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 꼬마 아가씨가 엄마와 함께 들어왔다.
아이에 대한 이학적 검사가 끝난 뒤, 이젠 어른들의 토의 시간!
자신의 할 일을 다 끝낸 아이는 (울지 않고 내가 하라고 시킨 것을 다 따라 주었으니 완벽했다!)
아이의 늦은 발달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엄마와,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를 아랑곳하지 않고 진료실 안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러다 책상 끄트머리에 놔둔 내 청진기를 집어 들었다.
아이들이 뭔가를 만질 때면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아이를 제지해 주신다.
그날도,
그 어머니께서도
"안돼~!"를 외치셨다.
그러고는 덧붙이셨다.
"너 의사 선생님 되려고?"
그 말을 하시곤 웃으셨고
나도 얼떨결에 덩달아 웃었는데
갑자기, 정말 갑자기, 그렇게 웃어 버린 게 미안해졌다.
어른 둘 다 그 순간에
'이 아이는 의사가 될 가능성이 적을 것 같아요'를 생각하다 들킨 것 같은..
다행히 아이는 어른들의 대화는 신경도 쓰지 않는 눈치였지만
난 급히 웃음을 멈추고 말했다.
너 의사 되려고? 그래그래 꼭 되어라!! 될 수 있을 거야!!
내가 대체 무슨 권한으로 그냥 웃었던 걸까.
어른들의 편견 따윈, 세상이 널 보는 아프고 따가운 시선 따윈, 부디 신경 쓰지 말아 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