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너를 살리는 길을 걷다

by 달리아
"사과가 익지도 않았는데, 멍이 들어 가노."


귀농하신 뒤 10년이 넘도록 사과농사를 지으셨던 부모님께서 탄식하는 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추석에 내려가서 보니, 사과 나무에 맺힌 사과들에 나무에 매달린 체 점박이가 되어 있었다. 사과 뿐만 아니라 주변 논밭의 모든 작물들이 어딘가 병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기후 위기의 시대라는 경고는 많이 듣지만 두 눈으로 직접 보니 그것은 재난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처럼 현실감이 없었다.


아무리 뉴스나 정보를 찾아도 이런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결과 대처 방안은 찾기 힘들어 더 답답했다. 지난 여름 장마 기간에도 집중호우로 인한 여러 사건사고들과 농작물 피해 소식에 마음이 무거웠다.


그러던 중 허벌리스트 수업을 가르쳐 주시는 소란 선생님의 페북에서 <위대한 작은 농장>라는 다큐멘터리 영화 후기를 보았다. 퍼머컬쳐를 실천하는 농장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라고 했다.

@네이버 영화 포스터

앞선 글에도 언급했듯 퍼머컬쳐는 최대한 자연의 생태계를 따라 다양한 생명들을 함께 기르는 농법이다. 최근의 농업이 마치 공장처럼 단일 작물을 대량생산하는 것과 달리 퍼머커쳐에서는 숲밭이라고 하여 숲과 같은 밭을 만든다.


존과 몰리 부부는 안락사를 당할 뻔한 개인 토드를 입양하였다가 그 개가 계속 짖는 바람에 도시를 떠나 캘리포니아 북부의 황량한 대지에 새로운 터전을 일군다. 그리고 후원을 받아 죽어있는 땅을 살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엘런이라는 멘토를 만나고 그를 통해 모든 동식물과 생명들이 공존하는 농장을 만들어 간다.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 대사 중 퍼머컬쳐의 철학을 잘 보여주는 대사들이 가슴에 깊이 와닿았다.


"최대한 다양하게 키워야
전체적으로 연결되는 겁니다"
"자꾸 연결 지을 기회를 찾으려고 애써야
모든 게 조화를 이루며 지낼 수 있어요."


"복잡성과 다양성 같은 것들이
서로를 받쳐주고 이끌어주면
거미줄처럼 이어진 생명망이 보입니다."


처음 그들이 했던 건 단일 작물 나무들을 뽑고 지렁이를 키우며 비옥한 흙을 만드는 일이었다. 그다음 닭과 오리, 돼지, 황소 등 다양한 동물들을 키우며 비료도 만들고 공생의 서클을 만들어 갔다. 7여 년 동안 여정이 담긴 시간 속에서 황무지었던 땅이 비옥해지고, 회복된 땅에 야생동물들이 돌아오고, 미생물이 되살아나며 가뭄과 홍수 속에서도 살아나는 모습이 놀라웠다.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오리와 닭을 물어 죽여 문제가 되었던 코요테가 나무뿌리를 섞게 하던 들쥐를 소탕하고, 과일을 쪼아먹던 새들이 문제가 되자 매가 나타나고, 진딧물이 많이 생기니 포식자인 무당벌레가 알을 낳는 등 땅이 회복된 곳에는 놀랍게도 생태계가 저절로 균형과 조화를 찾아갔다.

@네이버 영화 포스터

이 영화의 감독이기도 존이 야생동물 촬영 전문가여서 그런지, 영화의 전반에 다양한 동물들의 표정과 몸짓 등이 생생하게 담겨 있는 것도 참 좋았다. 여러 고난과 고비 속에서도 이상과 꿈을 현실로 이뤄가며 황무지를 변화시키는 모습도 감동적이었다. 영화의 마지막 즈음에 존과 몰리가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도 참 뭉클했다.

'우리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은
단순히 이런 농사가 가능한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아이를 위한 것이다.'


라는 대사처럼,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전해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 상생과 공존의 흐름을 회복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 역시 허벌리스트 교육 과정을 들으며 위대한 일은 결국 가장 작은 일에서 시작된다는 것이, 한 생명을 살리고자 하는 지극한 마음이 결국 모두를 살리는 길임을 보다 분명히 알게 된 듯하다. 그러니 나는 앞으로도, 나와 내 주변을 꾸준히 살리고, 돌보는 허벌리스트가 되고자 마음을 먹는다.


이 글을 쓰는 중에도 혹시 여러 피해들이 더 늘어났을까 걱정되는 마음이다. 우리는 너무나 깊이 연결되어 있기에, 타인의 고통은 도미노처럼 밀려와 결국 나의 고통이 되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여러 피해들이 잘 복구되고, 이 땅이 잘 살아나기를, 서로가 서로를 지키고 살리는 생명의 그물망이 더 촘촘해지고 단단해지기를 기도한다.


나는 앞으로도 이 기도를 계속 가슴에 품으며, 내 삶에 새롭게 난 허벌리스트라는 길을 계속 걸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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