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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비아나 Mar 22. 2021

가마니.

오늘 하루도 변함없이, 여전히 나에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늙은 나이와 낡은 장기밖에 없는 것 같다.

나이를 먹을수록, 좋고 싫음이 분명해질수록 만나는 사람들은 줄어들고

만나는 사람들이 줄어들수록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또한 줄어든다.


갑작스레 전화를 걸어 오늘은 뭐했냐고 묻는 친구의 질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라고 화답했고,

나의 말에 친구는 이렇게 말했다.

"너 가마니라서 가만히 있냐?"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말이 줄어드는 이유는 표현할 줄 몰라서가 아니라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서이다.

만나는 사람이 줄어들수록,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 또한 줄어들고,

들어주는 이가 줄어들수록, 표현력이 떨어지고 말수 또한 적어진다.

그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자.


그냥 가만히 있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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