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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링 Dec 09. 2021

돌봄


코로나 시국에 계속 돌아가는 건 어린이집. 학교 돌봄. 그리고 고3이었다 고 한다. (조선일보 칼럼)​


결국 우리나라는 돌봄과 대입에 맞춰져 있다는 이야기. 그러니 그 중간에 소외된 중2 아이들에게 연극이나 뮤지컬 수업을 강화하자는 내용이었다.​​


그냥 다 모르겠고, 나에게 어린이집과 학교 돌봄은 단비 같은 곳이자 나를 나로 바라볼 수 있는 작은 희망이었다. 처음 아이가 태어난 뒤, 아이와 함께하는 기쁨은 시간이 지나며 다른 형태로 바뀌어갔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그 기쁨과 사랑이 무게는 같더라도 크기는 달라졌다. 내가 나 일 수 있도록 내 시간을 가지려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건 어린이집이었다. 유치원은 한 시 반에 끝나니 아무리 교육과정과 시설과 선생님이 좋다고 해도 나에겐 아니었다.

마침 우리  근처에  놀이를 하는 어린이집이 있었고 나는 무조건 여기여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이  명이 있는 외벌이 집에서 부모들 마음에 드는 어린이집에 아이가 입소한다는  너무도 힘든 일이었다. 어차피 나는  일을  거니 일단 개인사업자를 먼저 내는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어느  결심하고 순식간에 나는 내 사업을 시작했다. 아이가 자는 시간에 무언가를 열심히 만들어 소소히 판매를 했으며 그렇게 근근이 국민 연금과 건강 보험료를 냈다. 물론 세금도 냈다. 일하며 기다리던 어느  드디어 아이가 어린이집에 입소를 하게 되었다. ​


더욱 본격적으로 일을 해보고 싶어 오프 마켓도 여기저기 나가보고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도 개설을 했다. 하지만 일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팔리는 아이템은 생겼지만 거의 맞춤 구매대행 정도였다. 남는  하나도 없고  제품에  영혼이 들어가 있지도 않았다. 그리고 가족들이 내가 하는  사줘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었다.  스스로 해내고 싶었는데 그런 식으로 도움을 받는  점점 싫었다. 게다가 내가  하고 있든 그게 모든 이들에게 공개적으로 보이는 것도 불편했다.

이런 고민을 하던 중 아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이제는 4시 반이 아닌 12시 반에 집에 오는 것이다. 하지만 제대로 입학도 못하고 코로나 시국에 접어들게 되었다. 아예 학교를 가질 않았다.

그러다 만나게 된 학교 긴급 돌봄. 작년 가을 , 나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아이를 돌봄에 보내기 시작했다. 혼자만의 시간이 없으면 무너지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겨우겨우 연명하고 있던 나의 일을 증명하는 개인사업자등록증과 세금 증명서가 아이 학교 돌봄 신청서에 가치 있게 첨부되었다. 다행이었다.

그런데 학교 돌봄 도움을 받고 있자니 점점 초조했다. 아이를 돌보기 더 어려운 사람이 있는데 내가 돌봄을 보내도 될까? 마음이 불안했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우리 아이는 돌봄을 너무 좋아했다. 제발 보내달라고 떼를 썼다. 내가 당장 돈 버는 일을 하는 게 아닌데 이래도 되나. 나는 머릿속이 정말 복잡했다.


이럴 때 일 수록 내가 내 시간을 더 잘 활용해야 되는데, 이렇게 낭비하면 안 되는데, 멍하니 있으면 안 되는데.. 나는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이런 제약에서 아예 벗어나면 어떨까? 코로나 이후로 무늬만 있었던 개인사업자는 접고, 내가 할 수 있는 가능한 일이 아닌 진짜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해보는 거다. 돈을 벌기 위한 일이 아닌 그냥 시도해볼 수 있는 일들. 내가 멈추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는 일. 바로 그걸 찾아보는 거다.

그리고 정부가 우리 아이를 돌봐주는 것에서도 벗어나는 거다. 드디어 우리 둘 다 스스로를 돌보는 시기가 도래한 거다. ​


굴레에서 벗어나면 더 큰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예측이 안 되는 세상에 겁을 먹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것보다는 그냥 걸어 나가 보는 거다.


​​​


절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그리고 우리는 곧 빛나는 곳을 찾게 될 거야.

걱정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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