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의 힘

그림 그리기 싫어하는 아이가 한 폭의 그림을 그려내다!

by 그 중간 어디쯤

큰아이 상담을 위해 어린이집을 방문하면

늘 선생님이 그러셨다.

"소근육 활동이 약해요"


12월생이라 그렇겠거니..

엄마 닮아 그다지 미술에 소질이 없어 그렇겠거니..

뭐 소근육 활동 좀 못한다고 세상이 뒤집어지는 것도 아닌데 괜찮아~~~!!


애써 괜찮겠거니 하고 마음먹었다가도 불쑥 걱정이 밀려 올라왔다. 그게 엄마의 마음. 바로 내 마음이었다.


한참 공룡에 빠져 머리를 묶어 뿔을 만들어 달라고 했던 아이가 며칠 전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제 공룡은 시시해, 괴물이 좋아요


대체 무슨 말인지 의아했지만 곧 알게 되었다.

역할 놀이할 때 자신은 뱀파이어가 되겠다고 했다. 책도 괴물이 등장하는 책을 좋아하기 시작해서 '괴물들이 사는 나라' 같은 책을 여러 번 읽어달라고 했다.


뭐, 나도 어릴 때 '공포 특급'같은 책들을 쌓아두고 봤었기에 아이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었지만.. 또 다시 슬~ 걱정이 밀려오려던 차였다.


세상에 아름다운 게 얼마나 많은데 좋아하는 게 괴물이라니!



어제 퇴근 후 집에 돌아왔는데 예쁜 그림 한 장이 식탁에 놓여있었다. 분홍색과 하늘색으로 그려진 사람들. 얼핏 보고 가족 그림인 줄 알았다. 소근육 발달 저하를 운운했던 아이의 그림이었기에, 그저 이뻐 보였다.


잉?

그런데

자세히 보니

사람이 아니다...


팔이 8개인 것도 있고

눈이 한 개인 것도 있다


바로 아이가 좋아하는 괴물들이었다!


좋아하는 것을 그리면서 즐거웠을 아이가 떠올라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림 속 괴물도 다들 웃고 있는 것을 보니 그렇게 나쁜 괴물들은 아닌 것 같다.


육아를 하다 보면 때로는 열심히 걱정했던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게 되는 순간을 종종 경험하게 되는데, 바로 그런 느낌이었다. 6세의 나이로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찾게 된 우리 아이가 참 대견하고 이쁘다. 그리고 고맙다.


그리고 또 한가지

좋아하는 것이, 그 마음이 유발한 동기가, 꽉 채운 그림 한 폭을 즐겁게 그려내게 하는 것을 보면서 '좋아하는 것의 강한 힘'을 느꼈다.


나의 경우 이제야 찾게 된 것이

브런치에 글쓰기인데

우리 아이들은..

살아가면서 나보다 더 많이, 좋아하는 것들을 찾게 되길 바래본다.


자세히 보니 괴물 그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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