, 막상 깨우고 싶지는 않은 마음이랄까.
빌리 아일리쉬의 홈스쿨링에 관한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그녀는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부모들은 '게을러서'라고 직설적으로 얘기를 한다. 그녀와 그녀의 오빠는 모두 홈스쿨링을 했다. 그녀는 모든 걸 일상에서 즐겁게 배웠다고 한다. 예를 들면 엄마와 요리를 하면서 말이다. 그녀에게 학교교육은 일방적으로, 강제적으로, 아주 지루한 방식으로 배움을 강요하는 곳이었다.
빌리 아일리쉬가 말하는 부모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이유
인터뷰를 보는 순간 엄마의 마음은 움찔한다. 엄마로서, 그녀의 말이 '말도 안 되는 허튼소리'라고 부정할 수 없다. 아주 막연하게 딸아이와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홈스쿨링이란 걸 해볼까 라는 고민을안 해본 건 아니다. 하지만 엄두가 나질 않는다.
그녀의 속도대로, 그녀의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가르치기도 하고 놀 수도 있는 이상적인 엄마라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의 엄마는 인내심도, 지혜도 역부족이다. 스승이라는 역할이 얼마나 많은 덕목이 필요한 건데,엄마에게 그런 것까지 요구하는 건 무리가 아닌가라며 스스로 항변도 해보지만, 가끔은 잘 모르겠다. 글로 된 지식이 아닌, 실생활에서 익혀가는 게 진정한 교육이긴 한데...
아이의 교육은 늘 어려운 문제다.
현실 엄마는 '엄마표'도 시도하지 않는 '게으른' 엄마이다. 즐겁게 가르치는데 소질이 없음을 진작 깨달은 일인이다. 배우는 즐거움을 엄마가 망쳐서는 안 될 일 아닌가. 엄마는 엄마표 밥만 챙겨줘도 대단한 일 아닌가?
왜 이런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선생님들 미치기 직전에 방학하고 엄마들 미치기 직전에 개학한다는 웃픈 이야기. 그래서 선생님들이 늘 고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