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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 기 홍 May 20. 2020

나무에 걸린 꽃 달

길상사의 情景

온새미로 나의 달은

언제나 하늘에 닿아있다.

소원으로 찾아오고,

향수로 돌아가며.

탑돌이 하는 정성도,

정화수 떠놓은 어머니의

손 모음도.

마루 한가운데 떠 올라

고운 손길 내려주었다.

성북동 길상사 경내

고른 한낮.

느닷없이 나무에 떠 오른

수많은 꽃달에,

길라잡이를 놓쳐버린  

누구라도 찾아오길,

그 님의 표식.

걸어오던 이도 멈춰 서고,

창문 열던 이도 바라보고.


여우비 내리는 날,

난분분한 수선국은

하얗게 하얗게.


나지막한 불경 소리,

웅혼한 대웅전 넘어

선방에도 들려오고.

이미 떠난 큰 스님의 빈자리는

덩그러니 작은 의자 무소유라.

성철스님 의자

삽상한 바람 타고

라일락향이 흔들리고,

나무의 꽃달도 그러하고.


큰 돌 작은 돌

두드리는 시냇물도

청아한 목소리로 불경한다.

오랜 세월 노랗게 익은 달도,

아쉬움의 서쪽의 지샌달도 

오늘은 잠시 잊고.


나무 나무,

가지가지마다 꽃달.

세운 줄, 내린 줄마다,

마다. 꽃달, 꽃달들.

연중 한 번의 나무 꽃달은,

모든 이들의 무지개 달로 새겨진다.


등촉(燈燭)을 곁에 두고

그님과 마주 앉으니 

어뚝새벽, 어머님의 정화

닮은 꿈이 온 가슴으로 스며든다.  


부. 처. 님. 오. 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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