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브페스토와 태양샐러드

by 달리아

두 번째 허벌리스 수업 시간에는 우리나라의 여러 허브들을 배웠다. 너무도 흔히 볼 수 있는 민들레, 질경이, 쑥 등이 너무나 귀한 허브였다니 새삼 풀들이 새롭게 보였고, 수업을 듣고 나서는 낮은 곳을 유심히 보며 다니게 되었다.


봄이 한창인 숲밭에서는 지난주에 눈에 잘 띄지 않았던 여러 허브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우리는 그 허브들을 필요한 만큼 수확해서 함께 페스토를 만들었다.


믹서기가 아닌 절구로 빻아야 허브의 약성이 잘 보존된다고 했다. 절구질을 하니 허브들을 향기가 더 짙게 느껴졌다. 허브가 어느 정도 짓이겨지면 잣과 호두 등 견과류와 기름을 넣고 더 빻다가 병에 넣고 마지막으로 병 위에 기름막을 둘러주면 된다고 했다.(그래야 곰팡이 등이 안 생긴다고 하셨다.)

페스토를 만들고 남은 허브들과 꽃들로는 샐러드를 만들었다. 주황빛 카렌듈라와 보랏빛 차이브와 타임, 노란빛 유자드레싱은 색도 맛도 참 잘 어울렸다. 샐러드 이름은 태양처럼 펼쳐진 카렌듈라에서 영감을 받아 태양샐러드라고 지었다. ;)


귀한 음식을 누구와 나눌까 떠올리다 둘째 임신 후 입덧으로 고생하는 어린이집 엄마들이 생각났다. 허브를 수확할 때부터 함께 먹을 사람들을 떠올렸는데, 다행히 엄마들이 허브의 향과 맛을 너무나 좋아하며 잘 먹었다. 뱃속의 아가들까지 기뻐하는 것만 같았다. '내가 먹는 게 곧 나'라고 하는데, 허브와 꽃을 먹은 몸은 얼마나 향기로울까 싶었다.

식물들을 심고, 돌보고, 수확하여, 소중한 이들을 위해 요리하고, 나누는 모든 과정에는 기쁨이 있다. 무엇보다 두 손과 몸을 하는 부지런히 움직이며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나를 느끼는 순간들이 참 행복하다.


허벌리스트는 살리고 돌보는 사람이라는 첫 시간의 말이 기억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을 소중히 품은 엄마들의 모습이 참 소중히 느껴진다. 땅 위에 두 발을 딛고 설 때면, 수많은 씨앗들과 생명들을 품고 있는 땅이 엄마처럼 나를 안아주는 것만 같다.

모든 생명들이, 그리고 생명들을 품은 모든 엄마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기도한다.


오래된 기도가 새 날들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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