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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의 제주여행

피서? 혹서 참아내기?

by 글사랑이 조동표 Aug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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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의 제주여행은 피서인가? 아니면 혹서 참아내기인가? 


   8월 20일 태풍 종다리의 눈이 지나간다는 예보가 있었던 오후에 제주에 무사히 착륙했다. 태풍전야의 고요함이 느껴졌다. 참고로 종다리는 북한에서 붙인 종달새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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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서 한여름을 나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온화한 여름 기후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활용해 쾌적하게 보내는 것이 핵심이라고 한다. 제주도에는 '함덕해수욕장''표선해수욕장' 등 아름답고 깨끗한 해변이 많고, 해수욕은 더위를 식히며 여름을 즐길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중 하나이다.


   또한 숲과 자연 속에서의 더위 피하기도 있다. '절물자연휴양림'에 가면 울창한 삼나무 숲과 함께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여 산책이나 피크닉을 즐기기에 좋다. '사려니숲길'은 또 어떤가? 푸른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시원한 바람과 나무 그늘 덕분에 더위를 잊을 수 있다.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에어컨이 있는 실내 관광지를 선호한다면 제주도에는 다양한 테마의 박물관과 갤러리가 있다. '제주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각종 사설 미술관 등에서 에어컨이 잘 갖춰진 실내로 옮겨 다니며 문화적 체험을 즐길 수 있다. 게다가 제주도 곳곳에는 멋진 카페들이 많아, 시원한 음료를 즐기며 한적한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다.


   제주도에서 한여름을 나기 위해서는 자연과 함께 하거나 실내에서 쾌적하게 보낼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숲과 바다, 그리고 문화적인 즐길 거리까지 다양하게 경험하면서 제주도의 여름을 만끽할 수 있다.


   첫날


   연비 좋은 렌터카(1600cc: 6만 원 가득 주유하면 600km 주행)를 타고 보리빵 가게를 거쳐서 숙소(‘별다락민박집’: 표선면 성읍 민속촌)에 도착했다.

https://m.blog.naver.com/rollin1534/222168396761


   4월에는 고사리 따기, 6월에는 수국을 보러 왔지만, 땡볕과 무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혹서기 8월에는 뭐 하러 제주에 왔을꼬? 그 이유는 절친 2명이 여름 피서로 목요일부터 주말까지 부부동반 골프를 치러 제주에 간다면서 나에게도 합류를 권유했기 때문이었다. 모처럼 45년 지기 세 커플이 뭉치기로 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는데, 우리 부부는 기왕에 제주에 간다면 이틀 먼저 가서 현지 적응 겸 시원한 실내 미술관 탐방을 하면서 놀기로 했다. 1년간 연세로 계약한 민박집이 벌써 그리워지기도 으니 정이 들긴 들었나 보다. 민박집은 그 사이 비데도 설치되었고 앞마당 텃밭에는 가지, 고추, 수박이 무르익고 있었다.


   저녁에는 제주에 살고 있는 친구가 방문하여 표선해수욕장 근처 ‘국수앤’의 전복보말칼국수를 맛보았다. 메밀을 재료로 쓴 칼국수의 면은 쫀득쫀득했고, 밥을 한 공기 넣어서 직접 끓여 먹은 전복으로 우려낸 국물 맛은 입에 착 감기었다.


   식사 후 바로 옆에 있는 커피숍 ‘표선 하다(하늘과 바다)’에서 파도가 넘실거리는 바다를 보며 담소를 나누었다. 하이볼을 시켰는데 전혀 알코올 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태풍의 기운에 거세게 밀려오는 파도를 감상하며 맑은 날 저녁의 일몰을 기대하였다.


   친구는 제주에 4년간 정착하며 만난 우리 위 세대들의 얘기를 해주면서, 60대에는 건강하다가 70대로 접어들면서 꺾이기 시작하는 선배들을 많이 봤다며, 우리들의 왕성한 활동 연령도 10년이 채 남지 않았다는 다소 비관적이고 현실적인 얘기를 해주었다. 두 다리가 건강할 때 실컷 놀러 다녀야 한다는 것, 고사리 채취에 좋은 장소 고르기, 골프의 장점, 제주도민이 되었을 때의 특혜, 한치와 문어 그리고 고등어 낚시의 경험담도 생생하게 들려주었다.


   이튿날


   태풍 종다리는 지나가고 아침에 비는 뿌렸지만 습하고 무더운 날씨로 34도였다. 송악산 입구까지 갔지만 너무 더워서 트레킹 할 엄두도 못 내고 사진만 찍었다. 점심은 갈치탕과 전복해물뚝배기로 마무리했는데 처음 도전해 본 갈치탕은 나름 맛있고 신선하였다.


   식후에 방문한 '곶자왈'은 제주도 특유의 독특한 생태계와 자연경관을 형성하는 숲지대를 말한다. 곶자왈은 제주 방언으로, 바위와 돌이 많은 숲이라는 뜻이다. 제주도의 북서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다양한 식물과 동물들이 서식하는 생태적으로 중요한 지역이다. 화산암 지역에, 바위와 돌이 많은 울창한 숲을 형성하고 고르지 않은 지형이 특징이다.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으며, 상록수와 이끼, 담쟁이덩굴 등의 식물이 자주 발견되어 제주도 특유의 식물들이 자생하고 있는 생태적 다양성을 이루고 있다. 독특한 화산 지형과 풍부한 생물 다양성으로 자연환경을 대표하는 지역이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자연을 체험하고 싶거나 생태에 관심이 있다면 곶자왈 탐방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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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망대까지 걸어가는 숲길 1 코스만 왕복하였는데 원시림의 습기와 고온으로 땀이 속옷까지 줄줄 흘러내렸다. 습한 무더위로 녹초가 되었다.


   시원한 곳을 찾으러 ‘제주현대미술관’으로 향했다. 백남준 후예들의 미디어아트 전시도 보았고, 떠오르는 젊은 작가들의 입체적인 작품들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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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흥수 미술관'에서는 자연과 인물(여체),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그의 예술을 통해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상을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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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근의 ‘김창열 미술관’에도 들러 현대 미술 작가인 작품도 감상했다. 4월에도 와봤던 미술관은, 김창열 화가의 물방울 드로잉으로 유명하다. 물방울을 매개로 하여 현대적인 감각과 깊은 사색을 표현하고 있다. 물방울의 반복과 변화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존재를 탐구한다. 제주도 여행 중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꼭 방문해 볼 만한 곳이다. 넉 달만에 다시 보아도 느낌이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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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걸음이 피곤해진 우리는 시원한 카페에서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마시며 휴식을 취했다.


   미술관을 나서서 숲길 드라이브의 재미를 맛보기로 한다. ‘한라산 중산간도로’를 드라이브로 관통해 본다. 

중산간도로는 제주도에 있는 주요 도로 중 하나로, 중산간 지역을 가로지르는 도로이다. 중산간 지역은 해발 200m에서 600m  사이의 고도를 가리키며, 산과 평야 사이에 위치한 지역을 의미한다. 이 도로는 제주도의 주요 관광지와 농촌 지역을 연결하며, 중산간 지역의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유명하다.

중산간도로를 따라가면 제주도의 아름다운 오름과 녹차밭, 목장, 숲, 계곡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연결하며, 교통량이 비교적 적고 도로 주변의 자연환경이 잘 보존되어 있어, 여유롭게 드라이브를 즐기기에 최고인 숲길이다.


   저녁은 텃밭에서 얻은 채소를 반찬으로 만든 집밥으로 만족했다.


   사흘째


   오전에는 일본 바이어들과 한국 IT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화상회의를 진행하였는데 통역하느라 진땀을 뺐다. 일본 측 특허보유자(발명가)의 전문용어(반도체, 전기 관련, 열, 냉각 등등)를 빠르게 듣고 전달하려니 2시간 동안 진이 다 빠졌다. 공대 출신이 아닌 내가 쫓아가기에는 힘에 부쳤지만 공부하는 자세로 임하였다.

아니, 이 나이에도 공부라니... 한심하구나... 회의 도중에는 천둥 치며 폭우가 쏟아지는 소리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휴가 중에 일을 하는 것은 여러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다. 특정 프로젝트나 업무의 연속성이 중요한 경우, 휴가 중에 일하는 것이 불가피할 수 있다. 휴가의 목적은 재충전과 휴식이다. 계속해서 일을 하면 스트레스가 쌓일 수 있고, 휴가의 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수 있으니 얼른 끝마쳐야 한다. 업무와 휴가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으면,  정신적으로 충분히 휴식을 취하기 어렵고 마나님께 눈총을 받게 된다. 휴가 동안 일하는 경우, 업무와 휴식을 명확히 구분하도록 하자. 업무 관련 연락은 최소화하고, 정해진 시간 외에는 일에 관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내는 일하느라 수고했다며, 제주 친구가 낚시로 잡아 선물로 주고 간 돌문어를 손수 데치고, 그 육수로 라면까지 끓여 주었는데 개운한 국물 맛이 일품이었다.


   점심 후 송당파크의 '스타벅스 리저'에 갔는데 인산인해였다. 얼른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성산일출봉'으로 향하였다.


   소나기가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와이퍼가 분주하다. 도착해 보니 중국인 단체관광객들과 서양인들로 붐비고 있었다. '성산일출봉'은 상당히 특이한 지형인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곳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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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5,000년 전에 해저 화산의 분화로 형성된 화산성 암석 지형으로, 독특한 모양을 지니고 있다. 정상에 오르면 제주 동부 해안과 주변 섬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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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은 유료이지만, 비교적 완만하고 잘 정비되어 있어 관광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특히 새벽에 정상에 올라서 해가 떠오르는 장관을 감상하는 것은 제주 여행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로 꼽힌다. 해안가에 기어 다니는 삼엽충 같은 징그러운 벌레들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중국 어린이들이 이채로웠다.


   해안도로로 나서다 바다를 조망할만한 스폿이 나오면 잠시 차를 멈추고 멍 때리기를 하였다. 종달리 해안도로는 수국길이었는데, 6월에 이 길을 지났으면 대단했을 것이다. 한여름 용광로 같은 햇볕을 견뎌내지 못한 빛바랜 누런 꽃잎들이 못내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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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 부부들이 골프 치러 온 '사이프러스 골프'향하였는데 길가의 수국과 삼나무숲이 절경이었다. 반가운 친구들과 조우하고 송당파크의 '제이팜정육식당'에서 웰컴파티를 했다. 흑돼지 오겹살 구이가 주 메뉴였는데, 나는 차돌박이가 더 맛있었다.


   나흘째


   친구들이 굿샷을 하러 나갔을 때 나는 식사 메뉴와 다음 행선지를 조사했다. 골프를 건너뛴 우리 부부는 서귀포에 있는 ‘이중섭 미술관’과 ‘이왈종 미술관’ 관람 하기로 했다.


   이중섭 미술관은 한국의 대표적인 근대 화가 이중섭의 삶과 예술을 기리기 위해 세워진 곳이다. 이중섭 화백은 한국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한 인물로, 특히 그의 독창적인 표현 기법과 강렬한 감성은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서귀포시의 이중섭 거리 근처, 이중섭 화백이 1950년대 한국전쟁 중에 가족과 함께 잠시 머물렀던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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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은 그의 대표작들을 비롯해 드로잉, 편지, 유화 등을 전시하고 있었는데 특히 가장 유명한 '소 그림' 시리즈와 '아이들과 물고기', '앉아있는 여자'같은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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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이 직접 그린 소품이나 그가 사용했던 팔레트(일본인 아내가 기증)와 같은 물건들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삶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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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이 실제로 거주했던 작은 볼 수 있었는데 현재는 그 집주인의 막내딸이 살고 있다고 한다. 전쟁 당시 1평 남짓의 좁디좁은 공간, 이중섭 화백이 제주에서 어떤 열악한 환경에서 작품 활동을 했는지 직접 눈으로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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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섭 미술관은 그의 예술적 유산을 보존하고,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장소이니 제주를 방문하는 예술 애호가들에게는 반드시 가볼 만한 명소로, 그의 삶과 작품을 가까이에서 느껴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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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귀포에 위치한 ‘왈종 미술관’은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 위치한 독특한 미술관으로, 한국의 대표적인 서양화가인 이왈종 화백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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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왈종 화백의 예술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데, 그가 제주(특히 서귀포)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미술관 건물 자체도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제주도의 독특한 건축 양식과 현대적인 디자인이 잘 어우러져 있다. 정원에는 보리수와 배롱나무가 멋지게 심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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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미술관은 정방폭포 주변의 바다를 바라보는 위치에 있어, 전시관 옥상에서도 제주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가 있는데, 멋들어진 현대음악이 흘러나와 나도 모르게 춤을 추기도 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에서 예술 감상을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장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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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왈종 화백의 작품세계는 서양화의 기법과 한국적 정서를 결합한 독특한 스타일로 잘 알려져 있는데, 화려한 색채와 간결한 선을 통해 제주도의 풍경과 사람들의 생활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가 제주에 정착한 후, 그곳의 자연과 문화를 작품에 담아내기 시작했다고 한다. 작품에는 제주도의 바다, 오름, 돌담, 마을 사람들의 소박한 일상생활, 본인의 취미인 골프나 요가 그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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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설스러운 조각품이나 부조, 그림 등이 보물 찾기처럼 곳곳에 등장하여, 자세히 봐야 알 수 있는 19금의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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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가의 지극히 인간적인 풍모라고 보이며 대체로 유쾌하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전달한다. 작품 속 인물들은 밝고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으며 작품 전반에 걸쳐 생동감과 활력이 넘치는데, 이는 삶에 대한 사랑과 희망을 표현하려는 의도를 반영한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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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내 사무실에 걸려 있는 꽃 그림 유화의 원작도 만났다. 수많은 시계로 표현된 자연의 그림들과, 화가가 닭띠여서 그런지 유난히 많아 보이는 수탉 작품들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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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도관(中道觀)을 표방하는 그의 인생철학은, '그럴 수 있다. 그것이 인생이다'로 집약되어, 내 마음에도 깊은 울림을 주었다. 그래! 뭐든 그럴 수 있는 게 인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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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은 친구들과 합류하여 고등어회 정식을 즐겼다. 고등어회 전문집인 ‘미영이네 고등어회’는 신선한 고등어회를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이다. 지난 4월에는 모슬포 본점이었는데 이번에는 조천에 있는 곳으로 갔다. 이곳은 잡은 고등어를 바로 손질해서 제공하기 때문에 고등어회 특유의 신선하고 담백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고소한 맛과 풍미가 뛰어나며, 특히 회로 먹을 때의 식감이 좋다. 또한, 회와 함께 나오는 다양한 반찬도 정성스럽게 준비되어 있어 식사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여기 고등어회는 가성비가 좋아서 제주도 여행 중 일부러 찾아가도 만족할 만한 경험을 제공하는 곳이다.


   해안도로를 지나다 팥빙수집에 들러 시원한 빙수로 폭염을 달래고, 친구들에게 민박집을 구경시켜 줬다. 3성급 호텔방을 뛰어넘는 완벽한 민박집 구조에 다들 감탄하였다. 주인장의 세심한 배려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무더운 날씨에 카트도 타지 않고 이른 아침부터 18홀을 도느라 탈수를 일으킨 탓인지, 한 친구가 다리에 근육경련을 일으키고 절뚝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저렇게까지 골프가 좋을까, 의문도 들었다. 60살 이후에 부부가 같이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골프가 좋다고 하지만 골프를 권장하지 않는 이유도 많다. 


   잠시 골프의 단점에 대해서도 살펴보자. 관절과 근육 부상 위험이 있고, 심장에 무리를 줄 수도 있다. 또 여름의 고온이나 겨울의 저온에서 탈수, 열사병, 저체온증 등의 위험을 높일 수도 있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 회복 능력이 떨어지니, 부상이나 근육 피로가 발생할 경우, 젊은 사람들보다 복구가 느리며, 이로 인해 골프를 지속적으로 즐기기 어려울 수 있다. 게다가 골프는 신체의 미세한 조정이 필요한 스포츠인데 균형을 잃을 경우 부상 위험이 커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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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0세 이상의 골프는 여전히 많은 이점이 있다고 하지만, 개인의 건강 상태와 체력에 따라 주의가 필요하다.

만성 질환, 관절 문제, 심혈관 건강, 그리고 전반적인 체력과 회복력 등을 고려해 즐기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험을 잘 관리하면서 골프를 즐긴다면, 여전히 건강에 유익한 운동이 될 수 있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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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들은 이미 자녀들이 결혼했거나 손자가 있다. 반면에 30살이 넘은 우리 자녀들은 아직도 결혼을 하않고 있다. 아니, 아예 이성교제조차도 안 한다. 30 넘은 자녀들이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 부모로서의 대응은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자녀의 입장도 이해해야 하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어 결혼에 대한 생각과 이유를 알려고 노력도 해야 한다. 가치관, 목표, 우려 사항 등을 듣는 것도 중요하다. 자녀의 결혼에 대한 선택은 그들의 결정사안이다. 나는 자녀의 결정과 가치관을 존중하며, 강요하거나 압박하지 않도록 한다. 그것은 내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친구들 자녀들은 연애도 잘하고 결혼도 잘하고 손자들도 잘 낳으니 부러울 따름이다.


   우리 장남은 이 달에 독립해서 분가하기로 했다. 분가 이후 우리 부부의 삶에는 여러 가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이제는 부부가 새로운 단계의 삶을 맞이하는 시점으로, 자유 시간이 증가하고, 취미 활동을 즐기거나, 여행을 떠나는 등 새로운 관심사를 추구할 기회가 더 제공될 것이다. 자녀가 분가한 후에는 생활 패턴도 달라질 수 있다. 식사 시간, 청소, 가사 분담 등이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수 있다. 생활비와 경비가 줄어들고 함께하는 시간이 많아져 서로에 대한 이해와 유대가 깊어질 수 있다. 자녀가 장성하여 분가한 후 부부의 삶은,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한다.


   민박집을 나서 ‘제주다움’을 표방하는 개방형 공원인 ‘송당 동화마을’로 찾아갔다. 작년 10월에 개장했으니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유통기업인 JESCO마트 대표(강동화)가 조성한 대형 공원으로, 그의 이름을 붙여 동화마을로 불린다. 요즘 SNS를 통해 핫한 새로운 제주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는 제주의 자연과 시간이 빚어낸 다양한 현무암을 활용한 자연석 정원과, 엄청난 수국을 감상할 수 있다. 6월 수국을 지나 지금은 8월의 유럽수국 시기로, 흰색이나 아이보리 색의 단단해 보이는 꽃에 절로 와우~ 하는 함성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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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당파크 내에는 방문객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카페와 편안한 공간들이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현지에서 생산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한 음료와 디저트를 즐기며, 공원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조용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제주도의 매력을 깊이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할 만한 곳이다.


   닷새째


   아침에 들른 '절물자연휴양림'은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쾌적한 환경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울창한 숲과 맑은 계곡이 어우러진 공간으로, 삼나무 숲이 인상적이다. 숲길은 걷기 좋은 산책로로, 상쾌한 공기를 마시고 자연을 즐길 수 있다. 가족 단위 방문객뿐만 아니라 등산이나 트레킹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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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정상에서 보이는 제주도 전경은 매우 아름다우며, 한라산의 멋진 풍경도 감상할 수 있다. 여름에는 시원한 숲 속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고, 가을에는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어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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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려오는 길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고 있는 노루 두 마리를 만났는데 전혀 사람을 의식하지 않았다. 덕분에 나 또한 자연의 일부가 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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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은 친구의 소개로 ‘대성아귀찜’에 들렀다. 아귀찜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꽤 인기 있는 맛집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특징이다. 양념이 잘 배어들어 있고, 감칠맛 나는 매운맛이 아귀찜의 맛을 한층 더 돋보이게 한다. 콩나물과 미나리 같은 부재료가 푸짐하게 들어 있어 식감과 맛의 조화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양이 푸짐하기로도 유명해서 가성비도 좋다. 마지막 남은 찜국물에 비벼 먹는 밥도 맛있고 곁들여 먹는 우도 땅콩막걸리도 혀에 착 달라붙는 맛이 있어서 좋았다.


   식사 후에 '함덕해수욕장' 근처 카페로 향했다. 함덕해수욕장은 아름다운 백사장과 에메랄드 빛 바다로 유명하다. 맑고 투명한 바닷물과 완만한 해안선 덕분에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다만 우리가 갔을 때는 폭염이어서 다들 그늘에서 쉬고 있었다. 제대로 된 해수욕장 분위기를 맛보지 못한 것이 유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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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덕해수욕장 인근 카페들은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는 멋진 뷰를 자랑하며, 커피나 음료를 마시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다. 


   해수욕장 주변의 서우봉(오름)은 가볍게 오를 수 있는 산책로가 있어, 가을에 꼭 들르리라 마음먹었다.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변과 제주도의 풍경이 매우 아름답고, 일출과 일몰 시간에 맞춰 서우봉에 오르면 환상적인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함덕해수욕장은 여름철에는 해수욕, 다른 계절에는 해변 산책과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표선해수욕장'과 더불어 꼭 추천할 만한 명소이다.


   친구들은 작별을 고하고 공항으로 떠났다.


   다시 중산간도로를 따라 숲길을 드라이브하며 송당의 슈퍼마켓에서 간단한 쇼핑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피로가 파도처럼 밀려들었고 졸음운전을 참느라 눈이 뻑뻑해졌다.


   저녁은 민박집 1층의 '끌리네오'에서 햄버거스테이크에 레드락 생맥주를 즐기며, 다음 일정을 생각해 보았다. 10월에는 억새꽃축제를 보러 오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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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후에는 동네 한 바퀴 마실을 하며 고즈넉한 성읍의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무더위 속에서도 열매들은 점점 익어가고 있었다. 우리도 늙지 말고 익어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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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엿새째


   아침 일찍 짐 정리를 마치고 공항 방면으로 향했다. 일요일 아침은 한적하였고 렌터카는 반납만 하면 끝이다. 어차피 80km 이상 과속을 할 수 없는 제주에서는 한번 주유로 600km를 달리며 연비도 16km인 1600cc 승용차가 베스트 선택이다. 이것은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내린 결론이다. 제주의 도로는 비교적 순탄한 이 많아서 배기량이 적어도 승차감은 좋은 편이다.


   한여름 혹서기에 제주에 오는 것은 앞으로 지양하고자 한다. 도대체 피서를 온 것인지, 혹서 견디기 인내심 테스트인지 모를 일정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행복한 고생'을 일부러 할 필요는 없다고나 할까?


   다음 제주 방문은 가을 오름길을 오르고 억새꽃을 마음껏 보기로 했으니 또 두 달을 기다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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