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수확한 허브들로 피클을 담갔다. 잘 소독한 300ml가량의 유리병에 마늘 세 쪽을 넣고 허브를 채운 뒤, 에일 맥주를 반 붓고, 나머지 반은 식초로 채워 뚜껑을 반만 닫아 일주일간 보관 후 먹으면 되는 것이다. 직접 키운 허브들로 무언가를 만들 때, 누군가의 건강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함께 나눌 사람들을 떠올려보라는 강사님의 말씀이 기억에 남았다. 마침 일주일 뒤에 잡혀있던 글방 모임 일정이 떠올라 글방 멤버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며 피클이 잘 익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오늘 글방 모임 날이 되었고, 마침 서촌에서 집을 짓고 사시는 분의 집에서 밥을 먹으며 모임을 하게 되었다. 나는 허브의 향이 잘 베인 수제 피클과 함께 지난주 수확해 온 허브들과 꽃에다 프릴아이스, 적채, 루꼴라를 더해 샐러드를 만들었다. 칼라방울토마토와 블루베리, 부모님께서 기르신 사과까지 넣으니 잎과 꽃과 열매가 모두 들어간 풍성한 샐러드가 만들어졌다.
샐러드의 생생한 빛깔과 풍요로운 느낌이 하와이와 닮아있었다. 마침 함께 한 다른 멤버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하와이 쿠키와 마카다미아와 커피를 가져와서 마치 하와이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을 들었다. 하와이에 다녀왔다는 분들은
"천국에 공기가 있다면 하와이의 느낌일 것만 같다."
며 맞장구를 치며 웃으셨다.
나는 그렇게 함께 웃으며 아낌없이 나누고, 맛있는 것들을 먹고, 서로의 글,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글쓴이의 삶에 온전히 귀와 마음을 기울이는 그 순간이 마치 천국의 풍경처럼 느껴졌다. 선뜻 공간을 내어주어 맛있는 밥과 국과 찬을 차려낸 마음, 좋은 나눔을 위해 고민했을 마음들이 만나 몸과 마음이 따뜻하고, 풍요롭게 차오르는 순간들이 펼쳐졌다.
이처럼 다채로운 밥상과 디저트들을 나누고, 서로의 글을 나누는 내내, 나는 내 안의 무언가가 뭉클하게 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에 이름을 붙인다면, 그것은 '행복'일까. 그 단어로 이 마음을 다 담을 수 있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이 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게 기뻤다. 그 덕에 이 생을 더 사랑하며 살 수 있으니 말이다. 감사의 달이라는 5월이 붉은 장미처럼 흐드러지게 피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