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후 한 달여 만에 퍼머 커쳐 숲밭에 갔다. 여러 무성한 풀들 사이에서 생강과 강황 잎이 쑥 올라와 있었다. 무더위와 장마를 잘 이겨낸 허브들과 여러 작물들이 참 고마웠고, 대단해 보였다. 선생님께서는 이 시기에 풀을 잘 뽑아주고 밭을 잘 관리해야 가을 동안 허브들이 잘 자란다고 하셨다.
풀을 뽑아내는 것은 마치 내 안의 여러 마음들을 정리하는 것과 비슷한 작업처럼 느껴졌다. 우리 안의 여러 씨앗 중 좋은 마음의 씨앗에 물을 주고 기르라고 하셨던 팃낙한 스님 말씀도 떠올랐다. 풀을 뿌리까지 뽑은 자리 땅의 향기가 퍼지며 허브와 작물들이 숨을 쉬는 것만 같았다.
몇 사람이 함께 1시간 정도 밭을 매고 나니 숲밭 전체가 길게 늘어져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자르고 단장한 듯 깔끔해진 느낌이 들었다. 풀들에 가려졌다가 모습을 드러낸 허브 가운데에서 '러시안 세이지, 화이트 세이지, 로즈메리, 타임, 민트' 등을 수확해서 스머지 스틱을 만들었다.
스머지 스틱은 허브 다발을 길게 막대기처럼 끈으로 묶은 것으로 말려서 태우거나 습한 공간 등을 정화하는 역할을 한다. 북미 원주민들은 의식 전에 몸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주로 마른 세이지 스머지 스틱을 태웠다고 한다. 현대에는 새 집 냄새 증후군을 완화하거나 방향제 대신에도 널리 쓰인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말린 세이지를 사서 몇 번 태워본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만들어본 건 처음이었다. 허브를 다발로 만들어 꽉 묶으니 향이 더 살아났다. 집에 돌아와 아이들에게 보여주니 코를 킁킁거리며 향이 좋다고 2층 침대에 매달아둔다. 어제 북미 원주민 관련 워크숍이 너무나 좋아 다음엔 더 길게 프로그램을 기획하려는데, 잘 말렸다가 그때 써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땅과 허브와 하늘과 꽃들을 만난다는 것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기쁨을 준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향과 색을 지켜내며 자라고 피어나는 존재들이 주는 힘과 위로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허벌리스트가 되려면 식물들을 느끼고 교감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데, 그런 마음이 있을 때야 땅과 자연과 식물들을 착취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공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더 많은 이들이, 특히 자연 결핍에 시달린다는 요즘의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땅과 자연을 자주 접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의 품 안에 깊이 안겨본 이에게는 누군가를 안고 돌볼 수 있는 품이 생긴다. 내 삶에서 힘든 순간마다, 자연은 내가 어떤 모습이든 나를 그대로 받아주었다. 그처럼 온전히 내어주는 사랑을 온몸으로 받는 경험을 통해 나는 세상으로 두 팔을 더 뻗게 되었다.
밤낮으로 꽤 서늘한 날씨와 풀벌레 소리들이 가을을 알려준다. 스머지 스틱 다발의 향이 방 안 전체에 퍼진다. 더위와 장마를 이겨내고 더 깊이 뿌리내렸을 허브의 짙은 향을 깊이 들이마신다. 이 향기를 세상에 널리 전하고 싶다. 아픈 몸과 다친 마음이 상하지 않기를... 아름다움과 사랑 속에서 치유되고, 향기로 채워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