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생, 인생이 원래 그런 거야

by 그 중간 어디쯤

아슬아슬하게 가늘고 긴 숨을 계속 이어가시던 할머니께서

새벽에 돌아가셨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 그날 아침

난 기다리고 기다리던 브런치 작가 합격 글을 받았다.


극도의 슬픔과 극도의 기쁨이 교차하는

이상한 감정상태가 되니

유체 이탈하듯, 나 자신을 또 다른 내가 바라보면서 관찰하게 된다. 또 다른 내가 이성을 찾으라고 계속 경고 신호를 보내준 덕에 그럭저럭 하루가 잘 지나가고 있다.


뜨거운 물과 차가운 물을 섞으면 미지근한 물이 되고

색깔도 서로 섞이면 또 다른 이쁜 색이 되는데

극도의 감정 두 가지는 섞이질 않는다.


엄청 기뻤다가

갑자기 눈물이 난다.


90이 넘은 연세였고

이미 일주일 전부터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할 거란 불길함과 무기력감이 나를 찾아왔었지만

산소도 드리고, 영양제도 드리고, 빨간 피를 수혈하면서 계속 할머니를 붙들었다.


가족에게도, 심지어는 의료진에게도

폐를 끼치기 싫으셨던 것인지

새벽 5시 30분 주무시듯 돌아가신 그분께

인생 긴 여정 수고하셨으니 이제 푹 쉬시란 말을 못 한 게 못내 아쉽고 죄송하다.

텅 빈 침대를 보게 될 줄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전날과 같은 모습으로 계속 뵐 수 있을지 알았다.


한참 상념에 빠져있는데 이러한 죄책감을 떨쳐내고

정신 차리라는 듯,

산 사람은 계속 잘 살아내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듯


띠링


얼마나 기대하던 순간인가. 첫 글을 써두고 수십 번 고치면서 지원하고, 5일간 이메일을 수십 번 열었다.

나를 작가라 불러주는 브런치.


나의 필명처럼 내가 계속 그 중간 어디쯤에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감정은 극과 극을 달렸지만 내 인생은 아직 극에 간 것이 아님을 일깨워 준다.


유독 머리에 새겨지는 날이 있는데

아마 그런 날이 될 것 같다.


"이선생, 인생이 원래 그런 거야."

내게 미처 인생에 대해 다 말해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운 할머니의 선물을 받은 듯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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