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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링 Nov 29. 2021

독일 출장

2019 겨울에 갔던 독일을 마지막으로 2년 동안 해외 출장을 가지 못했던 청설모가 오늘 독일로 출장을 떠났다. 매일매일 2년 동안 같이 있으니까 좋았는데, 갑자기 10일을 못 보게 된다고 생각하니 정말 슬펐다. 집에 우리 둘만 남는다는 것도 무섭고.  코로나 시국에 독일이라니! 걱정도 평소보다 많이 된다.

​​


늘 집 근처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갔던 터라 당연히 그 버스를 타려고 시간 검색을 해보는데 네이버 지도에 버스 운행정보가 뜨지 않는다. 혹시 몰라 버스회사로 전화해보니 작년 3월부터 대부분의 공항버스가 운행 중지라고..


지금 차로 인천까지 데려다줘야 하나? 내가 인천에서 집까지 운전하고 잘 올 수 있을까? (작년에 차 사고 난 이후로 운전이 아직까지 무섭다.) 나는 머릿속이 하얘져서 난리를 쳤다. 그러다 택시를 타고 가면 된다는 청설모의 말에 드디어 진정이 되었다. 흠.. 돈 아까워서 택시 타고는 안 갈 사람인데 어떻게 저런 생각을 했지? 사람은 나이 드니 변하는 것도 있나 봐.


공항 택시를 검색해서 상위에 뜨는 VIP 콜택시 한강콜  전화를 했다. 오분만에 콜이 잡혀서 집 앞으로 택시가 왔다. 기사 아저씨는 넥타이에 조끼까지 입고 계셨고, 트렁크도 직접  트렁크에 실어주셨다.


어제부터 오늘까지 하루 종일 나와 우리 아이는 아빠 없으면 어쩌냐고 난리를 쳤다.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눈물이 그렁그렁해져서 같이 놀 사람 없다고, 그리고 아침에 자기 깨워주는 아빠 없으면 어쩌냐고 투정을 부렸다. 나 역시 실감이 나지 않는다는 둥 날 두고 어딜 가냐는 둥 툭하면 청설모 바지와 허리를 붙잡고 징징댔다.


배웅하러 나가서 우리는 청설모를 마지막까지 거머리처럼 껴안고 있었다. 아이는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며 아빠 안녕을 외쳤다.




떠나는 택시를 보며 우리 둘은 손잡고 통통 튀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아이가 묻는다.


엄마 우리 뭐하지?


몰라 잠이나 자.


아직 7신데? 뭐하지 뭐하지??? 엄만 뭐할 거야?


난 책볼꺼야. 넌 할 거 없음 티비봐.


그래! 와 신난다!





휴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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