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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와 '소리길'을 다녀오다

때로는 자연의 속삭임에 몸을 맡기자!

by 글사랑이 조동표 Aug 1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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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오랜만에 마음의 평화를 찾기 위해 경상남도 합천에 위치한 해인사와 '소리길'을 다녀왔다. 가게 된 배경이 이채롭다.


   내겐 45년 지기 친한 친구가 있는데 40대 젊은 나이에 경상도에서 건설 현장 소장을 한 경력이 있다. 친구는 이 시절부터 영호남을 뛰어넘고 이어진 사나이들끼리의 인연을 맺었다고 하는데, 어느덧 20년이 넘는 시간을 함께해왔다고 한다.


   그동안 친구가 이 지역에서 만난 오너 김사장님과의 관계는 단순한 비즈니스 파트너를 넘어, 연령을 뛰어넘은 깊은 우정으로 발전해 왔다고 한다. 이런 특별한 인연 덕분에 우리는 이번에 김사장님의 초청을 받아 1박 2일 동안 잊지 못할 시간을 함께 보내게 되었다. 김사장님께서는 이번 여행의 모든 비용을 온전히 스스로 부담하며, 우리의 여정을 책임지셨다. 합천에 내려와서 경상도의 자연과 문화를 함께 즐기며, 오랜 친구들과의 추억을 되새기고, 새로운 추억을 쌓는 시간을 만들어주셨다. 김사장님과의 대화는 삶의 지혜와 유머로 가득했고, 우리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었다.


   김사장님이 친구와 상의해서 정한 일정상, 이틀째는 먼저 해인사에 가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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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인사는 불교 신앙의 중심지이자, 국보 제32호로 지정된 팔만대장경을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고즈넉한 산사에서 천 년을 넘게 이어져 온 역사와 문화를 직접 느끼는 기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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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식품인 능이버섯을 끓여 아침을 먹고 출발하여 해인사에 도착했을 때는 이른 시간임에도 여행객들과 신도들로 제법 붐비고 있었다. 산사로 가는 길은 맑은 공기와 초록으로 물든 나무들로 가득해,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힐링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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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인사에 들어서면서 고요함과 경건함이 느껴졌고, 한 걸음 한 걸음이 마치 옛 스님들의 숨결을 따라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우리는 해인사의 가장 중요한 보물인 팔만대장경이 보관된 장경판전(藏經板殿)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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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경판전은 단순한 건축물이 아닌, 자연과 인공의 조화가 이루어진 살아있는 유산처럼 보였다. 건물 자체는 소박하지만, 천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팔만대장경을 온전히 보존해 온 그 지혜와 기술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팔만대장경은 불교 경전 전체를 나무판에 새긴 것으로, 그 규모와 정교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원본을 보존하러 막아놓은 빗살문 사이로 간신히 보이는 팔만 장이 넘는 목판에 새겨진 글자들은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보였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이 목판들이 전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스님들의 노력뿐만 아니라, 그들을 도운 수많은 사람들의 두터운 신심(信心) 덕분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장경판전 앞에서 한참 동안 팔만대장경을 바라보며 그 역사와 의미를 되새겨 보았다. 과거의 사람들이 남긴 지혜와 가르침이 현재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사실이 경이롭고, 그런 문화유산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큰 행운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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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인사에서 내려오는 길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것을 느꼈다. 해인사를 방문하면서 느낀 고요함과 경건함이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 있을 것 같다.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그 속에 담긴 깊은 의미를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아 더 깊이 있는 마음의 평화를 느끼고 싶다.


   해인사를 내려오다 여름이 절정에 이른 가야산 '소리길'도 걸었다. 소리길이라는 이름에서부터 풍경뿐만 아니라 자연의 소리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길이라는 기대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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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야산 국립공원에서 해인사에 이르는 6km 계곡은, 가을 단풍이 너무 붉어서 흐르는 물에 빨갛게 투영되어 보인다고 하는 홍류동 계곡이라 하는데 이 계곡을 따라 걷는 산책로가 '소리길'이란다.


   소리길에 도착했을 때는, 공기는 후텁지근했고 하늘은 뜨거웠다. 하지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숲길이 이어지며, 신선한 공기와 함께 자연의 소리들이 우리를 맞이했다.


   새들의 지저귐,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 밑에서 들려오는 계곡 물소리가 하나로 어우러져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 주었다. 계곡을 따라 흐르는 맑은 물은 가야산의 산기슭을 타고 내려오면서 맑고 시원한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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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여러 번 작은 다리를 건너게 되었는데, 다리를 건널 때마다 발아래로 흐르는 계곡물이 더욱 가까이 느껴졌다. 물소리가 마치 자연이 들려주는 음악처럼 내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어 주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은 가야 19명소인 꽃이 떨어지는 소(沼)인 '낙화담(落花潭)'의 시를 읽은 순간이었다.


어젯밤 풍우(風雨)에 골짜기가 요란하더니

못 가득히 흐르는 물에 낙화가 많아라

도인도 오히려 정(情)의 뿌리가 남아있어

두 눈에 흐르는 눈물이 푸른 물결에 더해지네

(작자 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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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줄기가 바위를 타고 어루만지며 만들어내는 계곡의 소리는 웅장하면서도 신비로웠다. 어젯밤 실컷 듣고 불러본 통기타의 앙상블과, 화려한 손놀림의 아름다운 선율에 혼을 빼앗겼던 내 귀는, 홍류동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소리에 또다시 홀려버렸다.


   소리길을 걸어가는 동안, 일상의 스트레스가 씻겨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진정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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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따라 걷는 동안, 온갖 나무들이 푸르른 잎을 바람에 날리며 계곡을 더욱 아름답게 만들고 있었다. 머지않아 이 혹서가 사라지고 가을이 다가오면 깊은 색감이 자연과 어우러져 눈길을 사로잡고, 그 풍경 속을 걷는 자체가 행복한 시간이 될 것이다.


   소리길의 중간지에서 260 계단길을 올라 '길상암'에 도착했을 때, 몸은 피곤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가벼워진 것 같았다. 범종각 옆의 벤치에 앉아 가쁜 숨을 고르며 물도 마시고 노래도 불러보았다. 마주 보이는 가야산 풍경이 내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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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은 언제나 내게 큰 위안과 힘을 주지만, 가야산 소리길에서 느낀 평화로움은 특히 더 특별했다. 소리길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산행이 아니라, 자연과 하나가 되는 시간이었다.


   이번 해인사와 가야산 소리길 여행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벗어나,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마음의 여유를 찾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힘들 때마다 이곳을 다시 찾아 자연 속에서 위안을 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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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여행은 단순한 휴가를 넘어, 오랜 시간 쌓아온 우정과 신뢰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우리의 인연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며, 이번 여행을 통해 얻은 에너지를 바탕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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