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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링 Nov 29. 2021

도시락 전화


목요일은  그림 수업이 있는 날이다. 벌써 몇 개월이나 되었는데도 청설모는  까먹고 수업시간에 전화를 한다. 나는 항상 안 받고 그림 수업 왔어 라고 톡을 보낸다.


오늘은 올해의 마지막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어김없이 전화가 왔다. 이번에도 안 받고 그림 수업 왔어 라고 톡을 보냈다. 곧 끝나 라고도 보냈다. 그랬더니 30분 뒤에 또다시 전화가 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 수업이 끝난 뒤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는 종종 목요일에 반차를 내서 집에 세시쯤 온다. 반차는 항상 목요일이다.  월요일이나 금요일은 너무하고 화요일이나 수요일은 중간이라 민망하니 만만한 목요일이 반차의 대상이 된다. 목요일인 오늘도 반차를 내는 날이라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가 걱정이 되었다.


무슨 일이야? 두 번이나 전화했네?


나 오늘 점심 나와서 먹었어. 그래서 전화했어.


도시락 때문에 그래? ㅎㅎ 이따가 집 와서 먹을 거지?


응 먹을 거야.


괜찮아~~ 즐 밥이라고 톡을 다시 보냈다.



매번 똑같은 것만 싸준다고 투정 부리기도 하고 시큰둥하는 날도 있어서 나도 어느 날은 마음이 별로 였는데, 갑자기 사람들이랑 외식을 하게 돼서 도시락 못 먹게 되는 날은 꼭 점심때 전화를 한다.


그런 마음을 듣는 날은


목소리가 투명한 구슬로 변해서 내 귓가로 흘러들어 간다. 그렇게 가슴까지 닿아 내 마음도 함께 투명해지는 기분이다.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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