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와 물건들의 집합소
대전 중앙시장은 대전다운 시장이다 정리가 잘 되어있고 경적이 울리지 않는 대전답게 시장도 호객행위가 거의 없고 소리 지르는 사람이 없다. 가격도 크게 들쭉날쭉하지 않은 적당한 정찰가이다. 상인분들은 느긋하시고 잔잔하게 호의적이시라 나처럼 내향인이 가기에도 부담 없는 기운이다. 현금을 들고 가면 거의 1000원이 할인되는 곳이 많아서 현금을 뽑아가면 좋지만 카드도 잘 받으신다.
나는 주로 5번 게이트에서 직진하는 길을 애용하는데 나 같은 사람이 많은지 그 길에 간식거리나 떡볶이집이 모여있다. 하지만 갈라진 길들 사이사이에 열심히 장사하는 분들이 가득하고 신기한 물건들도 많아서 탐험해 보고 싶은 욕구가 항상 있다. 블록을 이루는 건물의 내부와 2층에는 여기에 무엇이 있는지 아는 사람만 찾아갈 수 있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아마도 상인들의 상점 도매상이겠지? 젊은 사람들은 점점 모르는 장소가 되어가는 시장 구석이 최대한 오래오래 살아남으면 좋겠다. 인터넷 쇼핑으로 조명받고 잘 찍힌 사진만 보다가 더미더미 쌓여있는 물건들과 오늘도 열심히 가게를 지키고 계신 사장님들, 노점과 커피수레들을 보니 멀어져 있던 현실감이 올라가는 기분이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물건을 사고 영상을 보며 간접 경험을 하고 내가 속한 바운더리 안에서만 맴돌며 움직였는데 제철의 식재료를 만지고 죽은 생선들 미끈한 생닭의 비릿한 냄새를 맡으며 삶의 현장감이라는 것을 너무 등한시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각, 촉각, 청각, 후각으로 느끼는 감각의 중요성을 느꼈고 원초적 생명력이 충전되는 기분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