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 목소리를 들을 때 너는 이미 세상에 태어나 있겠지. 아직 만난 적 없는 너에게 이렇게 음성을 남긴다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금 내가 겪는 이 우주의 시간은 네가 지구에서 경험한 것과는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이해했으면 좋겠다.
나는 지금 안드로메다 행성간 탐사선 '호프' 호에서 근무 중인 우주비행사였어. 네 어머니는 내가 떠나기 전 우리의 작은 씨앗을 품고 있었지. 네 어머니의 배 손을 올리고 속삭였던 내 목소리를 내가 들었을 지도 모르겠구나.
출항한 지 317일째, 오늘 새벽 임무 수행 중 예기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다만 내 생명유지장치가 손상되었고, 모선과의 연결이 끊어졌다는 것. 그리고 나는 지금 우주의 깊은 심연으로 천천히 표류하고 있다.
산소는 앞으로 6시간 정도 남아있다. 통신장치도 작동하지 않아 이 메시지가 전송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래도 무언가 남겨야 할 것 같았다. 아직 만나지 못한 너에게.
별들 사이로 길을 잃어가며 이상한 평온함을 느낀다. 두렵지 않다. 오히려 모든 것이 선명해지는 듯하다. 마치 우주 전체가 내게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것처럼. 지금 내 앞에 펼쳐지는 것은 설명하기 어렵구나. 과학자들이 말하던 시공간의 경계.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는 심연 속으로 나는 빨려 들어가고 있어.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어둠 속에서 빛이 보인다.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나는 나와 너의 어머지와 너의 모습을 동시에 본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너를, 첫 걸음마를 떼는 너를, 학교에 가는 너를, 첫사랑에 가슴 설레는 너를.
시간이 마치 물결처럼 내 앞에 펼쳐진다. 너는 의사가 되어 많은 생명을 구하게 될 거야. 전쟁 지역에서 국경없는 의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하며, 너의 따뜻한 손길은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희망이 된다.
나는 또 다른 너를 본다. 다른 우주에서 너는 물리학자다. 60년 후, 너의 손은 이 우주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장치를 만든다. 그 발명품은 인류에게 무한한 에너지를 제공하고, 우주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너는 내가 간 길을 따라온다. 하지만 더 현명하게, 더 안전하게. 올 수 있겠지. 음악가가 된 너의 모습도 보았다. 네 손가락이 피아노 건반 위를 춤추듯 움직이고, 그 선율은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한다. 콘서트장은 항상 만원이지만, 너는 공연을 마칠 때마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마치 나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양복을 입고 무표정하게 사무실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너의모습도 보았다. 너는 지루한 그 삶 속에서도 두아이의 아버지로서 빛난다. 네가 아이들과 함께 별을 보러 가는 밤, 너는 아이들에게 나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기쁨 뒤에는 슬픔도, 고통도 있지만, 그 모든 것을 이겨내는 강인함이 네 안에 있다. 이 모든 버전의 너, 이 모든 가능한 인생들이 어디선가는 실현될거야. 그게 아니라면 내가 보는 모든 것들이 내 머릿속에서 보는 환상일지도 모르겠구나.
산소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의식이 점점 흐려진다. 하지만 두렵지 않아. 내가 본 미래에서 너는 행복했으니까. 그리고 언젠가 너도 이 우주의 비밀을 알게 될 테니까. 네가 하늘을 볼 때마다, 나를 생각해주길. 내가 본 너의 미래가 진실이라면, 우리는 다시 만나게 될 거야. 그때까지...
사랑한다, 내 아들.
시간과 공간을 넘어, 아직 아버지가 되지 못한 아버지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