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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 Aug 06. 2022

나로 살고 싶어서

한동안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강물에 떠내려가고 있었다. 강폭은 너무 넓어 끝이 보이지 않았고, 물살을 너무나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 세상에 대홍수가 난 것처럼 모든 것들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잡을 것 하나 보이지 않아, 나는 물 안에 잠겼다가 얼굴을 내밀었다 하며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아무도 이 강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강의 끝은 어디인지 모르는 것만 같았다. 발버둥 칠수록 깊은 강물 속에 더 깊숙하게 빠져 들어갔다.


잠에서 깬 현실에서도 나는 항상 휩쓸리는 기분이 들었다. 남과 같은 것이 싫으면서도 남과 다른 것은 두려웠다. 그렇게 적당히 흉내 내는 삶을 살다 보니, 느낌과 감각이 닫혀가고, 생각과 감정들이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잖아'라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가슴속에서 문득, 문득 느껴지는 공허함과 상실감은 분명 내게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기준과 평가에 따라 살아가는 나의 모습이 어색하고 낯설었다. 그러다가 우울증이라는 검은 구름이 몰려와 나는 옴짝달싹 할 수 없었다.


파커 파머가 우울증에 대해,

내가 나답게 살기를 원하는 친구가 '나를 파멸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나를 돌려세워 "당신이 원하는 게 뭡니까?"라는 간단한 질문을 던지려는 최후의 노력'으로, 내가 외면하지 않고 들을 수 있게 우울증이라는 핵폭탄을 터뜨린 것

라고 표현했듯이, 사실 내 안에 깊은 곳에서는 내가 원하는 데로 살고 싶은 간절한 열망이 있었던 것이다. 더 이상 그 소리를 외면할 수 없었던 나는 나를, 그리고 내가 원했던 사랑과 행복을 찾아 나서기로 했다.  




길을 나선 순간, 지구는 내게 커다란 학교가 되어주었다. 만나고 싶었던 분들을, 만나야만 했던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들을 통해 죽음 앞의 삶의 의미와 나와 타인을 사랑하는 방법과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배웠다. 오랫동안 다녔던 학교에서 배울 수 없었던 진짜 공부를 하는 기분이 들었다. 너무나 재미있는 배움이었다. 나를 막아서던 삶에 대한 물음표들이 반짝이는 느낌표들로 변하기 시작했다.


다시 돌아온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길 위에서 배웠던 가르침들을 잊지 않고, 일상에서 실천하며 체화하는 것은 즐거운 숙제이고, 복습이다. 이어질 글들을 통해 내가 들었던 지구별학교의 강의들을 잘 전해보고자 한다. 릴케의 말처럼 우리 가슴속의 돌들이 별이 되어 빛나기를 기도하며.



때로는 막히고
때로는 도달하기도 하는 너의 삶은
한순간 네 안에서 돌이 되었다가
다시 별이 된다.

- 릴케



 몸의 소리를 듣다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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