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들며, 숲밭에도 여러 변화들이 많다. 유난히 무덥고, 습했던 여름을 잘 이겨낸 허브들은 향과 약성이 더 강하다. 허브와 꽃들 사이로 호박벌이나 잠자리, 방아깨비, 나비들이 날아드는 모습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지난주엔 호랑나비 두 마리가 춤을 추듯 날아다니는 모습을 마치 공연을 보듯 감상했다.
각종 허브들을 모아서 물을 넣고 끓여서 우려낸 물은 여러모로 쓰인다. 그대로 목욕을 해도 좋고, 대부분 차처럼 마셔도 된다. 거기에다 글리세린, 코코넛 등으로 만든 식물성 계면활성제 등을 넣으면 샴푸도 되고, 식초를 넣으면 천연 린스(컨디셔너)도 만들 수 있다. 그렇게 만든 샴푸는 머리뿐 아니라 온몸용으로 사용 가능하고, 세제로도 쓸 수 있으니 여러모로 활용도가 높다.
가을날엔 부지런히 허브들을 수확해 말려두어야 한다는데, 덕분에 이것저것 만들고 나서는 숲밭 곳곳을 누비느라 바쁘다. 지난주엔 취꽃, 쑥부쟁이꽃, 곽향(방아꽃), 박하꽃을 수확했는데, 모두 말려서 차로 마시면 폐에 좋은 허브라고 하셨다. 나는 꽃다발을 만들어 지난주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센터피스에도 두었더니 너무나 아름다웠다.
몇 주 내내 숲밭 곳곳은 메리골드가 작은 해님들처럼 피어 땅을 환히 밝히는데, 메리골드는 눈에 특히 좋은 차가 된다셔서 이 또한 잘 말려두고 있다. 정말 허브 수업에 다녀갈 때마다 향기 가득한 허브와 꽃을 한 아름 품으니, 매번 풍요로운 부자가 된 느낌이다. 무엇보다 주변의 소중한 이들에게 선물까지 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참 감사하다.
오늘은 숲밭에 다녀와서 아이들의 김주환 작가님의 전시회에 가느라 꽃다발도 만들고, 소렐과 고구마 잎으로는 저녁상을 차렸다. 자연은 매번 이렇게 받아도 되나 싶을 정도로 넘치도록 많은 것들을 선물해 준다. 허브와 꽃을 가까이 하다보니 치마에 풀물이 들듯이 내 일상과 존재가 물들어가는 것만 같다. 이처럼 나날이 자연을 품고 닮아가는 삶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