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이에 대한 생각

만 나이가 진짜 나이?

by 글사랑이 조동표

매년 해가 바뀌면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


나는 별로 나이를 의식하지는 않는다. 아니 일부러 의식하지 않으려 노력하는지도 모른다. 젊게 살고 싶고 마음만은 아직 33살이다.


그러나... 어느덧 60줄에 들어섰다. 이 즈음 나이에 대해 생각해 본다.


한국에서는 세는 나이가 일반적이다. 즉, 특유의 지극한 모성애 표현인지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임신, 즉 엄마 탯줄에 의지할 때부터 10개월을 세기 시작하여, 태어날 때 한 살, 그 후로 설날이 올 때마다 나이를 더해서 세는 나이를 부여한다.


이러한 셈법으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우리 나이로? 만 나이로? 하며 나이를 구분 짓는 민족이 우리이고, 우리나라에서의 셈법으로 60살은, 생일이 지나지 않는 한 만 나이로는 아직 58세 몇 개월이 대부분이다.


내가 몸담았던 기업은 글로벌하게 일하다 보니 업무 파트너의 나이를 따지지 않았다. 다만 가끔 식사라도 같이 하고 통성명하면서 가까워지게 되면 자연스럽게 나이를 알아가는 과정이 있는데, 이 대목에서 서로 헷갈려한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대부분 나라의 친구들이, 만으로 몇 년 몇 개월이라는 개념에서의 만 나이를 언급하는 반면에 우리는 별생각 없이 우리 나이를 말한다. 가령 같은 생일이라고 가정할 때, 우리는 올 1월 1일 기준으로 61살이라고 스스럼없이 말하지만 상대는 59세라고 한다. 따져보면 대학교 입학은 같은 학번인데, 두 살 차이에 놀라다가 계산해 보면 2년의 간극이 한국 특유의 문화에서 발현된 나이 셈법에서 기인했음을 알게 된다. 사실은 같은 나이였는데... 어쭙잖게 내가 형님이 될 수도 있고 떠밀려서 형 노릇 하며 밥값을 계산하는 경우도 생긴다.


기업 입장에서 보면 한 살이라도 더 먹은 시니어들을 빨리 내보내고 싶어 한다. 외국 기업주가 한국 사람들과 얘기하다가, '아 저 친구는 벌써 60살이니 이제 슬슬 퇴출시켜야 되겠군!' 하고 생각하게끔 만든다. 하지만 그 사람은 사실상 아직 58세 10개월일 수도 있고, 그 회사 취업규칙에 만 60세가 되는 해의 12월까지 근무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다면, 어떤 경우에는 기업주의 판단에 의해 허무하게 2년을 손해 볼 수도 있다. 물론 규정을 거론하며 거부할 수 있지만, 쓸데없이 실제보다 나이 먹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역효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가뜩이나 정년 무렵에는 하루하루 조마조마하는데 커다란 손해를 초래하다니... 이것 참 암담할 노릇이다.


이제 우리도 글로벌 에이지(global age)인 만 나이로 표현해야만 한다. 다행히도 지금 정부에서는 만 나이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젊어서는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친구보다 나이를 적게 먹었다고 말하기 싫어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호적이 잘못 기재되어 나이 한 살이 늦어졌다고 둘러대기도 한다.


특히나 3월 신학기 입학을 기준으로 2월 말까지 태어난 아동을 1학년으로 입학시킨 관례상, 전 해에 태어난 아동들과 이듬해 1~2월에 태어난 아동들이 섞이면, 우리 나이로 8살 입학과 7살 입학자들이 나누어지고, 같은 동기생끼리 형으로 불러라, 마라, 하는 실랑이도 있었다.


환갑을 넘어선 요즘에는 만 나이로 표현하고 싶다. 늙어 보이기 싫은 것이다. 아니 늙기 싫은 것이다.


이제 우리도 정당한 생물학적 생존 기간으로 표현하자. 다만, 어머니 뱃속에서 지낸 기간을 한 사람으로 인정해 준 조상님들의 배려에는 깊이 고개 숙여 감사함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미지: 네이버 참조

keyword