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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리아 Aug 09. 2022

꽃을 보러 정원으로 가지 마라

아름다운 몸에 대한 내 안의 정의가 달라지면서, 몸과의 관계도 변했다. 더 이상 나의 몸은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대상이 아니라, 돌보고, 아껴야 하는 내 존재의 소중한 부분이 된 것이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먹고, 마시고, 바르는 것에 대해서도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곧 내 몸을, 나를 이룬다고 생각하니 아무거나 몸에 넣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내게 신디는 호주에서 자라나는 여러 야생화들로 만든 에센스들과 그 꽃과 연관된 효능이 적혀 있는 카드들을 보여주었다. 여러 꽃들 중 빨갛게 피어오른 예쁜 꽃이 눈에 들어왔는데, 꽃의 사진 위에는 ‘Self Esteem(자존감)’이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신디는 자존감이란 나 자신의 몸과 마음을 생긴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자존감이라고 했다. 그 당시까지 자신감이라는 단어는 흔히 듣고 사용했어도, 자존감에 대해서는 잘 들어보지 못했던 나는 잠시 멍하게 있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존중할 수 있다는 건, 다른 사람들의 평가 등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는 힘처럼 느껴졌다. 신디는 그러한 존중이 스스로의 삶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는 내 앞에 펼쳐져있는 여러 꽃 카드를 보면서 각자 다른 색과 모양, 향기를 지닌 꽃들이 서로 비교를 하지 않고 자신답게 피어나기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내가 제비꽃 씨앗이라면, 장미가 되려고 애쓰지 않고, 그저 자연스럽게 작은 보랏빛 제비꽃으로 피어났을 때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그렇게 나의 몸에게 있는 그대로 괜찮다는 마음을 보내자 긴장되어 있던 내 몸 전체가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지금 있는 그대로 숨 쉬고, 느끼고,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는 나의 몸은 그 자체로 이미 비할 수 없는, 세상에 하나뿐인 아름다움을 지닌 꽃이었던 것이다.     


꽃을 보러 정원으로 가지 마라.
그대 몸 안에 꽃 만발한 정원이 있다.
거기 연꽃 한 송이가 수천 개의 꽃잎을 안고 있다.
그 수천 개의 꽃잎 위에 가만히 앉으라.

수천 개의 꽃잎 위에 앉아서
정원 안팎으로 가득한 아름다움을 보라.
 
사원에 꽃을 바치기보다
신에게 경배하기보다
그대의 몸으로 돌아오라.

- '그대 안의 정원', 까비르


신디가 처방해 준 꽃 에센스를 물에 타서 마시거나 바르면서는, 위의 까비르의 시에서처럼 내 안에서 꽃들이 활짝 피어오름이 상상이 되었다. 내 안의 신비로운 아름다움과 만나고 그를 피워내는 기쁨은 그 전에 밖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신디를 찾은 나는 내가 느꼈던 온몸 가득 꽃이 피어나는 느낌을 설명했다. 신디는 따뜻한 미소로 바라보며, 자신도 이런 나의 변화에 진심으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더니 몸과 마음이 회복할 준비가 되었으니 마지막으로 몸 안에 쌓여있는 상처와 아픔을 빼내는 마사지를 하자고 했다. 넓은 나무 마루에 부드럽고 큰 수건 위에 나를 눕힌 그녀는 손바닥을 펴서, 한 뼘 정도의 거리로 손을 띄워 내 몸 전체를 느끼는 듯했다. 

그러더니 명치뼈와 가슴 사이에 있는 부분을 살짝 눌렀는데, 마치 여러 개의 바늘로 세게 나를 찌르는 듯한 아픔에 나도 모르게

  “악!”

하고 소리를 질렀다.


그녀는 인간관계에 심한 상처를 받았을 때, 가슴 부위가 찌르듯 아픈 것이라고 설명하며, 그 부분에 작고 예쁜 새 한 마리가 갇혀있는 것을 상상해보라고 했다. 그리고선 그녀는 그 새를 함께 날려줄 때가 되었다며 휘파람을 불며 손짓으로 정말 한 마리의 새를 보고 날리는 동작을 취했다. 그 순간 가슴에 쌓여있던 여러 가지 아픈 기억들이 쏟아져 나왔다. 마주하기엔 너무도 버겁고 아팠기에 제멋대로 구겨서 닫아두었던 기억들의 옷장이 열린 것이다.


가만히 그 고통을 느끼고 있자니, 내 안에서 온 몸으로 유리창에 부딪히며 나가고자 하는 파닥거리고 있던 새 한 마리가 느껴졌다. 


'이제 너를 보내줄게.'


나는 가슴과 마음의 문이 활짝 열어 작고 예쁜 새 한 마리를 태양 속으로, 하늘 속으로 보내주었다.


'안녕, 나의 아픔이여. 안녕, 나의 상처여. 안녕, 사랑하고 싶었던 사람이여.'


인사를 하는데 눈물이 빗물처럼 쏟아졌다.


새가 떠난 가슴의 빈 공간에

치유의 눈물이 빗방울처럼 떨어지는 자리마다

가득, 가득, 꽃들이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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